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검증 마친 천궁-Ⅱ, 전 세계서 수입 문의 급증… 美 패트리엇 틈새 공략

이윤정 기자 2026. 5. 1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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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 D&A “다수 국가, 천궁-Ⅱ 신규 문의”
패트리엇 공급난에 천궁-Ⅱ 선도입 가능
“빠른 납기 확보·정부 적극적 세일즈 필요”

한국의 중거리 지대공 요격 체계인 ‘천궁-Ⅱ’가 세계 전장의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각종 전쟁으로 방공망 확충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데다, 이 분야를 독점해 온 미국 패트리엇의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가성비에 실전 검증까지 마친 천궁-Ⅱ를 주목하는 국가가 늘고 있는 것이다.

18일 방위산업계에 따르면 천궁-Ⅱ 통합 체계 개발을 맡은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 관계자는 지난 7일 콘퍼런스콜에서 “미국·이란 전쟁에서의 실전 검증 효과가 천궁-Ⅱ의 글로벌 마케팅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30발 중 29발 명중이라는 실전 데이터가 중동·동남아·남미 등 다수 국가의 신규 문의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카타르와 쿠웨이트 등에서 신규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위스도 패트리엇 대신 천궁-Ⅱ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픽=손민균

◇ 실전 검증 마친 천궁-Ⅱ… 패트리엇보다 유연한 공격

천궁-Ⅱ는 탄도탄과 항공기 등 공중 위협에 동시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중거리 지대공 요격 체계다. 1개 포대는 다기능 레이더 차량(한화시스템)과 교전통제소 차량(LIG D&A), 발사대 차량(한화에어로스페이스·기아)으로 구성된다. 발사대 1개당 최대 8기의 유도탄을 탑재할 수 있고 연속 발사도 가능하다. 직접 충돌(hit to kill)해 자폭하는 방식으로 요격하는데 탄도탄은 15~20㎞, 항공기는 20㎞ 이상 고도까지 가능하다. 유효 사거리는 최대 50㎞에 달한다.

천궁-Ⅱ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을 계기로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동안 천궁-Ⅱ는 아랍에미리트(UAE·약 35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약 35억달러), 이라크(약 25억달러) 등에 수출됐는데, 실전에 사용된 적은 없었다. 그러나 UAE가 천궁-Ⅱ로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을 96% 요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위상이 달라졌다. 미국의 중·저고도 지대공 요격 체계인 패트리엇의 대체재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패트리엇 미사일의 대당 가격은 370만달러(약 54억원)이고, 납품 소요 기간은 4~6년이다. 천궁-Ⅱ 미사일은 한 발에 110만달러(약 16억원)로 패트리엇보다 훨씬 저렴하다. 또 LIG D&A가 생산 능력을 확장하고 있는 데다, 2교대 근무도 시행 중이라 천궁-Ⅱ의 생산량은 9~12개월 안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천궁-Ⅱ의 유연한 공격 방식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 무기는 ‘콜드 론칭’ 기술을 사용한다. 미사일을 발사대 위로 10m 이상 튀어 오르게 한 뒤 공중에서 점화하고, 표적을 향해 방향을 틀어 날아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LIG D&A 관계자는 “표적을 향해 발사대 자체를 회전시킬 필요가 없고, 지면과 주변 장비에 대한 화염과 후폭풍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패트리엇은 항상 기울어진 발사대 안에서 미사일에 점화해야 하고, 방향을 바꾸려면 발사대 전체를 물리적으로 회전시켜야 한다. 고온의 화염 탓에 장비도 쉽게 마모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탄도탄 등을 감지하는 레이더 성능도 패트리엇보다 천궁-Ⅱ가 월등히 뛰어나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배치돼 있는 미국 패트리엇./뉴스1

◇ “패트리엇 없는 국가들, 천궁-Ⅱ 우선 도입 가능”… 빠른 납기·세일즈 필요

세계 방산 시장은 천궁-Ⅱ가 패트리엇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패트리엇은 수십 년 간 서방 방공 체계의 표준으로 통했지만, 최근 들어 미국의 정권 교체나 대외 정책 변화에 따라 미사일 공급이나 정비 지원이 불확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중동 전쟁 등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미국의 패트리엇 물량 배정에 따라 일부 국가에선 ‘안보 공백’이 발생했다. 패트리엇 인도가 4~5년 밀린 스위스가 대표적이다.

천궁-Ⅱ가 패트리엇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기능으로써 수요가 계속 늘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패트리엇은 사거리가 100㎞로 천궁-Ⅱ보다 길다. 그러나 천궁-Ⅱ는 패트리엇이 놓친 미사일을 최종적으로 걷어내는 ‘골키퍼’ 역할을 할 수 있다. 패트리엇을 쓰는 UAE 역시 방공망을 더욱 촘촘히 하기 위해 천궁-Ⅱ를 도입했다.

김호성 국립창원대 GAST공학대학원장은 “다층 방어를 위해선 방공망을 여러 겹 쌓아야 해 저고도 방공 체계인 천궁-Ⅱ가 단일 솔루션이 될 수는 없다”면서도 “패트리엇을 아직 도입하지 않은 국가의 경우 가격과 납품 기간 등을 감안하면 천궁-Ⅱ의 우선 도입을 검토할 만 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천궁-Ⅱ의 수출 확대를 위해 생산 능력 확대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 사무총장은 “이미 계약한 대(對)중동 수출 물량도 다 납품하지 않은 상황이라, 신속한 납기를 확보해야 한다”며 “미국보다 빠르게 생산해 인도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직접 공급 가능한 물량과 인도 시점 등 데이터를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천궁-Ⅱ 세일즈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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