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단기 조정인가 추세 전환인가
증권가 “7,000~7,150선 지지 여부 관건… 추세 훼손은 아냐

장중 사상 처음으로 8,000선을 돌파하며 환호했던 코스피 시장이 불과 반나절만에 매서운 ‘버블 붕괴’ 경고음에 휩싸였다. 미·이란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촉발한 글로벌 국채금리 급등세가 증시를 비롯한 자산 가격을 끌어내리는 ‘중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18일 오전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9.89포인트(0.67%) 내린 7,443.29로 하락 출발한 뒤 낙폭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오전 9시 5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146.92포인트(1.96%) 하락한 7,346.26을 기록하며 7,300선을 위협받고 있다. 매도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앞서 코스피는 지난 15일 장중 8,046.78포인트까지 치솟으며 사상 첫 ‘8000 시대’를 열었으나, 불과 25분 만에 급락세로 반전해 당일에만 6.12% 폭락한 7,493.18에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조6,610억원, 1조7,336억원어치를 투매한 영향이 컸다. 외국인은 이날까지 7거래일 연속 ‘팔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개인투자자들이 7조2,291억원어치를 받아내며 하단을 지지했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운 주범은 지난주 말 뉴욕증시의 일제 하락과 매크로(거시경제) 환경 악화다. 현지시간 15일 뉴욕증시는 다우(-1.07%), S&P500(-1.24%), 나스닥(-1.54%)이 일제히 조정을 받았다. 한 달간 이어진 AI발 급등에 따른 고점 부담 속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탓이다. 엔비디아(-4.42%), 마이크론(-6.69%), AMD(-5.69%) 등 AI 반도체 대장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미·이란 전쟁의 종전 기대감이 꺾인 점이 뼈아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방중 회담을 가졌으나 뚜렷한 조치 없이 종료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심리적 임계선인 4.5%를 뚫고 4.60%까지 치솟았고, 브렌트유 선물 역시 배럴당 109.26달러로 고유가 사태를 심화시켰다.
글로벌 금리가 주요 박스권을 돌파하면서 국채 수익률 상승이 주식 시장을 위축시킬 것인가를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뜨겁다. 씨티그룹은 S&P 500 지수의 완만한 조정은 타당해 보이지만, 미국 시장의 금융 여건이 본격적인 투매(셀오프)를 유발하거나 강세장을 끝낼 만큼 긴축되지는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한국 증시의 상황에 대해서는 일부 다른 판단을 내렸다. 씨티그룹은 최근 투자 노트를 통해 한국 코스피 시장의 과열 징후와 글로벌 금리 상승에 따른 리스크 확대를 이유로 코스피 지수에 대한 낙관적 투자(롱 포지션) 규모를 축소하고, 보유 물량의 절반을 매도해 이익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코스피는 2026년 들어 현재까지 74%라는 경이적인 상승세를 기록하며 올해 글로벌 증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상승세는 인공지능(AI) 수요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반도체 및 기술주가 주도했다. 씨티그룹은 이번 포지션 축소가 반도체·기술주 거래가 완전히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리스크가 포지션의 일부에서 이익을 확정해야 할 만큼 충분히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 역시 이번 급락을 전대미문의 상승에 따른 ‘기술적 조정’이자 과열 식히기 과정으로 보면서도, 지지선 구축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주 코스피 예상 밴드를 7,000~7,150포인트로 제시하며 “주 초반에는 단기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매수세가 유입되겠지만, 당분간 미국 연준의 4월 FOMC 의사록 공개 등 매크로 이벤트에 종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AI 투자 확대 등 기존 상승 재료가 훼손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급락 이후에도 코스피와 반도체 주가는 여전히 20일·60일 이동평균선 위에 있다”며 “극단적 과열이 높은 과열로 내려왔을 뿐, 반도체 중심의 과밀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노 애널리스트는 구체적인 기술적 지지선으로 7,000~7,150선(38.2% 되돌림선 및 20일선 부근)을 제시했다. 그는 “50% 되돌림선인 6,920포인트 이탈 여부가 과밀 해소에서 ‘추세 검증’으로 넘어가는 경계선이 될 것”이라며, 6,900선이 붕괴되고 환율·금리가 추가 급등한다면 조정의 성격이 포지셔닝 충격에서 추세 하락으로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 조정을 거시적 ‘버블 붕괴’의 관점에서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과 같은 증시 버블 국면에서 금리상승은 모든 자산을 먹어 치우는 ‘중력’이 된다”며 “지난 120년 역사상 3번의 버블 붕괴(1929년 대공황, 1966년 자본주의 황금기 정점, 2000년 닷컴버블)는 모두 금리상승이 촉발했다”고 경고했다. 금리가 실물시장을 타격하면 현재의 ‘AI 투자’마저 중단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애널리스트는 금리 상승을 유발하는 핵심 고리인 ‘유가’에서 힌트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1999년 닷컴버블 당시 연준의 첫 긴축기에는 단기 조정 후 나스닥이 오히려 2배 폭등했던 사례를 들며, 진짜 붕괴와 단기 조정을 가르는 임계점으로 유가 120달러선을 지목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중동 리스크로 유가가 120달러를 돌파해 증시가 본격적으로 발작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한 개입(유가 하락 압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오히려 최악의 상황에서 투자 기회가 생기는 어려운 일들을 투자자들이 또 다시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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