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생각은?” 화두 던지며 대국민 ‘직통 정치···이 대통령, 취임 1년 엑스 625개 전수 분석

김윤나영·황경상 기자 2026. 5. 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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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엑스 화면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이 다음달 4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지난 1년간 이 대통령의 국정 메시지는 청와대 브리핑룸뿐 아니라 소셜미디어 엑스에서도 실시간으로 생산됐다. 경향신문이 취임 이후 지난 16일까지 엑스 게시물 625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이 대통령의 엑스는 단순한 국정 홍보 수단을 넘어 사회적 의제를 설정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핵심 통치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이 대통령의 엑스 정치는 크게 네 가지 특징으로 요약됐다. ①유권자와 직접 연결되는 ‘직통 정치’ ②대통령이 사회적 의제를 던지는 ‘의제 설정 정치’ ③야당·언론과 공개적으로 맞붙는 ‘반론 정치’ ④공직사회에 당근과 채찍을 제공하는 ‘인사 관리 정치’다.

분석에는 인공지능(AI) 도구인 클로드 코드를 활용했고 오류는 수작업으로 바로잡았다. 한 게시물이 여러 분야에 걸쳐 있는 경우 중복 분류하지 않아 일부 누락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부동산 정책 설명과 야당 비판이 함께 담긴 글은 ‘정치’가 아니라 ‘부동산’ 분야로 분류했다.

새벽에도 올라온 대통령 메시지…유권자와 직접 연결되는 직통 정치

이 대통령은 근무 시간 이후에도 엑스에 글을 올렸다. 전체 게시물의 절반 가까이(49.1%)는 퇴근 이후와 심야 시간대에 몰렸다. 저녁 시간대(18시~23시 이전) 게시물이 38.1%(238건)를 차지했고, 심야·새벽(23시~6시)도 11%(69건)였다. 근무 시간대(9시~18시)에 올라온 글은 42.4%(265개)였다.

분야별로는 정상회담·외교(209건, 33.5%) 게시물이 가장 많았다. 외교를 제외하면 경제·민생 분야(부동산·주식 포함, 129건, 20.6%) 비중이 컸다. 활용 방식도 다양하다. 언론 기사를 공유하며 짧은 의견을 달거나, 일반 유권자의 댓글을 공유하고 직접 정책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주권자의 대리인이 주권자와 직접 소통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해 왔다. 국무회의 생중계도 비슷한 맥락의 소통 방식으로 해석된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부터 트위터(현 엑스)를 통해 전국적 정치인으로 성장한 인물”이라며 “소셜미디어를 가장 잘 활용하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채선애 엠브레인 트렌드센터장은 “AI 시대에는 지나치게 완벽한 메시지보다는 즉흥성이나 실시간성, 우발성이 오히려 대중들에게 진정성으로 받아들여진다”며 “국무회의 생중계나 실시간 엑스 응답은 대통령 개인의 철학이나 신념이 직접 드러난다고 느끼게 해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말하는 순간 의제가 된다…의제 설정 정치

이 대통령은 엑스를 통해 사회적 화두를 던졌다. 광역지방자치단체 통합, 설탕부담금 도입, 기초연금 개편, 매입임대 제도 개선 등 민감한 현안마다 “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요”라며 공개적으로 시민의 의견을 물었다. 정부 정책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의제에 대한 토론을 촉발하는 방식으로 엑스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의 메시지 자체가 정책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부동산 정책에서 다주택자들에게 “버티는 이익보다 비용이 크게 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시장에 직접 신호를 보냈다.

대통령 메시지가 정부 브리핑 역할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공식 브리핑보다 대통령 엑스 메시지가 먼저 올라오는 경우도 잦았다. 관가에서 “대통령 엑스를 먼저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청와대 지시가 내려오면 공무원들이 내부 조율을 거쳐 정책을 발표했지만 지금은 공무원들도 국민과 동시에 대통령의 지시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책 준비 시간은 부족해졌지만 행정 절차는 더 투명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야당·언론과 논쟁 피하지 않는다…반론 정치

이 대통령은 야당·언론에 대한 공개 반박글도 자주 올렸다. 야당과 보수 언론의 긴축 재정론을 두고 “돌림노래 같다”고 비판하거나, 특정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 “조작” “왜곡” 등 표현을 쓰며 직접 대응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누군가 논쟁을 걸어오면 더 열심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하고, 상대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고 전했다.

특히 사법·검찰·언론 분야 게시글 22건 중 20건(90.9%)이 비판·반박·경고 성격이었다. 과거 자신에 대한 수사나 대장동 의혹 보도, ‘조폭 연루설’ 등을 다룬 언론 보도를 강력히 비판하며 공개적으로 사과를 요구했다. 표현 방식도 다른 정책 현안보다 직설적인 경우가 많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검찰의 조작 기소를 통한 사법 살인, 테러범을 동원한 흉기 살인, 조작 언론을 동원한 명예 살인”을 “위중한 3대 살해 위협”으로 규정했다. 이러한 강경 대응은 핵심 지지층 결집 효과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사법·검찰·언론 관련 게시물의 평균 ‘좋아요’ 수는 건당 약 9만2000개로전체 평균(6000개)보다 15배 이상많았다.

외교 현안에서도 논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4월10일에는 이스라엘 군의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인권 침해 의혹 영상을 공유하며 “유대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다”고 적었다가 이스라엘 외교부가 반발하자 유감을 표명했다.

공직사회엔 당근과 채찍…인사 관리 정치

이 대통령은 엑스를 공직사회의 신상필벌 도구로도 활용했다. 공무원이나 부처를 공개 칭찬한 게시물은 47건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이나 부처를 언급하며 “피자라도 보내라”거나 “흘리신 코피는 꼭 보상하겠다”고 적었다. 장관 게시물을 공유하면서 “잘하고 계십니다”라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실제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통령 공개 칭찬 직후 파격 승진하면서 공직사회에서는 대통령의 관심이나 칭찬이 곧 인사 평가와 연결된다는 인식도 퍼졌다.

반대로 직무 유기나 불법 방치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을 경고했다. 다주택 공직자들은 부동산 정책 라인에서 배제하겠다는 메시지도 엑스를 통해 밝혔다.

대통령이 특정 인물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정치적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6·3 지방선거 경선을 앞둔 지난해 12월8일 서울시장 후보군이던 정원오 당시 서울성동구청장을 두고 “일을 잘하기는 잘하나 봅니다”라고 적거나, 지난 11일 국회의장 선거에서 조정식 후보를 찍었다는 유권자의 게시글을 공유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채 센터장은 “정치 양극화가 심한 상황에서 특정 인물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일부 유권자들에게 편파적으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 엑스 게시, 시스템화를 통한 섬세한 관리 필요”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엑스 정치가 새로운 공론장 모델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했다. 다만 대통령 개인의 즉각적인 메시지에 국정 운영을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생길 위험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월30일 캄보디아어로 올린 “한국인을 건들면 패가망신, 빈말 같습니까”라는 게시글이다. 캄보디아 내 중국 범죄조직 단속 의지를 밝힌 내용이었지만 외교 문제로 번졌고 삭제됐다.

유 대표는 “소셜미디어가 주도적 미디어가 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주도권을 갖고 메시지를 던지는 방식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대통령 자리의 무게를 고려하면 지금보다 더 시스템화된 검증·게재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외교나 민감한 현안은 번거롭더라도 참모진과 레드팀의 필터링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날 것 그대로의 표현은 오히려 저항감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섬세한 메시지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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