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빅딜' 두산, SK실트론 품는다…구미 반도체 축 재편 신호탄

조규덕 2026. 5. 1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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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막바지… 100% 지분 인수·내주 계약 유력
웨이퍼 중심 전공정 확보… 광역 밸류체인 구축
1991년 폐놀 유출 과거 딛고 지역 상생 행보 주목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있는 SK실트론 본사. 매일신문DB

두산그룹의 SK실트론 인수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구미 국가산업단지가 대한민국 첨단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모펀드(PEF)로의 매각 우려를 딛고 대기업 간 '빅딜'로 가닥이 잡히면서 구미 경제계는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특히 1991년 페놀 유출 사태 이후 수십년 만에 구미 핵심 앵커 기업을 다시 확보하는 두산이 지역사회와 어떤 동반성장 모델을 구축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 인수 막바지… 5조원대 거래 윤곽

18일 투자은행(IB) 및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SK그룹과의 SK실트론 인수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이르면 다음 주 중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규모는 비상장사인 SK실트론의 기업 가치를 반영해 5조 원대 중반으로 추산된다.

이번 거래는 SK그룹 보유 지분뿐만 아니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지분(29.4%)까지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SK그룹 측은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양사는 최근 적자가 누적되던 미국 SiC(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 사업(SK실트론 CSS)은 청산하고, 주력 분야인 '300mm(12인치) 실리콘 웨이퍼' 사업에 전념하기로 합의했다.

◆ 구미 산업 영향… 앵커기업 역할 재조명

이번 인수로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하는 곳은 단연 구미다. SK실트론은 구미 국가산단의 대표적인 앵커 기업이자, 지난 2023년 정부가 지정한 '구미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의 핵심 주축이기 때문이다.

당초 시장에서 거론되던 사모펀드 매각설로 인해 '인위적 구조조정'과 '자본 먹튀'를 우려했던 구미 지역 사회는 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두산의 인수를 크게 반기고 있다.

구미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사모펀드가 아닌, 반도체 사업 의지가 확고한 대기업이 새 주인이 된 것은 구미 경제 전체로 볼 때 천만다행"이라며 "대기업 계열사의 지위가 유지됨으로써 지역 협력업체들의 고용과 납품 안정성도 지켜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빅딜은 두산그룹이 구미 산단 내에 진행 중인 대규모 투자 계획을 그대로 승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SK실트론은 구미 5산단(하이테크밸리) 등을 중심으로 총 2조 3천억 원 규모의 최첨단 웨이퍼 신공장 증설 투자를 진행 중이다.

◆ 반도체 밸류체인 구축 효과

전문가들은 두산이 이번 인수를 통해 전공정 소재인 '웨이퍼'부터 기판 소재, 그리고 두산테스나를 필두로 한 '후공정 테스트'까지 아우르는 독자적인 반도체 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됐다고 평가한다.

비록 두산의 후공정 인프라가 수도권(평택·안성)과 충청권(청주)에 분산돼 있지만, 전공정 핵심 소재의 출발지가 구미가 되는 만큼 대형 수주에 따른 낙수효과가 구미 공장으로 집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정부가 지정한 '구미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의 행정·세제 혜택이 더해지면서 두산의 발걸음도 빨라질 전망이다.

◆ 지역 상생 과제… 기대와 부담 공존

하지만 1991년 구미공장 페놀 유출 사태로 지역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던 두산전자의 역사적 악연을 기억하는 시민들의 시선도 매섭다. 그로부터 35년이 흐른 지금, 두산이 구미 경제의 심장인 반도체 핵심 기업을 품고 복귀하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연출되고 있다.

지역 경제계와 시민사회는 두산의 귀환을 경제적 측면에서는 적극 지지하면서도, 과거의 상처를 치유할 확실한 행동을 기대하고 있다. 두산이 구미 지역사회와 화학적 결합을 이루고 진정한 상생 파트너로 거듭나기 위한 진정성 있는 행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35년 만에 구미 경제의 맹주로 복귀하는 두산은 과거의 과오를 씻기 위해서라도 파격적인 지역 기여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구미 특화단지에 대한 추가 투자 확약과 지역 인재 우선 채용 등 진정성 있는 상생 노력이 수반돼야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