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쓰레기’ 청소부, 누군가 봤더니… 태양의 ‘흑점’
태양 흑점 수 임계치 넘으면 추락 급가속
지구 대기 팽창으로 공기 저항 커진 효과

지구 저궤도(고도 400~2000km)를 도는 위성 수가 급증함에 따라 우주 쓰레기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유럽우주국에 따르면 현재 궤도에서 작동 중인 위성은 1만5200여개로 10년 전보다 10배 이상 늘어났다. 스페이스엑스의 스타링크 같은 인터넷통신용 저궤도 군집위성 경쟁이 촉발한 현상이다.
우주 쓰레기는 수명이 다한 위성, 폐기된 로켓 추진체, 이들이 충돌해서 생긴 파편 등을 말한다. 시속 2만8000km 안팎의 빠른 속도로 궤도를 도는 우주 쓰레기는 작동 중인 위성이나 우주선에 위협적인 존재다. 예컨대 2009년 2월 정상 작동 중이던 미국의 통신위성 이리듐 33호가 고도 790km 상공에서 수명이 다한 뒤 궤도를 떠돌던 러시아의 코스모스 2251호 위성과 충돌한 적이 있다. 이 사건으로 1500개 이상의 파편이 한꺼번에 발생했다. 현재 주요 우주 기관들이 추적하고 있는 저궤도의 10cm 이상 우주쓰레기는 4만개가 넘는다. 따라서 우주 쓰레기의 궤도 변화에 대한 정보는 우주 교통 안전을 확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인도 과학자들이 태양 활동의 변화에 따라 우주 쓰레기가 궤도를 이탈해 지구로 떨어지는 속도가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천문학과 우주과학 프런티어스’(Frontiers in Astronomy and Space Science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특히 태양 활동이 특정 임계치를 넘어서면 추락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는 ‘전환 경계’를 확인했다.
저궤도는 공기가 거의 없는 우주 공간이긴 하지만 그래도 약간의 대기 입자들이 존재한다. 이 입자들이 우주 쓰레기와 부딪힐 때 생기는 ‘대기 항력’이 우주 쓰레기의 궤도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다. 주변에 공기 분자가 많을수록, 고도가 낮을수록, 또 물체의 크기가 클수록 우주 쓰레기는 공기 저항을 많이 받는다.

인도 비크람 사라바이 우주센터 연구진은 1960년대부터 50년 이상 궤도에 남아 있는 우주 쓰레기 17개의 1986~2024년 궤도 데이터를 분석했다. 우주 쓰레기들의 고도는 600~800km, 지구 공전주기는 90~120분이었으며, 분석 기간은 태양 활동 기준으로 22~24주기에 걸쳐 있었다. 분석 결과 우주 쓰레기들의 운명은 11년을 주기로 극대기와 극소기를 오가는 태양 활동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이 방출하는 극자외선과 하전 입자들은 극대기가 가까워질수록 강해진다. 강력해진 태양 복사 에너지는 지구 상층 대기인 지구의 열권(고도 100~1000㎞)을 가열한다. 열이 가해진 대기 분자는 팽창해 더 높은 고도까지 올라가게 되고, 결과적으로 저궤도 지역의 대기 밀도가 평소보다 훨씬 높아진다. 이는 우주 쓰레기에 작용하는 대기 항력이 더 커진다는 걸 뜻한다. 대기 항력이 커지면 우주 쓰레기의 궤도 이동 속도는 더 느려지고 고도는 더 빨리 낮아지게 된다.
연구진은 우주 쓰레기의 궤도 데이터를 태양 흑점 수 및 극자외선 방출량 변화 데이터와 비교 분석한 결과, 태양 흑점 수나 태양 전파 복사 지수(F10.7 지수)가 해당 주기의 최대치 대비 67~75% 수준에 도달하면 우주 쓰레기의 추락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임계지점을 ‘전환 경계’(Transition Boundary)라고 명명했다.
연구진은 “태양 활동이 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대기 밀도의 변화가 우주 쓰레기에 미치는 영향이 극대화돼 평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지구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추락 속도 최대 8배 빨라질 수도
태양 활동 극대기의 우주 쓰레기 가속 효과는 양날의 검과 같다. 우선 긍정적으로는 우주 쓰레기를 줄여주는 ‘천연 청소부’ 역할을 한다. 우주 파편을 빨리 대기권으로 끌어내려 태워버림으로써 궤도 혼잡을 줄여준다. 반면 작동 중인 위성 궤도를 유지하는 데는 더 많은 연료가 필요해진다. 이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면 위성 간 충돌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연구를 이끈 아이샤 아슈루프 박사는 “우주 쓰레기는 능동적으로 궤도를 수정하지 않기 때문에 태양 활동에 의한 대기 밀도 변화와 그에 따른 궤도 감쇠를 연구하는 최고의 천연 실험실”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우주 쓰레기의 재진입 시점을 더 정확히 예측하고 위성 충돌 사고를 예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논문 정보
Characterizing solar cycle influence on long-term orbital deterioration of low-earth orbiting space debris.
https://doi.org/10.3389/fspas.2026.1797886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속보] 삼성전자 협상 직전, 이 대통령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 백악관 “미중, 북한 비핵화 공동목표 확인…호르무즈 재개방 촉구”
- 삼성전자 노사 오늘 협상 재개…성과급 문제 ‘접점 찾기’ 총력
- ‘계약직 여성’만 찾는, 남성 중심 발전소 마을…“국가 자격증도 못 믿어”
- 코스피 2거래일 연속 매도 사이드카 발동
- 장동혁 ‘광주행’에 여권 “계란 맞아 피해자 행세하려고?”
- 박찬욱 감독, 프랑스 최고등급 문화예술 훈장 받았다
- 북 여자축구단, 방남 허가에도 여권 제출…‘두 국가’ 단면
- 오늘도 낮 기온 30도 안팎 ‘이른 더위’…큰 일교차 주의
- 한·미 정상 통화…트럼프 “한반도 평화 위해 필요한 역할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