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전쟁, 다음 관문은 '수익화'…반도체 슈퍼사이클 지속성 시험대

윤영숙 기자 2026. 5. 18.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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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평사 피치, 수익화 지연 땐 신규 투자·주문 둔화 가능성

하이퍼스케일러 CAPEX 급증에 회사채 조달 급증…반도체 수요 지속 가능성 주목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인공지능(AI)이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의 관심이 점차 투자 규모에서 수익화 여부로 이동하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AI 가속기 수요를 밀어 올리는 동안 반도체 업계는 구조적 성장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다만 AI 서비스가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할 경우 현재의 투자 속도가 둔화하고, 그 충격은 반도체 신규 주문 감소로 먼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의 HBM4의 16단 내부 구조를 보여주는 모형 전시물[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피치 "AI 반도체 사이클, 전통 업황 위에 구조적 성장 더해져"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2026 미디어 브리핑'에서 현재 AI 주도 반도체 사이클을 전통적 업황 사이클 위에 구조적 성장 추세가 더해진 흐름으로 평가했다.

셸리 장 피치 아시아태평양 기업 담당 디렉터는 "현재 AI 주도 반도체 사이클은 전통적인 산업 사이클 위에 구조적 성장 추세가 더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기업용 AI와 임베디드 AI를 중심으로 AI 서비스 매출 기대가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투자는 단순히 칩 수요만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면 그래픽처리장치(GPU), HBM 등 고성능 반도체뿐 아니라 전력, 네트워킹, 냉각 설비가 함께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AI 인프라 투자는 반도체를 넘어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장비·부품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피치는 이러한 흐름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산업의 중기 성장세를 지지할 것으로 봤다. 특히 AI 메모리 노출도가 높은 업체에는 긍정적이다.

실제 피치는 최근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면서 HBM 시장에서의 강한 지위와 지속적인 AI 수요, 수익성 개선, 현금흐름 강화, 재무구조 개선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업체 입장에서는 AI 인프라 투자가 당분간 핵심 수요 기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 HBM뿐 아니라 서버용 D램, 고용량 낸드, 고성능 패키징 기판 등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부품 수요가 동반 확대되고 있어서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2025년 회사채 발행액 급증[출처: iM증권 보고서]

◇ 하이퍼스케일러 투자 부담 확대…회사채 조달도 급증

그러나 AI 투자 사이클이 길어질수록 하이퍼스케일러의 재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iM증권에 따르면 아마존과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미국 주요 하이퍼스케일러 5개사의 지난해 합산 회사채 발행액은 1천21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5년 평균의 4배가 넘는 규모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이 회사채 시장으로 향하는 것은 AI 투자가 내부 현금흐름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로 커졌다는 의미다.

보고서에 따르면 하이퍼스케일러 5개사의 합산 자본지출은 2021년 1천271억달러에서 2024년 2천241억달러, 2025년 3천787억달러로 늘어난 데 이어 2026년 6천857억달러, 2027년 8천707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잉여현금흐름은 2027년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영업현금흐름이 자본지출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회사채 발행의 만기가 길어지는 점도 눈에 띈다.

알파벳은 지난 2월 100년 만기 파운드화 회사채를 발행했고, 아마존도 최장 25년 만기 트랜치 발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iM증권은 AI 인프라에서 얻을 미래 현금흐름과 부채 조달의 만기를 맞추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회사채 조달 증가는 AI 투자의 장기화 신호이면서 동시에 수익화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과거 빅테크의 회사채 발행은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등 주주환원 재원 마련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투자 자체가 현금 소진의 중심축으로 부상했다.

AI가 실제 현금흐름을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면 투자 부담은 신용등급과 조달비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iM증권은 "아직까지는 영업현금흐름으로 CAPEX를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나 CAPEX 확대가 수익 확보와 맞물리지 않는다면 자본지출에 대한 불확실성 증가와 함께 지출 부담이 스트레스로 발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퍼스케일러 5개사 CAPEX 추이 및 전망치[출처: iM증권 보고서]

◇ AI 구조적 수요에도 메모리 공급과잉 리스크는 여전

전통적인 반도체 업황 리스크도 사라지지 않았다.

피치는 AI가 뒷받침하는 구조적 수요가 강하더라도 반도체와 메모리 산업 특유의 고강도 자본투자, 긴 증설 리드타임, 공급 과잉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봤다.

수요가 강할 때 집행된 투자가 실제 공급으로 나오는 시점에는 업황이 달라질 수 있고, 이는 메모리 가격 조정과 실적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략적·지정학적 요인이 투자 사이클을 연장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 각국의 반도체 공급망 내재화 정책, 데이터 주권 강화 움직임은 AI 인프라 투자를 단순한 경제성 논리 이상으로 밀어 올리고 있다.

다만 피치는 이러한 요인이 장기적인 경제적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핵심은 AI 투자가 계속되느냐가 아니라 현재 집행되는 투자 규모를 정당화할 만큼의 매출과 수익률이 실제로 나오느냐다.

채권시장에서도 테크 기업 쏠림은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iM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비금융 회사채 시장에서 테크 기업 비중은 2025년 9.6%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됐다. 테크 기업의 발행 비중이 커질수록 회사채 투자자 입장에서는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가 약화할 수 있다.

미국 투자등급 전체 크레딧 스프레드와 테크 섹터 스프레드 간 상관관계도 2020년 이후 1에 가까워지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 5개사 합산 FCF 예상치[출처: iM증권 보고서]

◇ 관건은 수익화…늦어지면 신규 CAPEX·반도체 주문부터 흔들

AI 투자전쟁은 여전히 반도체 산업의 가장 강력한 성장 동력이다. 그러나 시장이 던지는 질문은 달라지고 있다.

얼마나 많은 GPU를 사고, 얼마나 많은 데이터센터를 짓느냐가 아니라 그 투자가 얼마나 빨리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회수될 수 있느냐다.

피치도 현재 투자 사이클의 지속성이 결국 최종 수요와 AI 서비스의 대규모 수익화 여부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장 디렉터는 AI 수익화가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압박은 기존 데이터센터 수요의 급격한 위축보다는 신규 자본지출 둔화와 신규 주문 감소 형태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는 반도체 업계에는 중요한 경고다.

이미 구축된 데이터센터의 운영 수요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빅테크가 신규 투자 속도를 늦추면 반도체 업체들이 체감하는 주문 모멘텀은 빠르게 둔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장은 AI 투자 확대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엔비디아 GPU 확보 경쟁, HBM 공급 부족,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가 반도체 업황 회복의 핵심 근거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제는 막대한 AI 투자가 실제 서비스 매출과 수익률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AI 서비스의 수익화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더 길어질 수 있다. 반대로 수익화가 지연되면 하이퍼스케일러의 신규 CAPEX와 주문이 먼저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BNK투자증권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설비투자 상향 추세가 3월 이후 주춤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 하반기 AI 메모리 반도체들의 모멘텀이 둔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ysyoon@yna.co.kr<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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