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미국의 대중국 강경 노선 무너뜨려… 트럼프 빈손으로 돌려보내”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2026. 5. 1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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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트럼프가 대만 무기 판매 중단하면 미국의 나약함 드러내는 신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월 14일(이하 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공동성명이나 합의문조차 발표하지 않았다. '세기의 담판'이라는 기대가 무색하게 두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도 없었고, 양국은 일방적인 발표만 한 채 회담을 마무리했다. 

5월 13~15일(이하 현지 시간) 2박 3일간 중국을 국빈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정상회담을 포함해 6차례나 만나 우호적인 분위기를 보였지만 이란 문제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보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문제에서 시 주석의 압박에 밀리는 모습까지 보였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이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사실상 빈손으로 돌려보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상회담 후 안보리 이란 규탄 결의안 거부

두 정상이 5월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백악관은 "양국은 에너지의 자유로운 공급을 지원하기 위해 호르무즈해협이 개방된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시 주석은 또 중국이 호르무즈해협의 군사화와 그 이용에 통행료를 부과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중 양국은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가져선 안 된다는 데에도 동의했다고 백악관이 강조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5월 15일 귀국길에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가진 질의응답을 보면 시 주석은 이란 문제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미국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이란이 해협을 폐쇄했고, 당신이 봉쇄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 미국도 봉쇄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미중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미국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추진하는 '호르무즈해협 봉쇄 규탄 결의안'을 거부했다. 푸충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우리는 '호르무즈 결의안' 내용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미국과 바레인 등은 5월 5일 이란의 호르무즈해협에서 공격과 기뢰 부설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는 내용의 안보리 결의안 초안을 제출한 바 있다. 심지어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란 전쟁은 애초에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이며 더 이상 계속될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에서 핵 보유를 공인받은 중국의 입장에선 새로운 국가의 핵무기 개발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5월 6일 베이징을 방문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이란은 평화적 핵 이용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의 핵심 이슈인 농축 핵물질 처리 및 반출 문제를 놓고 이란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또 시 주석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란으로부터 원유 도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의 이런 입장은 미국의 해상 봉쇄를 무력화하는 조치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할 것을 압박해왔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기간에 맞춰 유조선 등 중국 선박들의 호르무즈해협 통과를 허가했고, 중국 선박 30여 척이 해협을 빠져나갔다. 

중국은 앞으로 이란 문제에 있어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적극 개입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중국의 입장에선 미국과의 협상에서 이란을 지렛대로 계속 활용하는 것이 상당히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전쟁이 끝난 이후 새로운 중동 질서가 구축될 경우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확보하는데 이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데니스 와일더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중국 분석 국장은 "중국의 발표문에는 이란 비핵화에 대한 합의나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통제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5월 6일 중국 베이징에서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시진핑 "대만 독립과 평화는 양립 불가"

대만 문제를 놓고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 '레드 라인'을 제시하며 경고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잘 처리하면 양국 관계는 전반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양국이 충돌하거나 심지어 분쟁으로 치달아 중미 관계 전체를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만 독립과 대만 해협의 평화는 물과 불처럼 양립할 수 없다"며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중미 양국의 최대 공약수"라고 밝혔다. 윌리엄 클라인 전 국무부 중국·몽골담당 국장은 시 주석의 대만에 대한 강경한 입장에 대해 "대만과의 통일 목표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강한 결의를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기간 동안 공개적으로 대만 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시 주석과 대만 문제를 논의한 내용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은 대만의 독립 움직임을 원하지 않았고, 대만에 대해 매우 강경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대만을 방어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시 주석이 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지만, 나는 '그런 건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대로라면 시 주석의 의도는 중국이 대만을 무력 통일하려고 할 때 미국의 대만 방어 의지 여부를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은 미국의 대만 군사개입 여부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 역대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은 대만을 침공하려는 중국에 상당한 억지력으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안보정책 기조를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모호성이 시 주석의 대만 침공 의지를 단념시킬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전략(NSS)과 국가방위전략(NDS) 등을 통해 중국의 대만 침공 대비를 미국 본토 방어와 함께 최우선 안보 의제로 제시한 바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전쟁을 감수하면서까지 대만 방어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당장 우리가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은 9500마일(1만5000㎞) 떨어진 곳(대만)에서의 전쟁"이라고 밝혀 대만 방어에 대한 의지가 강력하지 않다는 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과 관련한 '현상 유지'를 선호하며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누군가가 '미국이 우리를 밀어주니 독립하자'라고 말하는 상황은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대만 집권 여당인 민진당과 라이칭더 총통의 대만 독립 기조에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시진핑과 대만 무기 판매 논의"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대만과 센카쿠열도 등이 있는 동중국해 상공에서 연합 순찰 훈련을 펼쳤다. 동아DB
더욱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논의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의 사전 동의에도 불구하고 대만에 대한 140억 달러(약 21조 원)규모의 무기 패키지 판매 계약의 최종 승인을 지금까지 보류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만에 대한 110억 달러(약 16조5200억 원) 규모 무기 판매 패키지를 최종 승인한 바 있다. 미국 역대 정부는 1982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임 시절 대만에 약속한 '6대 보장'에 따라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중국과 사전 협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980년대는 꽤 먼 과거"라면서 "나는 시 주석과 대만 무기 판매에 대해 상세히 논의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만 무기 판매를 중단하거나 축소할 것을 요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5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만에 대한 추가 무기 판매 승인 여부에 대한 질문에 "나는 일시 보류하고 있고 그것은 중국에 달려 있다"며 "그것은 우리에게 매우 좋은 협상 칩"이라고 강조했다. 그런가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에 있는 반도체 제조사들이 모두 미국으로 오면 좋겠다"며 "임기 말까지 세계 반도체 산업의 40~50%가 미국에 자리잡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대만을 안보 파트너로 방어한다는 전통적 접근보다 무기 판매와 대만 독립, 반도체 산업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거래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대만의 친미 정권은 물론 일본과 한국 등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만 무기 판매가 중국과의 협상 대상으로 비칠 경우, 미국의 역내 안보 공약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언론들은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강경 기조가 눈에 띄게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NYT는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강경 노선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무기 판매를 중단하면 세계에 미국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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