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홍수 막으려 지은 공원이 부른 그늘… 기후위기 대응의 '분배적 불평등'

조정민 기자 2026. 5. 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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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AI미래학과 김승겸 교수팀, 아프리카 5503개 지역사회 20년 추적 분석
기후적응 이후 주택가격·소득·소비·인구 동반 증가… 젠트리피케이션 인과관계 첫 규명
녹지·
2005년부터 2024년까지 각 도시의 그린-블루 적응 지수와 젠트리피케이션 지수의 전년 대비 연간 변화율을 산출해 비교한 그림. 기후적응 인프라 확대와 사회경제적 변화가 시계열적으로 어떻게 맞물리는지 보여준다. 사진=KAIST 제공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지구온난화에 따른 폭염과 홍수를 막기 위해 도시 곳곳에 녹지를 넓히고 습지를 복원하는 이른바 '그린-블루 적응'(Green-Blue Adaptation) 정책이 오히 저소득층 원주민의 주거 기반을 흔드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기후위기로부터 주민을 보호하려는 인도적 성격의 인프라 투자가 자산 가치를 끌어 올리면서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을 도시 밖으로 내모는 사회적 배제 현상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18일 KAIST에 따르면 AI미래학과 김승겸 교수 연구팀이 북경대, 뉴욕상하이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아프리카 32개국 221개 도시권 내 5503개 행정단위를 대상으로 지난 20년간(2005~2024년)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추적 분석했다.

연구팀은 위성영상 이미지와 사회경제 패널 데이터를 결합, 정책 시행 전후의 효과를 검증하는 통계 기법인 이중차분법을 적용했다.

기간 유럽이나 북미 일부 도시에서 이런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산발적으로 제기됐지만, 대륙 규모의 광범위한 데이터를 분석해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연구팀 분석을 보면 도시공원이나 하천 회랑 등 기후적응 시설이 설치된 지역은 그렇지 않은 곳과 비교해 주택가격과 인구 유입, 지역 변화 등을 한데 모은 '종합 젠트리피케이션 지수'가 평균 41%나 급증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주택가격은 평균 13% 상승했고, 가구소비도 2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환경이 좋아지자, 외부 자본과 고소득 인구가 유입됐고, 이 과정에서 늘어난 주거비 부담을 이기지 못한 기존 비공식 정주지의 원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젠트리피케이션 역설'이 정량적으로 증명됐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현상 진단을 넘어 제도적 환경에 따른 차이까지 파악해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분석 결과 시장에서 흔히 쓰이는 임대료 규제 정책은 몰려드는 젠트리피케이션 압력을 막아내기 역부족이었고, 오히려 일부 지역에선 투기적 투자를 자극하는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
(a) NDVI와 (b) NDWI 시계열 자료를 바탕으로 각 행정단위에서 그린·블루 인프라 확대의 최초 시점을 지도화한 그림. 개입 시작 연도는 2005~2007년 기준선 대비 녹지 비율이 0.05 이상 증가한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된 시점으로 정의했다. 사진=KAIST 제공

반면 원주민들에 대한 재정착 지원체계를 미리 갖춰둔 지역에선 이런 부작용이 유의미하게 완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기후위기 대응 정책의 성공 여부가 단순히 인프라를 얼마나 잘 구축했는지가 아닌, 이를 둘러싼 토지와 주거 제도를 어떻게 설계했는지에 달려 있을 시사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은행이나 아프리카개발은행, UNEP 등 글로벌 기후재정을 집행하는 국제기구의 원조 심사 기준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재난위험 저감 효과 중심의 환경 성과에만 매몰돼 있던 기후 정책을 분배의 정의라는 통합적 도시정책 관점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팀 역시 향후 기후 정책을 수립할 시 녹지 확충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토지 소유권 보장, 공공임대주택 공급, 개발이익 환수 등 주거 안정 장치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통합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연구는 비공식 주거지와 관습적 토지권 등 아프리카 특유의 취약한 거버넌스 환경을 대상으로 진행된 만큼, 타 대륙이나 선진국 도시 등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도 필요하다.

연구팀은 향후 동일한 분석 틀을 아시아나 중남미 등 빠른 도시화와 기후위기를 동시에 겪고 있는 다른 글로벌 사우스 지역에 적용해 지역별 거버넌스에 따른 차이를 비교 분석하는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해당 연구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시티즈(Nature Cities)' 4월 13일 자에 게재됐다.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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