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 품는 두산…중공업 넘어 반도체로 체질 개선 속도

박수연 기자 2026. 5. 1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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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달 내 SK실트론 인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두산 '종합 반도체 소재 기업'으로, SK는 리밸런싱 속도
두산그룹 사옥./사진=두산

두산그룹이 세계 3위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을 인수하며 종합 반도체 소재 장비로 사업 보폭을 넓힌다. 기존 중공업 중심에서 반도체, 로봇 등 미래 사업으로 사업 전환을 꾀하는 체질 개선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이달 내 SK그룹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51%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지분 19.6% 등 70.6%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SK실트론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5개월여 만이다. 인수 규모는 약 5조원으로 추산된다.

두산그룹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개인 지분 29.4%를 모두 포함해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최 회장의 개인 지분을 추후 별도 계약을 통해 인수하고 연내 지분 100%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막판까지 쟁점이었던 SK실트론의 SiC(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 사업은 청산 결정을 내렸고 향후 수익성이 높은 300㎜ 실리콘 웨이퍼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전공정의 핵심 소재인 웨이퍼를 생산하는 회사로, 세계 3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SK㈜는 그룹의 사업 재편(리밸런싱) 일환으로 SK실트론을 매물로 내놨다.

이번 인수로 두산그룹은 전통적인 중공업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반도체 소재와 후공정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룹은 그간 에너지·전력, 피지컬 인공지능(AI) 및 로봇, 반도체를 3대 핵심 축으로 삼고 사업 전환을 꾀해 왔다. 지난 2022년 인수한 비메모리 반도체 테스트 기업 두산테스나를 통해 반도체 후공정 사업에 진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SK실트론까지 품게 되면서 전공정 핵심 소재인 웨이퍼부터 기판 소재(동박적층판·CCL), 후공정인 테스트까지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소재 장비 그룹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테스트 장비와 원재료를 모두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 포트폴리오가 더 단단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주인이 바뀐 SK실트론의 미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트론은 SK 소속이었던 바람에 반도체 호황 속에서도 오히려 공급자 수가 제한된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 현상이 컸다"며 "이번에 SK 상표를 떼게 되면 다른 마켓이 동시에 열리면서 기업 밸류도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고전해온 SiC 웨이퍼 사업을 청산하기로 한 점도 호재라는 분석이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iC 웨이퍼 사업은 그간 적자 부담이 과도해 연결 실적과 기업가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컸다"며 "적자 사업 정리를 통한 수익성 회복과 본업 가치 부각 측면에서 긍정적인 전략적 선택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한편, SK는 이번 매각을 통해 리밸런싱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남아있는 비주력 자산 등을 매각해 재무구조 개선을 꾀하는 동시에 핵심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의 지분이 많았던 만큼 이번 매각으로 대규모 차익 실현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효과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박수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