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자증 남성, AI가 '숨은 정자' 8마리 찾아 임신 성공… 7월 말 출산 예정

[파이낸셜뉴스] 자신의 정자로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진단을 받은 무정자증 환자가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움으로 임신에 성공했다.
17일 영국 BBC에 따르면, 미국 컬럼비아대 부속 난임센터 제브 윌리엄스 박사 연구진은 5년간의 연구 끝에 AI 기반 정자 탐지 시스템 '스타(STaR·Sperm Track and Recovery)'를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무정자증 환자의 정액이나 고환 조직에 극미량 남아있는 정자 세포를 AI 영상 분석으로 찾아내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광활한 밤하늘에서 먼 별을 식별하는 데 쓰이던 천문학 알고리즘에서 착안해 이 기술을 설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정자증은 일반적인 정액 검사에서 정자가 단 한 마리도 검출되지 않는 질환으로, 전체 남성의 1%이자 난임 남성의 약 10%가 겪고 있다.
윌리엄스 박사에 따르면, 스타 시스템은 1초에 300장씩 이미지를 촬영하며 세포 파편 속에 숨은 정자를 가려낸다. 표본에 단 한 마리만 있어도 식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실제로 이 기술을 적용한 환자 175명 중 약 30%에서 정자가 확인됐으며, 숙련된 연구원이 수작업으로 찾을 때보다 최대 40배 더 많은 정자를 찾아냈다.
지난해에는 이 기술을 통한 첫 임신 사례가 확인됐다.
신원 보호를 위해 가명으로 소개된 A씨 부부는 2년 넘게 난임으로 고통받았다.
특히 남편 B씨는 X염색체를 한 개 더 가지고 태어나는 유전 질환인 '클라인펠터 증후군' 환자로, 자신의 정자로 아이를 가질 확률이 20%에 불과하다는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정액이 아닌 고환에서 직접 정자를 추출해야 해 일반 무정자증보다 치료가 훨씬 까다로웠다.
B씨는 9개월간 호르몬 치료를 거쳐 고환 조직 적출 수술을 받았다.
채취된 샘플은 윌리엄스 박사 연구실의 스타 시스템에 투입됐고, AI는 B씨의 고환 조직에서 기적적으로 정자 8마리를 찾아냈다.
이후 부인 A씨의 난자와 시험관 수정 시술이 이뤄졌고, 수정란 1개가 배반포 단계까지 정상적으로 발달해 자궁에 무사히 착상했다.
출산 예정일은 오는 7월 말로, 스타 시스템을 통해 태어나는 첫 아기가 될 전망이다.
다만 이 기술이 의료 현장에 전면 도입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시오반 퀸비 영국 워릭대 교수는 장기적인 성공률과 비용 효율성을 입증할 대규모 추가 임상시험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감한 의료 정보 처리와 환자 기밀 보호, 의료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등 윤리적·제도적 장치 마련도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거론된다.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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