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주 1주택' 실거주 유예…"제 계갱권은요?"
집주인 팔겠다면 세입자 '+2년' 사실상 불가
"매물 유도하려다 오히려 주거안정 해쳐"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거래 시 실거주 의무 유예 대상을 비거주 1주택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10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재개된 가운데 '매물 잠김' 가능성이 우려되면서 추가 매물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이다.
▷관련기사:토허구역 '세입자 낀 주택' 연말까지 매수할 수 있다
집 팔려는 '비거주 1주택자'에게도 문 열렸다
그러나 이로 인해 일부 임차인들은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첫 2년'의 전월세 기간을 보내고 있는 경우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만기 후 2년 더 살 수 있지만 매수자도 실거주 의무 유예 기간이 끝나면 입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물 출회를 위한 유도책이 세입자를 내모는 실책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거주 필요하니, 나가주세요"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세 낀 주택을 거래할 경우 기존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 매수자 입주를 유예하는 대상을 '세입자 있는 주택 전체'로 확대하기로 했다. 발표일인 지난 12일 기준 세입자가 있는 주택이라면 모두 실거주 유예를 받을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를 거쳐 실거주 유예를 적용받은 경우 12일 기준 체결된 임대차계약상 최초 계약종료일까지 유예된다. 통상 계약기간을 2년이라고 봤을 때 늦어도 2028년 5월11일 내로는 매수인이 입주를 해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비거주 1주택자 집에 세 들어 사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거주 의무 유예 기한이 '발표일 기준' 임대차계약상 최초 계약종료일까지여서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희망하는 경우 임대인에게 1회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만약 12일 이후 해당 주택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의사가 있다면 매수인 실거주 의무 이행이 불가능해진다. 이 상황에서는 거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국토부 측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발표일 기준 임대차계약상 최초 계약종료일까지만 실거주 의무가 유예되기 때문에 이후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쓰고자 할 때에는 토지거래허가 자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중요한 건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 이행 가능 여부'라는 게 당국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 신청 과정에서 매수인이 실거주가 가능하다는 걸 서명해 줘야 허가가 날 수 있다"며 "(계약갱신청구권 미사용에 관한) 확약서 등을 제출하더라도 위조 등 가능성을 고려해 허가관청에서 구체적인 조사를 통해 (실거주 이행 가능 여부 등) 종합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거안정 해치고 또 다른 갈등 야기"
물론 이는 직접적으로 비거주 1주택자 대상 실거주 의무 유예 조치로 인해 발생하는 폐해는 아니다. 기존 주택임대차보호법상으로도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표시할 경우 임차인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가 된다. 다만 정부가 '실거주 의무'를 요구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이를 유예해 매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서, 이러한 상황에 놓이는 임차인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가 매물 잠김을 우려해 토허구역 내 실거주 의무 유예 조치를 비거주 1주택자까지 확대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오히려 임차인 주거안정을 해치고 임대인과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 A씨는 "역설적으로 임차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라며 "임차인은 최초 2년 계약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는데 이번 조치로 집주인이 매도 의사를 갖는 경우 다른 전셋집을 얻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기존 세입자가 상승분에 대한 부담을 그대로 안고 가야 하는 것"이라며 "이는 결국 주택정책 최대 목표인 저소득층 주거안정을 해쳐 도리어 주거불안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전월세 시장 가격 변동성은 확대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5월 둘째 주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은 첫째 주 0.23%에서 둘째 주 0.28%로 확대됐다. 수도권 변동률도 같은 기간 0.15%에서 0.20%로 커졌다. 특히 중랑(0.10%→0.29%), 성북(0.36%→0.51%), 강북(0.26%→0.40%) 등 서울 외곽지를 중심으로 전셋값 오름세가 가팔라지는 모양새다.
이러한 전월세난 확대 가능성에 대해 정부는 무주택자에게 매수 기회를 열어둔 만큼 오히려 임차 수요가 줄어 균형이 맞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월세에서 공급도 빠지지만 (무주택자가 집을 산다면) 수요도 줄어드는 것"이라며 "시장 밸런스 차원에선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다만 임대차 시장은 신규 수요가 계속해서 진입하는 데다, 주거 선호지역일수록 물건 찾기가 어려운 수급 구조다. 그런 만큼 단순히 무주택 임차인에게 매수 기회가 열렸다고 해서 전월세난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A씨는 "최근 가구 분화 속도가 급증하고 있고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며 "추가 신규 수요까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공급을 늘려도 모자란 상황에서 비거주 1주택자 매물까지 출회를 유도한다면 임대차 시장 불안은 더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희 (kju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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