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단백질분해제, 美FDA 첫 허가 획득...K바이오 후발주자는?

임정요 2026. 5. 18.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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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6년05월10일 08시1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미국 아비나스의 프로탁(PROTAC) 기반 신약 '배파누'(Veppanu)가 표적(타깃)단백질분해제(TPD) 분야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고무적인 소식임에도 아비나스 주가는 발표 당일 7% 내외의 움직임을 보인 이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지근한 시장 반응의 이유로 배파누가 허가받은 유방암 변이 환자 인구수의 한계 및 기존 치료제 대비 뛰어나지 않은 약효가 꼽히고 있다. 다만 TPD라는 신규 모달리티가 임상시험 현장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은 앞으로 치고나갈 후발주자들에게 좋은 소식임에는 틀림없다. 이에 따라 TPD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기업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초기연구~임상 1상 단계 국내사들

국내 상장사 가운데 △유한양행(000100) △한미약품(128940) △SK바이오팜(326030) △제넥신(095700)이 TPD 관련 초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까지 시장에 많이 알려진 TPD 기술은 '프로탁'과 '글루'이며 대부분 저분자물질(스몰몰레큘) 기반 TPD 기술로 전해진다.

과거 아비나스에서 연구를 진행한 최재현 제넥신(095700) 대표는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번 FDA 허가로 프로탁 플랫폼의 기술력이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며 "단지 ESR1 변이를 가진 환자에 한정해 허가를 받은 것이 한계"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창업했던 이피디테라퓨틱스가 지난 2024년 제넥신에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제넥신의 연구개발(R&D) 대표로 선임됐다. 현재 회사의 TPD 파이프라인 개발 및 사업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 대표는 "배파누의 경쟁 약물로 SERD 계열의 제품들이 있다. 이들의 역효가 워낙 좋다보니 (배파누가) 월등히 능가함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앞으로 다른 적응증으로 넓혀가면 프로탁의 효능을 보다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가 언급한 SERD 계열 약물은 에스트로겐을 분해하는 경구 약물로 파악된다. SERD 계열 약물은 지난 2002년 FDA 허가를 획득한 주사제 풀베스트란트(fulvestrant)의 대체제로 부상한 유방암 치료제로 배파누와 마찬가지로 ESR1 변이 환자군을 타깃한다.

SERD 계열로는 가장 먼저 지난 2023년 메나리니의 오서두(Orserdu)가 FDA 허가를 받았다. 일라이릴리의 인루리요(Inluriyo)는 지난해 FDA의 허가 받았다. 이번 화이자와 아비나스의 배파누는 세번째 주자인 셈이다. 앞으로 로슈 등도 경쟁약을 내놓을 예정인 만큼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제넥신은 저분자 TPD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신규 플랫폼인 바이오프로탁(bioPROTAC)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이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약물의 형태를 띄며 기존에 알려진 TPD의 작용기전과 동일하지만 저분자화합물이 분해하지 못하는 것까지 분해한다.

제넥신의 메인 TPD 파이프라인 'GX-BP1'은 SOX2을 선택적으로 분해한다. 이는 저분자화합물로는 결합이 불가능한 타깃이라 차별점을 가진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현재 고형암 대상 파이프라인을 2개 보유하고 있다"며 "메인 파이프라인 GX-BP1의 적응증은 폐암"이라고 말했다.

이어 "GLP 독성 등 전임상 단계(IND Enabling) 패키지까지 확보했다"며 "당초 전임상에서 글로벌로 기술이전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최근 인체 대상 개념검증를 요구하는 추세인 만큼 연구자 임상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프로탁과 글루를 비교하는 질문에 "글루가 프로탁보다는 더 심플한 콘셉트로 최근 2~3년간 글루 방면으로 많은 R&D가 이뤄졌다"며 "다만 현재 임상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루가 프로탁 보다 대세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없어 보인다"고도 말했다.

