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필증 받았지만 교섭 거부… 레미콘 기사들의 싸움은 현재진행형
“우린 사실상 노동자” 4년 3개월 싸워 전국 노조 일군 김희기
“퇴직금 달라는 게 아니다, 대화 자리 달라는 것”

1만4천여명에 이르는 레미콘 기사들이 속한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경기지방고용노동지청으로부터 전국 단위 노동조합 설립 신고증을 받았다. 2020년 약 7천명 규모의 경기도 지역 단위 레미콘 기사 노조 필증만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전국 단위로 확대된 것이다.
최근 용인시 처인구 한국노총 레미콘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김희기 사무처장은 이번 결정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레미콘노조 초대 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주요 레미콘 회사를 상징하는 빨간색·녹색·노란색을 활용한 노조 로고를 직접 제작한, 노조 설립을 이끈 인물이다.
김 사무처장은 “레미콘 기사들은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일하지만, 실제로는 레미콘 회사에 소속돼 회사 브랜드에 맞춰 차량 도색을 하고 업무를 수행한다”며 “심지어 회사에 차량을 주차하고 출퇴근 기록까지 관리받는다”고 했다. 이어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기사들은 임금을 지급받는 방식만 다를 뿐 사실상 노동자이기 때문에 ‘특수고용직’이라는 개념이 생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이 인정받는 상황과 달리, 노조 필증을 받기까지는 4년3개월이 걸렸다. 노조는 2021년 12월 설립 신고를 냈지만, 행정당국은 처리를 계속 미뤄왔다.

최근 결과가 나온 배경에는 행정법원이 레미콘노조를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판결(3월3일자 7면 보도)이 꼽힌다. 대법원이 2006년 레미콘 운송기사들의 노동자성을 부인한 지 20년 만에 뒤집힌 판결이다. 그럼에도 사측은 여전히 교섭을 거부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차량 운행 중단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김 사무처장은 지적했다.
그는 “행정부에서도 필증을 내줬고 법원 역시 노조로 인정했지만, 사측은 이번에도 3차례 보낸 교섭 공문을 무시하는 등 해태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속적으로 만나 대화하자고 요구하지만, 사측은 교섭 자리에 나오지 않는다. 결국 차량 운행을 멈추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고, 이후 노동부 등의 압박이 있어야 마지못해 교섭에 나서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류기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 모두가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했다. 김 사무처장은 “노조법상 노동자라는 개념은 퇴직금 같은 근로기준법상 권리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와 교섭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최소한의 의미”라며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게는 모두 노조 설립 필증이 발급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노동3권은 노동자 한사람 한사람이 개별적으로 교섭하기 어려우니 단체로 교섭할 수 있도록 보장하자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목은수 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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