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기만성 아이콘’ 배소현 거듭된 부진, 前 매니지먼트사와 법적 분쟁 탓
메디힐 후원금 지연지급 탓 전 소속사와 소송전
전 소속사 측 “회사 책임 없어, 수수료 받아야”
선수 측 “귀책 명백한데 후원사 대회 운영까지”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늦게 피어 아름다운 꽃’으로 스타덤에 오른 배소현(33·메디힐)이 슬럼프 아닌 슬럼프에 빠졌다. 때아닌 소속사 분쟁 때문이다. 경기에 집중할 수 없으니 성적이 나올 리 없다.
배소현은 올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7개 대회에서 단 한 번도 톱10에 오르지 못했다. 17일 막을 내린 두산 매치플레이에서도 1승2패로 예선 탈락했다. 앞서 열린 NH투자증권 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는 컷 통과에도 실패했다. 속앓이가 그만큼 깊다는 방증이다.

전 매니지먼트사 A와 법적분쟁 중이다. 배소현이 A사에 지급해야 할 이른바 ‘에이전트피’를 미지급했다는 이유에서다. 배소현으로선 배신감을 넘어 분노할 상황이다. 심지어 후원사 메디힐은 A사에 주관 대회 운영 대행까지 맡긴 상태다. 뒤늦게 사실을 확인한 탓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래저래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발단은 A사의 후원금 지연 지급이다. 계약상 A사는 메디힐로부터 후원금을 입금받은 뒤 7일 이내에 선수에게 전달해야 했다. 메디힐이 A사에 후원금을 입금하면, A사가 일주일 내 선수에게 지급하는 3자 계약이었다. 그러나 A사는 지난해 2월과 7월 후원금을 받은 뒤 배소현에게는 각각 5월과 9월에야 지급했다. 의류 후원금도 마찬가지였다. 상반기분은 5개월, 하반기분은 45일 만에 지급하는 식으로 계약을 어겼다.

배소현은 후원금 지급이 지연될 때마다 A사에 수차례 따져 물었지만 명쾌한 답을 듣지 못했다. 그래도 시즌 중이었고, 불필요한 분쟁을 키우고 싶지 않아 꾹 참았다. 이게 화근이 됐다.
메디힐 고위 관계자는 “A사와의 계약 종료를 앞두고 권오섭 회장께서 해당 사실을 인지하셨다. 임원회의에서 조속히 처리하라는 지시가 있어 법무 자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A사가 계약 조항을 위반한 것은 명백하고,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면서도 “1차든 2차든 지연 입금 직후 곧바로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즌 중이었다면 메인 후원사가 중재에 나설 여지가 있었지만, 시즌 종료 후여서 개입할 명분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께 A사가 선수에 관한 권리를 포기한다는 공문을 보내왔다. 그러면서 에이전트피 문제는 소송으로 가겠다고 했다. 선수에게 피해가 없도록 잘 협의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피고소인이 선수라는 얘기를 최근에서야 들었다. 선수는 빼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A사는 배소현을 피고소인으로 특정했다. 현 소속사도 당연히 포함했다. A사 대표는 후원금 지연 지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계약 주체가 선수이기 때문에 선수를 고소한 것일 뿐 다른 감정은 없다.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시 선수 담당 매니저가 관련 품의를 제때 올리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며 “뒤늦게 알았다”고 했다. 물론 해당 매니저는 “사실무근”이라고 펄쩍 뛰었다. 어쨌든 회사 대표가 직접 연결한 선수의 계약 사항을 정작 대표는 몰랐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매니저 개인의 업무 미숙이 원인이므로 회사 책임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A사 대표는 메디힐과 배소현을 연결한 공을 자신이 세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후원금 지연 지급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벗어난 물타기”라고 했다. 오히려 배소현이 지난해 US여자오픈 동행 매니저 문제를 빌미로 의도적으로 계약을 끊은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내비쳤다. 계약을 어긴 쪽이 피해자를 역의심하는 구도, 흔치 않은 장면이다.

선수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현 소속사 B사 측은 “금전 문제로 갈등을 빚은 회사와 재계약하지 않는 건 상식”이라며 “A사가 계약을 위반한 게 명백한데도, 대화가 아닌 법적 분쟁으로, 그것도 시즌 한복판에 선수를 끌어들이는 건 선을 세게 넘은 것”이라고 했다.
귀책 사유가 명확한데도 계약 종료 시점까지 기다린 선의가, ‘수수료를 주기 싫어 의도적으로 갈등을 일으킨 행위’로 둔갑했으니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도 당연하다. B사 측은 “선수는 개인인데 법인과 싸움이 되겠느냐. 전지훈련 중 내용증명을 받았을 때까지도 빨리 해결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소장까지 받고 나니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싸워야 할 문제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황당한 대목은 따로 있다. A사는 올해도 메디힐이 주관사로 참여하는 정규 투어 대회 운영을 맡게 됐다. B사 측은 “메인 후원사 주관 대회는 선수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소송을 불사한 회사가 그 대회를 운영한다면, 선수는 어떤 마음으로 출전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진퇴양난이 따로 없다.
대회 운영사 선정 과정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공동 주관사 측 의지가 강해서 A사로 낙점했다. 해당 회사가 A사와 다른 행사를 하는 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메디힐이 할 수 있는 게 매우 제한적이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메디힐과 배소현의 후원계약은 올해까지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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