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의 홍수, 명상에서 답을 찾다

장다해 기자 2026. 5. 1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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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영평사 싱잉볼 선명상 수업 가보니
바쁜 현대인, 소리와 진동에 집중하며 잡념 덜어내
직접 목소리를 내면서 진동을 만들어내기도
느린 명상의 속도가 마음의 평화를 줘

불교가 젊은 세대의 새로운 문화로 떠오르면서 산사에서 마음의 쉼을 찾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불교의 세련된 변신을 일컫는 ‘힙불교’ 열풍은 이제 명상과 수행 체험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싱잉볼 선명상 수업 현장을 찾아 소리와 진동으로 마음을 들여다보는 수행 과정과 대중이 명상에 기대는 이유를 살펴봤다.

싱잉볼 명상을 진행하는 참가자들. 세종=김도웅 프리랜서 기자

“눈을 감고 소리를 따라가세요.”

하루 종일 이어지는 정보와 자극에 피로를 느끼는 현대인에게 명상은 잠시 속도를 늦추고 마음을 돌보게 한다. 특히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는 불교식 명상법을 직접 배우는 사람도 갈수록 많아진다.

그중에서도 ‘싱잉볼 선(禪)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세종시 장군면 영평사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매주 토·일요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명상 수업이 열린다. 여기서 10여년간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혜안스님과 함께 ‘노래하는 그릇’이라 불리는 싱잉볼 명상을 체험해봤다. 

세종 영평사 명상을 담당하는 혜안스님. 세종=김도웅 프리랜서 기자

“우리는 항상 마음을 바깥으로만 쓰기 때문에 안으로 나를 살피는 명상이 익숙하지 않아요. 그래서 도구를 이용해 바깥의 소리와 풍경에 집중하면서 그 집중력을 다시 나에게 돌리는 거죠.”

티베트의 전통 악기인 싱잉볼은 금·은·구리·주석·철·납·수은 같은 금속을 써서 만든다. 각각의 금속은 저마다 다른 진동을 가지는데 여러 금속이 섞이면서 소리는 더욱 맑아지고 울림도 길어진다. 혜안스님은 이 금속 그릇을 막대로 두드리며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명상법을 소개한다.

일곱 명의 참가자가 모여 먼저 구기자차 한잔을 천천히 마시며 몸을 데웠다. 마음이 차분해졌다면 본격적인 싱잉볼 명상에 빠져볼 차례다. 가까이에서 싱잉볼의 진동을 느껴보는 시간으로 시작한다. 싱잉볼을 막대로 치고 그릇 윗부분을 따라 둥글게 막대를 돌리며 진동에 온몸을 맡겨본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파장에 집중하다 보면 머릿속을 채우던 잡념도 조금씩 잦아든다.

싱잉볼은 그릇인 만큼 안에 무엇인가를 채울 수도 있다. 뜨거운 물을 붓고 싱잉볼을 치면 한층 깊고 묵직한 소리가 들린다. 그릇을 배나 허리에 올리고 다시 진동을 일으키면 몸 전체로 파장이 퍼져나가면서 긴장을 완화하고 혈액순환을 돕는 효과가 난다. 

명상에 쓰이는 싱잉볼·스틱·해머. 세종=김도웅 프리랜서 기자

진동을 느끼며 싱잉볼과 가까워졌다면 차분히 싱잉볼이 들려주는 소리를 따라갈 순서다. 금속과 막대가 부딪히며 뻗어나가는 소리가 명징한 타종음 같다. 눈을 감고 소리가 나아가는 방향으로 귀 기울인다. 이 과정에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흘려보낸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몸에서 직접 진동을 생성해보는 시간이다. 혜안스님이 먼저 싱잉볼을 치면 참가자도 따라 두드리며 목소리를 낸다. 입을 모아 ‘옴’을 길게 말하면 소리와 함께 몸속에서도 울림이 생긴다. 명상을 진행하는 공간에서 마치 합창단의 화음처럼 종소리와 목소리가 어우러진 공명이 퍼진다. 

각 단계는 최소 20분 정도 걸린다. 20분 넘게 바른 자세로 앉아 소리와 호흡에 집중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러나 짧은 영상과 빠른 속도에 익숙해진 삶 속에서 명상은 ‘급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위안을 준다. 고요 속에 머무르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지친 마음과 흐트러진 일상을 다시 가다듬게 하는 것이다.

명상을 하는 참가자들. 세종=김도웅 프리랜서 기자

번아웃(정신적·육체적 소진상태)과 무기력으로 두 달째 이곳에서 명상을 해왔다는 이규하씨(42·대전)는 “처음에는 집중하기 어려워 감정이 계속 흔들렸는데 생각을 비우는 연습을 하다 보니 명상을 한 다음날까지도 마음이 평온해졌다”고 말했다.

혜안스님은 수업을 주도하는 내내 참가자에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물었다. 이들의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며 스스로 감정을 마주하고 표현하도록 이끄는 것도 명상의 중요한 과정 가운데 하나다.  

20대부터 60대까지 참가자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결혼과 취업·직장 생활과 인간관계까지 저마다의 고민과 스트레스를 안고 찾아온 이들은 이곳에서 잠시라도 홍진의 시름을 내려놓고 존재를 탐구했다.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라. 현재에 집중하라. 그러면 살아낼 수 있다.”

바쁜 일상에 쫓겨 자신을 잃어버리고 허상을 쫒기 쉬운 시대다. 희노애락애오욕!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미움·슬픔·노여움·욕망만을 버리는 것이 아닐게다. 사랑·쾌락·기쁨마저 놓아줄 때 오롯히 공(空)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  

무아(無我)의 세계로 안내할 명상은 그렇게 오늘을 견뎌낼 작은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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