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파묘 같다" 해발 700m 기도터…국립공원 금정산, 해묵은 '무단 점유' 걷어냈다
석조 불두·공작물 등 여전…흔적 지우기는 향후 숙제
올해 연말 '금정산 전체 보전관리계획' 최종 수립 예정

지난주 찾은 이곳은 금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 한 달여 만에 첫 대규모 정비 작업이 이뤄진 현장이다. 수십 년간 방치됐던 불법 기도터와 가설 건축물 등 국립공원 헬기로 실어 나른 폐기물만 약 40톤(t)에 달한다. 하지만 현장을 직접 밟아보니 현실감 없는 수치의 폐기물들을 덜어냈음에도, 오래된 세월의 흔적은 여전히 완강하고 짙었다.
부산 6개 자치구(부산진·동래·북구·금정·연제·사상)와 경남 양산시를 포함해 총 8개 지자체에 걸쳐 있는 금정산은 지난 3월 3일 우리나라의 24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총면적 6만6859㎢ 규모로, 백악기 말 지하에서 마그마가 굳어 형성된 화강암이 융기해 만들어진 덕에 토르, 나마, 암괴류 등 다양하고 독특한 화강암 지형이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철거 작업의 시작은 국립공원 지정보다 앞섰다. 국립공원 지정 이후 금정산국립공원사무소가 공식 출범했지만 법적 집행 권한은 여전히 지자체에 묶여 있다. 지정 이전에 설치된 불법 시설은 관할 지자체가 처리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에 사무소는 양산시와 긴밀히 협의해 대형 헬기와 인력을 전폭 지원하는 방식으로 합동 작업을 이끌었다. 정비 대상지는 마애여래입상(마애불) 일원과 미륵봉 일대 등 고질적인 불법 기도터 두 곳이었다.

험한 길을 뚫고 도착한 마애불 기도터는 몇몇 잔해를 제외하고는 깔끔히 치워진 상태였다. 기도터에서 능선을 따라 50미터(m)가량 걸어가자 깎아지른 바위 앞 집터가 나타났다. 가운데에는 아궁이 자리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재와 그을음이 검게 눌어붙은 아궁이 옆에는 분홍색 주걱 하나가 뒹굴었다. 사무소 관계자는 "이곳에 대문과 태양광 패널까지 설치돼 있었다"고 했다. 단순한 무속 공간이 아니라 누군가 해발 700미터 낭떠러지를 코앞에 두고 실제로 살림을 차려 생활했다는 것이다. 도심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명당을 독점해 공짜로 지냈다니 괘씸하면서도, 한편으론 그 무거운 짐들을 어떻게 이 높은 곳까지 이고 날랐을까 경이롭기도 했다.
이 마애불 기도터는 과거 산불이 한 차례 난 뒤 양산시가 철거를 명령했지만, 규모가 원체 크고 헬기 없이는 접근이 불가능한 험준한 고지대라 지금껏 손을 쓰지 못하고 방치돼 왔다. 그러다 금정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서 공단 소속 헬기를 활용한 행정대집행이 비로소 가능해졌다. 가설 건축물이 있던 자리는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마애불로 내려가는 계단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이며, 이 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바닥의 시멘트를 깨고 최종 철거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튿날 찾은 미륵봉 기도터는 초입에 들어서면서부터 묘한 서늘함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무더운 날씨에 험한 산세를 오르내리느라 땀을 너무 많이 흘린 탓인지, 아니면 수풀 사이 좌대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머리 네 개 달린 기괴한 석조 불두와 눈이 마주쳐서인지 알 수 없었다.
긴 풀들을 헤치고 내려가니 용 조각이 새겨진 석조 기단 위에 관음보살상과 입불상 두 기가 나란히 서 있었다. 두 불상 사이에는 '국립공원 내 무속행위 등 금지'라고 적힌 현수막이 묶여 있었다. 이 불상들 또한 신원미상의 누군가가 사적으로 가져다 놓은 기물들이라고 했다.

