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계륵 된 ‘카드사’ 다시 은행에 합쳐질까[김보형의 뷰파인더]
부업(카드론)은 고금리 '이자장사' 지적
카드사 차라리 은행에 합치자는 시각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월 3일 X(옛 트위터)에 “법정 허용치를 초과하는 불법 대부는 무효로 갚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썼다. 이 대통령이 거론한 불법 대부는 연 이자율 60%를 초과하는 초고금리 대부 계약이다. 2024년 말 개정된 대부업법에 따르면 연 이자율이 60%를 초과하는 대부 계약은 계약 자체가 무효다. 계약이 무효가 되기 때문에 돈을 빌려준 사람은 이자는 물론 원금도 돌려받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은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문턱을 낮춘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2026년 4월 28일)를 언급한 것이지만 카드업계는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카드사들은 중·저신용자들에게 연 14~18%에 달하는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카드론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전업 카드사 관계자는 “전체 신용카드 가맹점의 96%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아 본업(가맹점 수수료)에서는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며 “카드론 금리까지 내리면 카드사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라고 했다.
은행계 카드사 실적 ‘뚝’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가계대출 규제 여파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조달금리가 치솟은 가운데 이 대통령의 금리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카드사들은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여 있다.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의 경우 과거처럼 은행으로 흡수합병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금융지주 카드사 중 규모가 가장 큰 신한카드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감소한 1154억원에 그쳤다. 희망퇴직 실시에 따른 일회성 비용 증가 때문이라는 설명이지만 2024년 1분기(1906억원), 2025년 1분기(1357억원) 등 신한카드의 순이익은 매년 쪼그라들고 있다. 신한카드는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반등을 꾀하고 있다. 이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2443명이었던 신한카드의 직원 수(정규직 기준)는 작년 말 2285명으로 1년 새 158명 줄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2024년 12월과 지난해 6월에 이어 올초에도 희망퇴직을 받았다. 신한카드는 2024년 말 224억원이었던 성과급도 작년엔 7100만원으로 급감했다. 사실상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은 셈이다. 최근에는 서울 을지로 본사(파인에비뉴 A동) 매각도 추진 중이다. 2020년 약 5215억원에 인수한 이 건물의 현재 시세는 7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카드업계에서는 신한카드가 본사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희망퇴직 등 추가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카드사의 부진은 금융지주 실적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신한금융 전체 순이익에서 신한카드의 비중은 2024년까지 10%에 달했지만 올 1분기에는 7%까지 떨어졌다. 1분기만 놓고 보면 신한투자증권 순이익(2884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KB국민카드와 하나카드, 우리카드 등 다른 금융지주 카드사들의 실적도 신통치 않다. KB국민카드의 1분기 순이익은 10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2% 늘었지만 KB금융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7.9%보다 2%포인트 넘게 줄었다. 하나카드 역시 5% 수준에 그친다. 우리카드(7.3%)는 나홀로 금융지주 내 순이익 비중이 올랐지만 우리은행의 실적이 부진한 탓이 크다. 우리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16.2% 감소한 5312억원에 그쳤다.
금리인상 가능성도 부담
고금리 여파로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은행과 달리 예금 등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조달금리는 상승하는 추세다. 5월 여신전문금융회사채 3년물(AA+) 금리는 연 4%를 웃돈다. 1년 전(연 3.5~3.7%)과 비교해 높은 편이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당분간 여전채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도 낮다. 오히려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 여파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지난 5월 3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멈추고 금리를 인상하는 것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여전채 등 카드사들의 조달금리는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카드사의 본업인 가맹점 수수료 인상은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작년 전업카드사 8곳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4427억원 감소했다. 신용카드 이용액이 4.1% 증가했음에도 수수료 수익은 뒷걸음친 셈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금융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가맹점 수수료가 늘어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그나마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의 수익원이었던 카드론도 작년부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포함되면서 대출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마땅한 돌파구가 없는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를 과거처럼 은행으로 흡수합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2003년 카드대란 때도 KB국민카드와 외한카드(현 하나카드), 우리카드가 은행에 합병됐다가 2011년 KB국민카드를 시작으로 우리카드(2013년), 외환카드(2014년)가 재분사한 사례도 있다. 한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관계자는 “은행 특화 카드 발급 등 은행 비즈니스와 연계된 사업 외에는 뾰족한 돌파구가 없다”며 “구조조정 등 비용 절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당국 규제·노조 반발 합병 변수
증권과 생명보험, 손해보험사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KB금융지주를 리딩금융에 올려놓은 윤종규 KB금융 고문(전 KB금융 회장)도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업황이 어려운 카드사는 은행과 통합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고문은 “은행에 카드사를 편입하면 (카드사의) 조달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은행 안에 카드사업부문을 배치할지, 별도 자회사로 운영할지 언제든 필요에 따라 결정할 수 있도록 은행과 카드사의 부수업무 제한도 네거티브 규제(안 되는 것 빼고 모두 가능하도록 하는)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JP모간체이스와 씨티 등 미국 주요 은행들은 카드사업을 은행 내 사업부로 두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은행업과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업을 분리 감독하고 있고 은행연합회와 여신금융협회 등 업권 단체도 따로 존재하는 만큼 실제 은행이 과거처럼 카드사를 흡수 합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노조 반발도 변수다. 카드사가 은행의 한 사업부문으로 들어갈 경우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지만 이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파업 등 쟁의 대상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의 결정’까지 확대된 점도 부담이다. 카드사 노조가 기업 합병을 이유로 파업에 들어갈 경우 회사 측의 대응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차라리 카드사가 신사업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도록 부수업무 허용 요건을 완화해주자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당국도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카드사 업무 범위를 확대해 스테이블코인(법정화폐 가치에 연동해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 등 디지털자산 관련 신사업 수행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일각에선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들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을 주도하고 있어 카드사들이 유통 역할만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비관론도 있다. 본업 전망은 어둡고 부업도 막힌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올인하고 있는 4대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이 결단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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