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기인데 변동 대출 늘리는 은행들…고정형 금리 상단 7% 넘어

김신영 기자 2026. 5. 1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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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의 한 은행 대출창구를 찾은 시민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신혼집 주택 대출을 받기 위해 지난달 은행을 찾은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금리 종류를 선택하느라 갈등을 많이 했다. 5년 동안 금리가 고정되는 대출은 금리가 연 4.85%, 변동형 대출은 금리가 4.03%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 일단은 변동금리를 선택하기로 했다. 금리가 조만간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고정 금리를 선택하기엔 금리 차이가 너무 크더라”고 했다.

중동 전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며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의 변동금리 가계 대출 규모가 최근 크게 증가해 차주의 이자 부담이 불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이는 대출 금리에 반영된다.

◇변동금리 주택 대출, 세 배로 증가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새로 나간 은행 가계 대출 중 변동금리 비율은 64.5%로 1년 전 42.1%에 비해 22%포인트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 금리 비중은 39.2%로 전년 11.8%보다 27%포인트 불어나 세 배 넘는 수준으로 커졌다. 매월 금리가 조정되는 변동금리 대출은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한국은행

금리 인상기에 이자가 갑자기 증가해 부도가 급증하는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금융 당국은 고정금리 비중 확대를 유도해 왔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은행들이 변동금리 대출을 오히려 늘리는 상황이다. 전체 잔액 중 변동금리 비중 또한 54.0%로 1년 전보다 0.9%포인트 커졌다.

◇은행 고정형 대출 금리, 변동 위로 ‘역전’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며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조만간 올릴 수 있다는 ‘신호’를 잇따라 발신하고 있다. 지난 11일 유상대 부총재가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을 고려할 때가 됐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15일 취임한 김진일 금융통화위원도 물가 상승 위험을 고려해 “반 클릭 정도 금리를 높게 가져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고 했다. 한은은 2024년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를 1.0%포인트 인하한 후 지난해 5월 이후 연 2.5%로 유지하고 있는데 물가 상승 위험이 고조돼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도체 특수로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진 점도 한은의 금리 인상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변동형 대출은 금리가 따라 올라가게 된다. 금리 인상기엔 고정금리가 일반적으로 유리하지만 지금 고정형 대출을 선택하기엔 변동형보다 금리가 너무 올라간 상황이다.

한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주택 대출은 고정형(5년 고정) 금리가 연 3.46~5.55%로 변동형(신규 코픽스 연동 기준)의 3.66~5.51%보다 비슷했고, 하단은 오히려 낮았다. 하지만 11월 이후 고정형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18일 기준 고정형 대출 금리는 4.43~7.03%로 변동형 3.63~6.03%보다 훨씬 높아졌다. 6억원 대출을 받을 경우 고정 금리 대출 이자는 월 221만5000원(금리 하단 기준), 변동 금리 이자는 181만5000원으로 차이가 크다. 은행들은 금융 당국의 권고에 따라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꿀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지만, 금리 차이가 벌어지다 보니 금리 인상기를 앞두고도 바꾸는 차주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각 은행

◇만기까지 그대로, 진정한 고정 금리는 ‘극소수’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정 금리 대출 금리가 유독 더 상승하는 현상에 대해 금융계 관계자는 “고정형 대출 금리를 산정하는 장기 채권 금리가 기준금리 인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가파르게 상승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의 대출 금리는 채권 유통 금리에 은행별 전략을 담은 가산 금리를 더해 산정하는데 장기 채권 금리가 워낙 많이 오른 영향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고정형 대출 금리 산정 지표인 5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2월 3.73%에서 3월 3.90%로 0.17%포인트 오른 반면 변동금리 대출의 지표인 코픽스 금리는 2월 2.82%에서 3월 2.81%로 하락했다.

/금융투자협회

한은이 ‘고정금리’로 분류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대부분 5년 후엔 금리가 조정되는 ‘혼합형(5년 후 변동금리 전환)’ 혹은 ‘주기형(5년 후 이후 5년 금리 재산정)’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고정금리 대출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경우 장기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10% 미만이며, 한국처럼 5년 후에 금리가 변할 경우엔 변동금리 대출로 넣는다. 보금자리론 등 일부 정책형 주택대출을 제외하면 한국 주택 대출은 선진국 기준으론 변동 금리 대출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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