조각된 바위들을 지나치자 무속인들이 기도를 드리던 자연 동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창하고 맑은 날이었음에도 음지 특유의 스산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영화 <파묘>의 한 장면 같다는 말이 절로 터져 나왔다. 사진으로 확인한 철거 전 동굴 안은 주전자와 촛불 흔적, 각종 무속 기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으나, 지금은 대부분 정리된 상태였다. 다만 안쪽 깊숙한 곳에 석재 제단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동굴 바깥으로는 미처 수거되지 못한 자잘한 기물들이 뒹굴었다.
관계자는 "철거 전 이 공간에서 기도하던 분을 직접 만났다"며 "필요한 건 다 가져가시라고 했는데 본인은 필요한 게 없다고 하셨다. 챙겨갈 수 있는 건 챙겨가셨고, 나머지는 폐기물 처리했다"고 말했다.
미륵봉의 기물들과 목재 평상 등은 이번 대집행으로 대부분 철거됐지만, 불상 등 공작물은 이번 철거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향후 양산시가 행정절차를 거쳐 처리할 예정이다. 바위에 새겨진 조각들은 석공을 동원해 직접 깎아내야 하는 작업이라 완전히 지워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9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된 이번 정비 작업에는 연인원 160명이 투입됐다. 금정산국립공원사무소 67명과 지리산경남사무소 지원 인력 9명, 용역업체 56명, 양산시 공무원 28명이 힘을 모았다. 마지막 날인 15일에는 국립공원 대형 헬기(KA-32T) 1대가 동원돼 65마대 분량, 약 40톤의 폐기물을 산 아래 집하지로 날랐다.

사실 미륵봉 일대는 이번이 두 번째 정비다. 약 15년 전에도 양산시가 한 차례 행정대집행을 단행했으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불법 시설은 어느새 다시 들어섰다. 끈질긴 무단 점유 역사를 끊기 위해 사무소는 이번에 정비한 두 곳에 출입 통제 시설과 현수막을 걸고, 주 1회 도보 순찰과 드론 감시를 병행하며 철저한 사후 관리에 돌입할 예정이다.
◆ 불법 시설 60건…이제 시작이다
이번 철거는 금정산 전체 관점에서 보면 첫 단추에 불과하다. 공단과 지자체가 진행 중인 불법 시설물 전수조사에서 현재까지 파악된 건수만 총 60여 건에 달한다. 이행강제금 부과 건수가 아니라 실제 적발된 시설물의 개수다. 연내 완료를 목표로 8개 지자체와 전수조사를 계속하고 있어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소유자가 분명한 시설은 자진 철거를 유도하되, 불응할 경우 예외 없이 행정대집행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물리적 시설뿐만 아니라 그물망처럼 얽힌 800여 개의 탐방로를 법정과 비법정으로 구분해 정비하는 거대한 숙제도 남아 있다. 현재 공식 집계된 탐방로가 300개, 등산객들의 발길에 다져져 생겨난 비공식 샛길이 500개나 더 존재한다. 다른 산에 비해 금정산이 많은 편에 속한다고 한다. 탐방로가 무분별하게 확장될수록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하는 맨흙이 드러나 산림 황폐화가 극심해진다. 하지만 무턱대고 길을 막기에는 자신만의 단골 루트가 없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 등산객들의 반발과 민원도 만만치 않다. 직접 다녀보니 자연도 자연이지만, 무엇보다 실족사고 등 안전이 우려됐다.
이를 조율할 금정산 전체 보전관리계획은 올해 연말쯤 최종 수립될 예정이다.

변화는 행정 시스템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립공원 지정 구역에서 금정산성 일대의 기존 음식점 지구는 제외됐지만, 공원 구역 안의 법적 테두리는 한층 촘촘해졌다.
우선 비법정 샛길 통행이 전면 금지되고 취사와 야영도 불가능하다. 반려동물과의 동반 입장이나 흡연 또한 허용되지 않는다. 등산객들 사이에서 백패킹 성지로 통했던 파리봉의 텐트 군락도 이제는 불법 야영 단속 구역이다. 도심과 가깝다는 이유로 누구나 쉽게 접근해 라면을 끓여 먹고 텐트를 치던 친숙한 야산이, 이제는 개인이 마음대로 소비하는 사적 휴양지가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물려줘야 할 공공의 자연 자산이라는 사회적 합의의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하산길, 바위에 가만히 앉아 있는 고양이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다. 누군가 유기한 것인지 원래 산에 살던 녀석인지 알 길은 없었다. 국립공원공단은 국립공원 내 살고 있는 들고양이 중성화 수술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산은 깊고 조용했다.
금정산국립공원 지정 두 달째, 금정산은 이제 막 수십 년 묵은 무질서의 숙제들을 하나씩 꺼내 들며 거대한 보존의 시간 속으로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