대형사들 어디까지 와있나

전통제약사 중 R&D 투자 규모가 가장 큰 유한양행(000100)과 한미약품(128940)도 TPD를 눈여겨 보고 있다. 국내 제약사 중 유일하게 FDA 신약허가를 받은 저분자 폐암 치료제를 내놓은 유한양행은 올해 초 뉴 모달리티 부문을 신설하며 TPD 중심의 신규 R&D 계획을 밝혔다. TPD 관련 선구 기업인 미국 카이메라테라퓨틱스에서 R&D 이력을 보유한 조학렬 전무를 영입해 총대를 맡겼다.

조학렬 유한양행 뉴모달리티 전무는 "프로탁은 원하는 리간드가 있어야 E3와 화학적 가교를 만들 수 있다"며 "반면 글루는 리간드를 찾을 수 없는 바인딩 타깃이 없는 대상과도 E3를 접착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글루는 전형적인 스몰몰레큘이라 분자 크기가 작아 유리한 점도 있다"며 "다만 그런 글루를 찾기가 힘들고 찾은 후에도 약효를 향상시키는 것도 쉽지 않아서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이 접근하는 포괄적인 TPD 방향성으로 근접 유발 치료가 꼽힌다. 이 중에는 세포 바깥에서 바인딩하는(묶는) eTPD(extracellular)도 있다.

조 전무는 "보통 세포 안에 있는 단백질을 프로탁이나 글루로 분해하지만 세포 밖에도 항암에서는 리셉터, 면역학에서는 사이토카인 등이 있다"며 "그것을 TPD처럼 분해시키는 방법을 유한도 하려고 한다. eTPD는 스몰몰레큘로도 할 수 있고 항체로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TPD와 관련해 계열내 최고 신약(Best In Class) 전략을 밀고 있다. 유한양행은 TPD, eTPD를 내부적으로 연구하고 글루와 차세대접근유도제(TPC)와 관련해 혁신신약 기업들과 협업을 타진하고 있다. 연구개발 단계는 독성 연구 전의 초기단계로 파악된다.

조 전무는 "이번 아비나스의 배파누 허가는 대부분 사람들이 허가 받을 것을 알고 있었고 돈이 별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새로운 모달리티가 임상현장에서 약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보여준 것이라 모든 TPD 연구기업들에게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가장 먼저 글로벌 빅파마 기술이전을 이뤄 한국 신약 R&D의 역사를 새로 쓴 경험이 있는 한미약품도 TPD 파이프라인을 보유했다.

한미약품의 경우에도 연구 단계는 초기로 알려졌다.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 총괄(전무)은 "TPD는 치료가 어려운 대상인 언드러거블 타깃(undrugable target)에 접근하기 위해 중요한 차세대 모달리티"라며 "현재 한미약품도 EP300에 적용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독성 단계에 진입 전인 만큼 사업보고서에 기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파누는 임상 설계 및 대상 환자군의 한계로 TPD에 일반적으로 적용되기는 어려운 사례"라고 말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자체 R&D로 저분자신약의 FDA 인허가를 받아낸 경험이 있는 SK바이오팜(326030)은 미국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와 투트랙으로 글루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p300 타깃 항암제 파이프라인은 60% 지배력을 가진 미국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에서 개발하고 VAV1 타깃 중추신경계질환(CNS) 파이프라인은 SK바이오팜이 연구하고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당사의) CNS 전략 중 질병진행 억제 치료가 있으며 TPD로 탐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도전 TPD 혁신기업은 어디

TPD 신약 개발 진도 면에서는 상장사들보다도 앞으로 상장에 도전할 혁신신약 개발사들이 앞서 있다. 국내 바이오텍들 가운데 △유빅스테라퓨틱스 △사이러스테라퓨틱스 △핀테라퓨틱스 △프레이저테라퓨틱스 등이 언급된다.

