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 적용 ‘노조활동제한법’ 반도체 산업에 확대 적용하라”

대한민국은 지금 매우 중대한 질문 앞에 서 있다. 국가의 생존과 경제안보를 좌우하는 전략산업의 생산중단을 어디까지 일반적인 노사분규의 문제로만 볼 것인가.
2025년 우리나라 수출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은 24.4%에 달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의 심화 속에서 반도체는 더 이상 특정 기업의 주력 제품이 아니다. 대한민국 수출, 성장, 공급망, 첨단기술 경쟁력, 나아가 국가경제안보를 떠받치는 핵심 전략산업이다.
그런데도 반도체 생산이 장기간 멈출 수 있는 법적 위험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히 준비돼 있지 않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의 대규모 파업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반도체 생산 차질이 국가경제 전체에 미칠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비교해 볼만한 산업이 방위산업이다. 방위산업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산업이라는 이유로 그 핵심 생산기능의 연속성을 법적으로 특별히 보호받고 있다. 헌법 제33조는 제3항에서 “법률이 정하는 주요 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를 제한하거나 인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를 구체화한 것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제2항이다. 조항은 방위사업법에 따라 지정된 주요 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 가운데 전력·용수 및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의 쟁의행위를 금지한다. 시행령은 그 범위를 방산물자의 제조, 가공, 조립, 정비, 재생, 개량, 성능검사 등 국가안보와 직접 연결되는 핵심 공정으로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
이 법적 구조는 오늘날 반도체 산업에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지금 논의해야 할 것은 반도체 산업 전체의 파업을 금지하자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노동조합 활동과 단체교섭은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 임금과 복지, 성과급과 근로조건에 관한 정당한 요구 역시 존중돼야 한다. 문제는 국가경제안보에 중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반도체 핵심 생산공정까지 완전히 멈추게 하는 방식의 쟁의행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다.
최근 범여권 일각에서는 오히려 방위산업에 적용되는 노조법 제41조 제2항을 축소하거나 완화하는 방향의 개정 논의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안보환경과 산업환경을 고려할 때 국가안보 산업의 생산연속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만 논의가 흘러가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지금 던져야 할 질문은 정반대다. 노조법 41조 2항 입법취지를 계승, 국가경제안보와 직결되는 반도체 산업까지 어떻게 정교하게 확대 적용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방위산업 핵심 공정이 멈추면 안보가 흔들린다. 반도체 산업 핵심 공정이 멈추면 경제안보가 흔들린다. 두 산업이 국가에 미치는 충격의 성격은 다르지만 그 중대성은 결코 가볍게 비교할 수 없다.
법률적 설계도 충분히 가능하다. 반도체 산업 전체를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방위산업에 적용되는 현행 제도의 취지를 준용해 국가경제안보와 직접 연결되는 핵심 공정과 필수업무에 한정해 제한적이고 비례적인 보호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예컨대 대규모 생산중단이 국가 수출과 공급망 안정성에 즉각적이고 중대한 충격을 줄 수 있는 핵심 팹(FAB) 운영, 필수 공정관리, 클린룸 유지, 생산연속성 보장과 직결되는 기능 등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정밀한 법적 검토를 거쳐야 한다.
이미 현행 노동관계법은 공익과 노동권의 균형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다. 필수유지업무 제도는 쟁의행위 기간에도 국민의 생명·안전 또는 사회기능 유지에 필수적인 업무를 일정 수준 유지하도록 하는 장치다.
긴급조정제도 역시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처럼 국가경제 전체에 구조적 영향을 미치는 산업을 사후적 긴급조정에만 의존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위기가 발생한 뒤 급히 봉합하는 방식이 아니라 평상시부터 명확한 법적 기준을 마련해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더 책임 있는 정책이다.
김만기 KAIST 미래전략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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