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핵심은 ‘분산투자’인데 포트폴리오 절반이 삼전·하닉…운용사들 ‘삼전닉스’ 집중 편입 경쟁

유재인 기자 2026. 5. 1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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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쏠림 현상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심화되고 있다. ‘코스피 8000′을 이끈 두 반도체 대표주의 가파른 상승세에 자산운용사들이 두 종목 비중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사실상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집중 투자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영향이다. 시장에서는 본래 분산투자를 내세운 ETF가 ‘삼전닉스 테마주’처럼 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트폴리오 절반이 삼전·하닉…ETF 이름까지 ‘삼전닉스’로 바꾼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KODEX AI반도체’ ETF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을 각각 25%씩 담을 수 있는 구조로 전면 개편했다. 기존에는 개별 종목 비중 제한이 20% 수준이었지만, 이를 완화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을 더 늘릴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꿨다. 해당 ETF 내 두 종목 비중은 최대 50%까지 확대됐다. 상품명 또한 기존 ‘KODEX AI반도체’에서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로 변경했고, 편입 종목 수도 기존 24개에서 최대 15개 수준으로 줄였다.

최근 운용사들이 반도체 중심 ETF를 잇따라 출시하고 관련 상품 내 비중까지 확대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ETF 시장 영향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18일 기준 국내 ETF 1107개 가운데 삼성전자를 편입한 ETF는 391개, SK하이닉스를 편입한 ETF는 386개로 집계됐다. 전체 ETF의 약 3분의 1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에는 종목 내 삼성전자·SK하이닉스 편입 비중 자체도 커지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ETF에 대해 10개 종목 이상 분산 투자와 동일 종목 30% 이하 편입 원칙을 두고 있지만, 최근에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거나 레버리지 상품등을 중심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편입한 ETF 391개 가운데 삼성전자 비중이 30%를 넘는 상품은 59개에 달했다. 가장 비중이 높은 상품은 ‘TREX 펀더멘탈 200’ 으로, 삼성전자 비중이 37.6% 였다. SK하이닉스를 가장 많이 담고 있는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 ETF는 하이닉스 비중이 49.5%에 달했다.

최근에는 반도체 랠리에 맞춰 ETF 이름 자체에 ‘TOP’, ‘AI’, ‘반도체’ 등을 붙이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심 전략을 강조하는 흐름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투자신탁운용 또한 기존 ‘ACE AI반도체포커스’ ETF 명칭을 ‘ACE AI반도체TOP3+’로 변경했다.

◇반도체 쏠림 심화…“지수 변동성 더 커질 수도”

시장에서는 ETF가 본래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해 변동성을 줄이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최근 흐름이 과도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독주 장세가 이어지다 보니 운용사들도 사실상 삼전·하닉 비중 확대 경쟁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이달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까지 예정된 만큼, 향후 ETF 시장 내 두 대형주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까지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사전교육 과정에는 5만 9716명이 수료했다.

전문가들은 ETF 시장 내 반도체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경우 국내 증시 변동성 또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최근처럼 ETF 자금 유입이 급증하는 국면에서는 대형주 중심 수급 쏠림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장세는 국내 증시 거래대금 가운데 ETF 비중이 과거 대비 크게 높아지면서 대형주 중심으로 가격 변동이 과격하게 나타나는 구조”라며 “반도체를 제외한 종목들은 지수 상승의 낙수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소외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최근 “반도체 중심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경우 관련 종목 조정만으로도 지수 전체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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