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생물자원] 섬이 만든 살모사, 우리가 지켜야 할 이유

도민석 2026. 5. 1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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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원주에서 발견된 쇠살모사. /사진제공=국립생물자원관

살모사는 이름부터 오해를 안고 살아가는 동물이다. 한자 이름인 살모사(殺母蛇)는 새끼가 어미를 죽인다는 잘못된 속설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갓 태어난 새끼들이 움직임이 둔해진 어미와 한곳에 있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어미를 죽이거나 잡아먹는 뱀'이라고 오해한 것이다. 살모사류는 알 대신 새끼를 낳기 때문에 어미와 새끼가 한 장소에서 함께 발견될 뿐 작은 새끼가 성체인 어미를 잡아먹거나 죽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에는 살모사, 쇠살모사, 까치살모사 3종이 살고 있다. 살모사는 눈 위에 뚜렷한 황백색 줄무늬가 있고, 쇠살모사는 붉은 혀와 비교적 작은 몸집이다. 까치살모사는 머리 위 화살촉 모양 무늬와 큰 몸집이 특징이다.

이들은 서식지도 조금씩 다르다. 살모사는 저지대 습지나 강 주변에, 쇠살모사는 산지 계곡과 하천 주변에, 까치살모사는 해발 400m 이상의 비교적 높은 산지에 주로 서식한다. 특히 쇠살모사는 우리나라에 널리 퍼져 있는 종으로, 이들의 주 활동 시기인 5월에서 10월 등산로나 공원 주변에서도 비교적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이 지닌 독의 성질에도 차이가 있다. 살모사와 쇠살모사에 물리면 물린 부위가 붓고 피가 멈추지 않거나 신체 조직이 파괴될 수 있다. 까치살모사는 신경에 영향을 주는 독을 가지고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높은 산지에 사는 까치살모사에 물리면 병원으로 빠른 이동이 어려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들은 맹독을 지닌 뱀이지만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포식자이기도 하다. 쥐나 개구리, 도마뱀 같은 작은 동물을 잡아먹으며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한다. 특히 질병을 옮길 수 있는 설치류의 수를 조절하여 생활환경에도 도움을 주는 동물이다.

최근에는 연구를 통해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그간 하나의 종으로 알려졌던 쇠살모사 가운데 백령도와 제주도에 사는 개체군이 내륙에 사는 쇠살모사와 다른 특징을 지닌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각각 '백령쇠살모사', '제주쇠살모사'라는 아종으로 분리된 것이다.

아종이란 같은 종 안에서도 사는 지역이나 환경에 따라 모습과 특징이 조금 달라진 무리를 말하는데 육지 개체군에 비하여 백령쇠살모사는 몸통과 꼬리 길이가 길고 배비늘 수가 많으며, 제주쇠살모사는 상대적으로 배비늘 수가 적다. 이 같은 차이는 약 1만5000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뒤 일어난 지형 변화와 관련이 있다. 당시 육지였던 한반도 서해와 남해 일부 지역이 해수면 상승으로 섬으로 나뉘면서 일부 쇠살모사들이 백령도와 제주도에 고립되었고, 오랜 시간 서로 다른 환경에 적응하면서 지금과 같은 차이를 갖게 된 것이다.

종의 분화는 갈라파고스처럼 큰 섬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백령쇠살모사와 제주쇠살모사는 우리나라의 작은 섬에서도 진화가 지금까지 이어져 왔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문제는 이들이 매우 제한된 지역에서만 살아간다는 점이다. 섬 생태계는 한 번 훼손되면 대체 서식지를 찾기 어렵다. 작은 환경 변화 하나가 개체수 감소를 넘어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뱀은 두렵고 피하고 싶은 존재다. 물론 조심해야 할 동물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두려움만으로 바라보기엔 이들은 백령도와 제주도의 자연 속에서 오랜 시간 자연의 한 부분으로 살아왔기에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기록이기도 하다. 오랜 기간 우리 자연의 한 부분으로 살아온 이들이 앞으로도 그 자리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두려움보다 보전을 위한 배려가 먼저 필요하다.
▲ 도민석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

/도민석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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