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韓 기업 대표해 협상하는 것”…파업 목전 사후조정, 전 세계 이목 집중 [삼성전자 노사 최후담판]

김현일 2026. 5. 1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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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사 협상결과, 산업계 ‘선례’로 남을 것
마지막 협상도 강경 대치…극적 타결 요원해
李대통령도 ‘기업경영권’ 강조, 파업 경고성
하반기 ‘영업이익 N% 성과급’ 투쟁 확산 우려
성과급이 고정비로, 기업들 투자·위기대응 차질
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여명구(오른쪽) DS부문 피플팀장과 김형로 부사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리는 2차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총파업 예고일을 사흘 앞두고 이번 2차 사후조정은 마지막 교섭이 될 전망이다. [연합]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왼쪽) 위원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리는 2차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현일·박지영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개시일까지 사흘 앞두고 ‘마지막 담판’에 돌입한 가운데 산업계는 물론 정부와 해외에서도 이번 협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강조하면서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총파업을 저지할 ‘최후의 카드’로 긴급조정권을 언급한 가운데 이 대통령도 파업만큼은 안 된다는 절박한 메시지를 노조에 전한 것이라는 평가다. 동시에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도 높였다.

정부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날 마지막 담판마저 ‘빈손’으로 끝나 삼성전자의 파업이 현실화하면 국내 수출 산업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8일 오전 10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주재로 열린 삼성전자 노사 2차 사후조정을 40여분 앞두고 자신의 X에 ‘과유불급 물극필반(過猶不及 物極必反·지나치게 욕심을 부려 극에 달하면 결국 반대로 돌아온다)’이라는 고사성어와 함께 직접 메시지를 내놨다.

삼성전자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노조의 강경 기조로 파업이 현실화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우려 섞인 경고 메시지를 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재계에선 특히 이 대통령이 처음으로 노동권과 기업경영권 모두 동등한 권리라는 견해를 피력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과 국민경제를 볼모로 지나친 성과급의 제도화를 파업의 핵심 의제로 올려 놓은 노조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과급을 둘러싼 삼성전자의 이번 노사 합의 내용이 향후 국내 재계의 중요한 선례로 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영업이익 N% 성과급’이 제도화되면 대기업을 시작으로 산업계 전반에서 회사 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정례화하자는 요구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단순히 삼성전자만의 얘기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제헌 헌법에 포함됐다가 삭제된 ‘기업 균점권’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이 공공복리 등을 위해선 제한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 역시 삼성 파업이 국내 경제에 미칠 막대한 파장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마지막 협상서도 노사 대치 여전…극적 타결 난항
전영현(오른쪽 두 번째)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한 디바이스솔루션(DS) 경영진이 15일 경기도 평택사업장에 위치한 초기업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아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왼쪽 위부터 공동투쟁본부 정승원 국장, 이송이 부위원장, 최승호 위원장, 김재원 국장. 오른쪽 위부터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 전영현 부회장, 김용관 경영전략총괄 사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시작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2차 사후조정 회의가 총파업 실행 여부를 가를 마지막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재용 회장과 삼성전자 사장단의 연이은 사과문 발표에 이어 김민석 국무총리까지 직접 대국민 담화에 나서며 사태 해결에 나섰지만 조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2차 사후조정의 핵심은 노사가 강경 대치하고 있는 성과급 상한 폐지 여부와 영업이익의 10~13% 수준을 놓고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다.

노조는 줄곧 연봉의 50%로 정해진 성과급 상한선을 SK하이닉스처럼 없애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할 것을 명문화해 제도로 정착시키자고 주장해왔다.

이후 1차 사후조정을 거치면서 영업이익의 13%를 재원으로 하고 나머지 2%는 주식으로 보상받는 수정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회사 측은 연봉의 50%로 묶은 성과급 상한선은 유지해야 한다며 상한 폐지에 선을 긋고 있다. 전날인 17일 비공식 만남에서 ‘재원은 영업이익 10% 또는 경제적 부가가치(EVA) 20% 중 선택’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반도체 사업(DS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이 200조원을 넘어설 경우 별도로 영업이익의 9~10%를 추가 배분하는 방안도 포함하며 해당 방식으로 우선 3년간 성과급을 지급한 후 다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초기업노조는 “1차 중노위 조정안보다 후퇴했다”고 직격하며 강경 기조를 이어갔다. 중노위는 앞선 1차 조정에서 EVA의 20%를 재원으로 지급하되 50% 상한은 유지하는 조정안을 제시한 바 있다. 매출·영업이익 업계 1위 시 기존 성과급에 더해 영업이익의 12%를 특별포상으로 지급하는 방안도 추가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2차) 사후조정에서 (회사 측이) 동일한 자세라면 합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회사 측의 협상안 수정을 재차 주장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중재와 이재용 회장의 호소로 마련된 2차 사후조정에서도 극적 타결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삼성 협상에 촉각…‘영업이익 N% 성과급’ 투쟁 확산
일본 출장을 마치고 급거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머리 숙여 사죄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

이번 삼성전자 노사 합의 결과는 향후 성과급 지급을 놓고 고민하는 국내 기업들에게 일종의 표준 잣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역시 이 같은 파장을 예의주시하며 신중한 모습이다.

산업계는 삼성전자 사태를 기점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기업 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명목으로 임직원과 나누자는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노사 교섭 결과에 따라 파업도 더욱 빈번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영업이익 20%와 별도 격려금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영업이익의 30%를, 카카오는 영업이익 10%를 요구하는 등 산업계 전반으로 ‘영업이익 N%’ 투쟁이 번지고 있다.

기업들은 노조 요구대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무조건 성과급으로 지급하게 되면 성과급이 사실상 고정비가 돼 재무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 환경 급변으로 실적이 악화하거나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할 때 대응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15일 서울 중국 프레스센터에서 주주행동연구원 주최로 열린 ‘주주 관점에서 본 최근의 파업 이슈: 삼성그룹 사례를 중심으로’ 좌담회에서 “회사 영업이익은 본래 주주의 것이고, 이익을 어떻게 할지는 주주총회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이사회가 영업이익의 15%씩 요구하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줘 회사 존립이 위태로워지거나 재무구조가 파괴된다면, 주주들은 그 이사회를 배임죄로 물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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