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선 평택시장 “규제 허문 ‘역발상’ 특별법이 삼성 유치 불씨…‘반도체 수도’ 완성” [인터뷰]
2003년 미군기지 이전 위기를 기회로…‘평택지원특별법’ 설계, 대기업 유치 초석
정부 반대·정치적 격랑 정면돌파…고덕 산단 430만평 확보 이어 ‘20년 사투(死鬪)’
삼성 P5 공사 재개·KAIST 캠퍼스 유치로 생태계 마침표…“인구 100만 첨단도시 기반”


“2015년 평택캠퍼스가 첫 삽을 뜨고 2017년 첫 반도체를 생산했을 때의 전율이 지금도 생생하다. 경기 침체의 고비를 딛고 ‘슈퍼사이클’을 타면서, 삼성전자가 보란 듯이 반도체 리더십을 회복해 기쁘다. 특히 P5 공사 재개는 평택이 단순한 공장을 넘어 전 세계 AI 반도체 공급망의 대체 불가능한 핵심 거점임을 증명한 것이다.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 평택에 있다는 사실에 시장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
◆ ―삼성이 평택에 둥지를 틀기까지의 서막은 2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 ‘주한미군 평택 이전’ 발표가 시작이었다. 도시 전체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당시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주민들과 수시로 만나 의견을 나눴다. 안보라는 명분 아래 평택의 희생만 강요당할 순 없었다.
당시 송명호 평택시장과 머리를 맞대고 역발상을 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도록 평택에 대한 국가의 보상을 법으로 명문화해달라고 노무현 대통령께 직접 건의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제가 대표 발의한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평택지원특별법)’이다.”
◆ ―평택지원특별법이 왜 삼성 유치의 열쇠가 됐나.

“삼성이 경기도를 통해 입주 의사를 타진해 왔을 때, 우리는 430만평 규모의 산업단지 물량을 기획했다. 하지만 정부는 고작 20만평만 줄 수 있다고 버텼다. 당시 경기도 전체 1년 산단 배정 물량이 100만평 수준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당시 국회 건설교통위 간사이자 여당 정책조정위원장이라는 직책을 걸고 건교부 과장부터 차관까지 매일 찾아가 설득하고 요구했다. 초기에는 정부 반대가 너무 완강해 ‘이럴 거면 미군 기지 못 받겠다’고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2년여의 사투 끝에 2007년 고덕 120만평을 포함한 총 430만평의 산단 물량을 확약받았다. 평택이 첨단 산업도시로 도약하는 결정적 순간이었다.”
◆ ―2007년 합의 이후 삼성이 최종 입주를 확정하기까지 또 한 번의 위기가 있었다. 정치적 격랑을 어떻게 이겨냈나.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 라인이 들어섰다고 해서 도시의 미래가 완성되는 건 아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연구(R&D), 인력,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민선 7·8기 동안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2023년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을 끌어내 삼성 평택캠퍼스의 용적률을 넓히고 전력·용수 인프라 국가 지원을 확보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특별법’에 발맞춰 실질적 국비 지원 체계도 확립 중이다. 현재 평택에는 300개 넘는 반도체 관련 기업이 둥지를 틀었고, 브레인시티와 제2첨단복합산단으로 소·부·장 집적도를 높이고 있다.”
◆ ―생태계의 핵심인 핵심 인재 양성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반도체 기술의 정점이 될 ‘카이스트(KAIST) 평택캠퍼스’를 유치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2029년 본격 운영을 목표로 AI 반도체와 피지컬 AI가 결합한 차세대 연구·실증 거점으로 조성 중이다. 매년 쏟아져 나올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들이 삼성 평택캠퍼스로 수혈될 것이다. 여기에 평택산업진흥원, 지역 대학, 마이스터고, 미래기술학교를 연계해 현장 실무형 엔지니어를 길러내는 촘촘한 인재 육성 그물망을 완성했다.”
◆ ―미군 기지, 삼성전자, GTX-A·C 노선 연장, 아주대병원 유치 등 평택의 지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구 100만 대도시 진입도 초읽기이다.

“돌이켜보면 어느 것 하나 혼자 힘으로 이룰 수 없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평택의 희생을 성장의 발판으로 승화시켜 준 위대한 시민들과 묵묵히 헌신해 준 공직자 여러분 덕분이다. 정치는 늘 예측하기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평택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라는 질문에 이제는 떳떳하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국회의원 수나 시장 연임 횟수가 자랑이 될 수는 없다. 다만 평택이 세계적 반도체 도시이자 대한민국 안보의 심장으로 우뚝 서는 초석을 놓았다는 점에서 후회는 없다. 이제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평택의 끝없는 도약을 응원하겠다.”
평택=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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