유빅스테라퓨틱스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TPD의 인체 대상 임상 1상을 개시했다. 혈액암 타깃인 BTK를 분해하는 내용으로 프로탁 파이프라인 UBX-303-1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서보광 유빅스테라퓨틱스 대표는 "배파누의 승인 자체가 프로탁이 환자의 미충족 의료수요를 고려해 사용될 수 있는 약이 생겼다라는 것"이라며 "시판 될 수 있는 모달리티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또 "(당사의) 선두 파이프라인이 임상에 들어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안전성뿐만 아니라 효능도 같이 확인하고 있다. 기존 BTK 저해제는 내성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에 비해 프로탁은 이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강점을 가진다"고 말했다.

유빅스테라퓨틱스는 유한양행에 기술이전했던 파이프라인을 반환받고 여파로 올해 3월 코스닥 예비심사 단계에서 자진철회를 선택했다. 유빅스테라퓨틱스는 상장 재도전 일정을 특정하지 않고 '준비가 되었을 때 재신청하겠다'는 계획이다.

유빅스테라퓨틱스는 SK바이오팜과 공동도출한 물질에 대해 전임상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 유빅스테라퓨틱스는 향후 협력을 넓혀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음으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주자로 사이러스테라퓨틱스가 꼽힌다. 사이러스테라퓨틱스의 글루 파이프라인 'CYRS1542'는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 전립선암 등 고형암을 대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FDA에서 임상시험계획을 승인을 받았다. CYRS1542는 지난해 12월 한국에서 첫 환자 투여를 시작해 임상 1a상을 진행하고 있다.

사이러스테라퓨틱스 관계자는 "최근 코호트 2의 경구투여를 시작했다"며 "오는 6월 중순~말쯤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하반기에 기술성 평가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테라퓨틱스 또한 글루 파이프라인 'PIN-5018'의 국내 임상 1a상을 진행하고 있다. PIN-5018은 CK1α를 선택적으로 분해하며 침샘암, 전립선암, 대장암 등 3개 고형암이 우선 적응증으로 파악된다. 글루로 고형암 대상 인체임상을 진행하는 것은 핀테라퓨틱스가 세계에서 최초로 알려졌다.

조현선 핀테라퓨틱스 대표는 오는 5월 29일~6월 2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암학회 'ASCO'에서 PIN-5018과 관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핀테라퓨틱스 관계자는 "오는 9월쯤 안전성과 일부 유효성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종양사이즈의 축소 등을 보일 경우 물질의 가치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술이전이나 공동연구개발 등 사업개발(BD) 실적을 쌓아 하반기에 기술성평가를 넣으려 한다"고 말했다.

아직 물질도출 단계에 있지만 상장을 준비하는 프레이저테라퓨틱스도 주목받고 있다. 연구개발 단계는 타사 대비 느리지만 미국 빅파마의 지분투자를 받고 공동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다.

프레이저테라퓨틱스는 지난해 4월 290억원 규모 시리즈 B 라운드에 존슨앤드존슨의 벤처캐피탈 조직인 JJDC로부터 약 40억원의 지분투자를 받았다. 올해 1월에는 존슨앤드존슨과 퇴행성신경질환 타깃에 대한 차세대 TPD 전략적 공동연구개발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규모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프레이저테라퓨틱스 관계자는 "당사의 기술은 프로탁이나 글루로 분류하기 어렵다"며 "글루와 프로탁의 장점을 취합한 하이브리드 모달리티이며 TPD 내에서 계열 내 최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분자물질로 세포내, 세포막에 있는 단백질을 분해한다"며 "프로탁은 원하는 타깃, 즉 바인더만 있으면 디자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글루는 스크리닝 결과 나오는 단백질이 실제로 신약개발에 매력적인 단백질일 경우 개발을 진행한다"며 "(프레이저는) 프로탁처럼 논리적인 디자인이 가능하며 글루처럼 분자량이 낮고 약물성을 개선해 하이브리드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레이저테라퓨틱스는 아직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있다. 플랫폼 기술은 동물에서의 기초 독성 연구에서 큰 독성을 보이지 않았다.

프레이저테라퓨틱스 관계자는 "정확한 타임라인은 바뀔 수 있지만 올 하반기에 기술성평가를 넣고 상반기에 IPO를 하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임정요 (kaylal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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