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30% 달라” K조선 번진 성과급 요구…오히려 좋다는 월가
HD현대중, 조선업 엔비디아 평가
노조 파업 변수…월가 “매수기회”
삼성중, FLNG 독점…마진율 낮아
한화오션, LNG선 매출 70% 차지

최근 만난 서울 여의도 직장인 김 모 과장(37)은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니 노조도 더 많은 돈을 요구한다”며 “삼성전자나 현대중공업이나 인공지능(AI) 수혜로 실적이 워낙 좋으니 노조 리스크도 덮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내놓으라고 회사에 요구 중이다. 파업을 하면 업무 차질로, 요구대로 돈을 줄 경우 이익이 감소한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도 노조 파업 악재가 있어 국내 주식시장 전체 악재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 월스트리트 생각은 다르다. 최근 JP모건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 상장사의 노조 파업은 매수 기회”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삼중 호재’로 주가가 폭등했다가 잠깐 쉬는 중이다. 액화천연가스(LNG)선박 슈퍼사이클에 AI 데이터센터 발전 엔진 수주,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 등이 호재다. 다만 노조와의 협상이 결렬되면 파업으로 인한 비용 증가 악재는 남아 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조선사들은 중동 전쟁 위기와 AI 전력난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독특한’ 수혜주여서 단기 악재를 극복할 강력한 성장 엔진이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전력의 약 60%는 천연가스가 담당한다. AI 수요가 커질수록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LNG선 발주가 늘어 일감이 쌓인다. 최근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설계 인증을 따냈다. FDC는 데이터센터 기능을 하는 해상 구조물을 선박처럼 만드는 것이다. 아직 실적에는 잡히지 않은 신사업이다.
AI 수혜가 예상되자 증권사들이 움직이고 있다. 5월 들어 13일까지 ‘금융투자’(증권사들이 자기 돈으로 투자)가 1000억원 이상 순매수한 종목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목록에 ‘SOL 조선TOP플러스’(1013억원)가 들어가 있다. 이 ETF는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국내 3대 조선사 중심이다. 눈치 빠른 증권사들은 조선 업종 비중을 늘리며 반도체가 힘이 빠지는 시장을 대비하고 있는 셈이다.
지나치게 반도체 비중이 높거나 AI 업종에 간접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들이라면 조선이 ‘톱’ 후보로 떠오른다. 미국에서 조선업이 사실상 미미해 한국 조선사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 역시 국내 조선사들을 매수해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선박 엔진 분야 세계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곳이 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다. 최근 매출과 마진(이익률)이 동시에 성장하고 있다. 블룸버그 기준 현대중공업의 올 2분기 예상 매출은 6조3182억원이다. 2025년 2분기보다 52.4%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엔진사업부 매출은 따로 발라지지 않지만 업계에선 이 사업 영업이익률을 21%대로 추정한다. 현대중공업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률이 15.3%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박 엔진의 뜨거운 인기가 가늠된다. 같은 기간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13.7%, 9.4%였다.
현대중공업의 지난 1분기 매출성장률(전년 동기 대비)도 55%에 달했다. 두 분기 연속 매출성장률이 50%가 넘는 것은 반도체 기업들에나 바랄 수 있는 수치였다. 일각에선 “투자 관점에선 현대중공업이 엔비디아보다 낫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이미 3~4년 치 선박 수주잔량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이는 조선업이 사이클 산업이라 언제든 주가가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감을 잠재운다.
특히 엔비디아는 구글·브로드컴 등 특수 목적형 반도체 업체들의 맹추격을 받고 있지만 K조선사들은 중국 업체들이 대체하기 어려운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 격차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의 2026년 6월 말 예상 잉여현금흐름(FCF)은 9784억원으로 추정된다. 수주잔액도 넉넉하니 앞으로 벌 돈도 많다. 현대중공업이 2026년 들어 5월 8일까지 공시한 공급 계약 규모는 무려 10조7337억원이다. 2025년 연간 매출의 2배 수준이다. 매출 40% 이상이 LNG선으로 추정될 정도로 ‘LNG 특수’가 발생하고 있다.
