‘물 배터리’ 양수발전, 긴급발전과 산림훼손 사이 고민 깊어지네

장수경 기자 2026. 5. 1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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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예천양수발전소 가보니…
댐 상부에 댐 만들어 필요할 때 전기 생산
산림 파괴 우려…ESS 발달로 필요성 논란
지난 15일 찾은 경북 예천군 은풍면의 예천양수발전소 하부 저수지. 낮에 물을 양수해 밤에 발전한다. 장수경 기자

한낮 기온이 26도까지 오른 지난 15일 오후. 경북 예천군 은풍면 깊은 산자락 아래 지하 터널을 따라 734m 들어가자, ‘웅웅’거리는 굉음과 함께 서늘한 공기가 밀려왔다. 지하 95m 깊이에 자리한 예천양수발전소의 내부 기온은 18도. 한여름에도 긴소매 점퍼가 필요할 정도였다. 아파트 13층 높이(53.5m)의 거대한 땅구멍(공동) 안에는 초대형 발전기 2기 중 1기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예천양수발전소는 남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꺼내 쓰는 이른바 ‘물 배터리’다. 전력이 남을 때 남는 전기를 이용해 하부저수지의 물을 상부 저수지로 끌어올린 뒤(양수),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 다시 물을 떨어뜨려 발전기를 돌린다. 일반적인 수력발전과 반대 방식이다. 하부저수지엔 908만톤, 상부에는 700만톤의 물이 저장되며, 실제 운용되는 물은 607만톤 규모다. 저장된 물은 484m 낙차를 따라 떨어지며 터빈을 돌린다. 양수하는데 10시간 걸리고, 이를 통해 8시간 동안 발전할 수 있다.

양수발전은 전력업계에서 흔히 ‘전력계통의 응급실’로 불린다. 전기가 남아돌 때는 이를 흡수해 저장하고, 전력이 부족해지는 순간 전력을 공급해 대규모 정전을 막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5분이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석탄화력이 가동까지 14시간, 핵발전소가 40시간 이상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즉각적 대응이 가능한 셈이다.

예천양수발전소는 2004년 착공해 2011년 준공됐으며,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운영 중인 전국 7개 양수발전소(16호기·4700메가와트) 가운데 가장 최근에 지어졌다. 설비용량은 호기당 400메가와트로, 총 800메가와트 규모다.

한수원은 최근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서 에너지를 저장하는 양수발전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태양광·풍력 발전은 날씨에 따라 출력 변동성이 있는 만큼, 남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순간에 공급할 수 있는 대규모 저장장치가 필수라는 것이다.

예천 양수발전소 조감도. 장수경 기자

실제 예천양수발전소 이용률은 지난해 기준 13.4%다. 여전히 낮은 수치이지만, 과거 한 자릿수 수준에 비하면 상승했다고 한다. 한수원에 따르면, 한수원이 운영하는 전체 양수발전소의 이용률은 2021년 8.9%에서 지난해 10.7%로 약 2%포인트 올랐다. 이에 따라 양수발전소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1024억원 적자였다가 2022년 흑자로 전환돼, 지난해 882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전기요금 체계 변화와 재생에너지 확대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현재 강원 홍천(600메가와트)을 비롯해 강원 영동(500메가와트), 경기 포천(700메가와트)에 양수발전을 건설 중이며, 경남 합천, 경북 영양에도 양수발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이밖에 경북 봉화·전남 구례(중부발전), 충남 금산(남동발전), 전남 곡성(동서발전)에도 양수발전소가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역시 양수발전 확대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김 장관은 지난해 12월 “기존 댐 상류에 상부 댐만 지으면 (양수발전이) 되는 곳을 확인했고 경제성을 확인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 저장 수요가 늘고 있음에도, 양수발전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먼저 낮은 이용률에 따른 경제성이다. 양수발전은 조단위 건설비가 투입되지만, ‘전기를 생산한다기보다 저장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경제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경북 예천군 은풍면 양수발전소 하부댐 전경. 한수원 제공

환경 파괴 우려도 크다. 상·하부 저수지를 조성하기 위해 대규모 산림이 훼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수원이 추진 중인 강원 홍천의 양수발전 사업은 100년 된 잣나무 숲 일대가 발전소 예정지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지역은 약 1800헥타르 규모의 대표 잣나무 군락지다. 환경단체들은 산림 훼손과 생태계 단절 등을 우려하며 사업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또 저수지를 만들면서 일부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기도 한다. 예천의 경우 50여가구의 생활 터가 수몰됐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서 에너지 저장 시설은 필수지만, 최근에는 가격 하락으로 양수발전을 대체할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도 빠르게 늘고 있다”며 “다만, 대용량 전력을 오래 저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수발전의 장점이 유효한 만큼, 환경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범위에서 수요가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확대 수요와 에너지 저장 기술 발전 상황을 함께 고려해 양수발전 사업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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