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한·미 통화스와프, 가능할까?

최근 한국 정부가 미국에 통화스와프 체결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 국내 달러 유동성을 높여 환율 불안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미국이 이에 응할 유인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대미 투자 실행을 앞두고 아예 가능성이 닫힌 건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3일 방한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의 접견에서 통화스와프 체결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약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통화스와프 필요성을 낮게 보던 정부 입장에서 변화된 기류다.
통화스와프는 양국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를 교환해 외환시장 불안 시 상대국 통화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3월4일 국회 대미투자특별위원회에서 “외환보유고가 4000억 달러를 넘는 수준이고, 민간까지 합하면 1조 달러가 넘는 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통화스와프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내외 사정이 녹록지 않으면서 기류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협상 당시 약속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이행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도 다시 1500원선을 넘어서면서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15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7.7원까지 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236억6000만달러로 전월보다 39억7000만달러 감소해 11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정부는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 일단 시장의 불안 심리를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미 투자 이행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 3500억달러 투자 중 2000억달러를 미 정부가 지정하는 프로젝트에 현금 형태로 투자하기로 했다. 안정적인 달러 조달 여건이 마련되면 투자 집행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미국이 한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인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이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주된 목적은 글로벌 금융위기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상황은 그 정도 위기 단계로 보기는 어렵고, 미국 입장에서 실익도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교수도 “과거 통화스와프는 미국 투자자가 한국에서 자산을 빼야 하는데 달러 가치가 치솟으면서 손실이 심해지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였다”면서 “현재 한국은 철강, 반도체 등 수출을 통해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어서 미국이 위기 상황으로 판단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이 각국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경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처럼 대규모 위기 상황에서였다. 또 특정 국가와 단독으로 스와프를 체결하기보다, 금융시장 영향력이 큰 여러 국가를 동시에 포함하는 방식을 선호해왔다. 2008년과 2020년에도 한국을 포함해 호주, 싱가포르, 멕시코 등 다수 국가와 함께 스와프를 체결했다. 한국은 2008년 300억 달러, 2020년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다만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엑스에 “상설 스와프 라인 확대가 걸프 및 아시아 지역의 새로운 달러 자금센터 구축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미국이 전략적으로 스와프 네트워크를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위안화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현재 유럽연합(EU), 영국, 스위스, 일본, 캐나다 등 5곳과 고정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탱크는 액체 담는 용기” 국힘 김민전, 스벅 ‘5·18 조롱 논란’ 두고 “불매운동은 또 뭐꼬”
- 특검, ‘CIA에 계엄 정당화 전달’ 혐의 홍장원 조사…홍 “걱정 시켜 드릴 일 없다”
- 태영호 전 의원 장남 구속 송치…16억원대 사기 혐의
-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경찰 수사 스모킹건은 ‘5단계 결재라인’에 있다?[산업이(異)면]
- [속보]이스라엘서 귀국한 활동가들 “여러차례 얼굴 구타 당해…견딜 수 없는 정도의 폭력”
- ‘피아노과 85학번’ 김혜경 여사, 자랑스러운 숙명인상 수상…은쌍가락지 기부도
- “10분 만에 완판” 국민성장펀드 흥행…주요 증권·은행 온라인 판매 한도 소진
- [단독]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속…국힘 대선캠프 청년혁신위원장 출신 “5·18은 폭동”
- “11억 아래로 팔지마, 그 중개사 안돼”···집값 담합·영업 방해 6명 검찰 송치
- ‘왕사남’ 기록 깬 ‘군체’···개봉날 20만 관객, 올해 최고 오프닝 스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