LNG는 카타르가 세계 최대 수출국이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LNG 수급이 가장 빠른 ‘지름길’이었다. 이곳이 막히고 카타르 LNG 시설이 타격을 받으면서 새 항로에는 같은 양 운반에 2배 이상의 LNG 선박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런 고부가가치 선박은 현대중공업 등 국내 선박 3사가 독점하고 있다.
또 현대중공업은 미 해군 함정 정비(MRO) 사업도 확실하게 확보했다. 최근 3개월 만에 2025년 연간 실적의 3배를 올렸다. 원래 이 사업은 군사 보안 문제로 한국 등 동맹국에만 맡길 수 있다. 중국의 저가 정책 자체가 통하지 않는다. 호재가 겹치면서 최근 이 넘버원 조선사 주가는 급등세다.
증권가에선 삼성중공업이 멕시코만 해상에 설치되는 미국 최초의 FLNG ‘델핀 1호기’ 계약 체결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독점 구도가 이어질 경우 FLNG로만 연간 4조원(DS투자증권 추정)의 매출이 기대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분기에 매출성장률 16.4%를 기록했는데 올 2분기에는 22.4%로 성장률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2분기 예상 매출은 3조2827억원이다.
삼성중공업은 현대중공업이나 한화오션보다 마진율이 낮다. 이는 과거 환율 계약 구조(고환율일수록 실적에 불리)·조선용 철강 계약·성과급 처리 등에서 다른 조선사보다 불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론 반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삼성중공업 이익률이 나홀로 한 자릿수인 것은 일회성 요인이 집중됐기 때문이고 앞으론 개선될 여지가 많아 향후 주가 상승 여력만 봤을 땐 가장 좋다”고 말했다.
방위산업과 조선 업종에 동시에 발을 걸쳐놓고 있어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견을 받고 있다. 이 조선사는 되레 현대중공업보다 LNG선 의존도가 높다. 매출의 70% 수준이다. 이외에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과 잠수함 등 방산 사업 3각 축으로 움직인다. 오는 2분기 매출성장률은 6.1%에 그친다.
3사의 2026년 말 예상 주가수익비율(PER)로 봤을 때 삼성중공업(23.62배) 주가가 가장 저렴하다. 그다음으로 한화오션(24.53배)과 현대중공업(25.01배)이다. 그래도 배당 투자자 입장에선 현대중공업을 고른다. 독특한 지배구조와 상법 개정 등의 이유로 유일하게 배당을 주고 있어서다. 현대중공업은 2024년에 11년 만의 배당 지급을 결정했다. 2025년은 중간배당까지 포함해 주당 5661원을 지급했다. 1년 새 배당금을 171%나 늘려 주주들을 기쁘게 했다. 다만 현 주가 기준 배당수익률은 1%도 안돼 유의해야 한다.
K조선 3사의 매력이 제각각이어서 ETF 형태로 담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이들 3대 상장사 중심의 ETF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곳은 ‘SOL 조선TOP플러스’다. ETF체크 기준으로 지난 12일 284억원의 순자금(매수-매도액)이 들어왔는데 최근 3개월 새 일 기준 가장 많은 유입액이다.
이날 기준 ETF에는 현대중공업(28.4%)·삼성중공업(24.2%)·한화오션(20.3%)이 20% 넘게 담겨 있다. 구성 종목 수는 13곳이다. 시가총액은 2조원이 넘었다. 연간 투자자들에게 떼는 실부담비용률은 0.54%다. 분배금은 매년 4월에 한 번 주나 미미한 편이다.
‘KODEX 조선TOP10’에도 주간 기준으로 5월 첫째주까지 11주 연속 돈이 들어오고 있다. 시가총액은 2300억원대로 아직 규모가 작다. 종목 수도 10곳에 불과하다. 다만 비용률은 0.5%로 소폭 낮다.
두 ETF 모두 현대중공업에 대한 노출이 지나치게 높다는 약점이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이 ‘톱4’ 종목으로 포함돼 있다. 이 상장사는 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 등을 산하에 둔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다. ETF 내 비중 1위인 현대중공업과 중복 투자되는 양상이어서 현대중공업 주가가 흔들릴 때 두 ETF 모두 변동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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