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읽는 경제 인사이트 | 디지털 시대 ‘누구나 볼 권리’의 재설계] JTBC의 동계 올림픽 단독 중계가 촉발한 보편적 시청권 논란
국민 관심 행사는 무료 보편적인 방식으로 제공하고, 방송에서 소외되고 있는 패럴림픽 등으로 확대하며,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맞게 매체의 폭을 넓혀 재설계함으로써 진정한 보편적 시청권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2002년 월드컵 시기 모든 국민이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단을 뜨겁게 응원하던 추억이 있다. 김연아 선수의 피겨스케이팅 경기를 마음 졸이며 보기도 했고, 수영·양궁·탁구 등 올림픽 경기에 출전한 우리나라 선수를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또 안타까워하며 격려했던 기억도 있다. 모두 스포츠를 통해 국민이 하나가 되었던 순간이다.
그런데 최근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낯선 용어가 언론에 오르내렸다. 지난 2월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Milano Cortina 2026)에서 개최된 동계 올림픽을 JTBC가 단독으로 중계하면서 쏟아져 나온 보도였다. 기존에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제경기를 지상파방송 3사가 동시에 그리고 대대적으로 중계해 왔는데, 이번에는 유료 방송인 종합 편성 채널 JTBC가 단독 중계한 데서 발생한 일이었다. 우리나라는 쇼트트랙과 스노보드 등에서 금·은·동메달을 따며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정작 메달 획득 장면을 포함한 동계 올림픽 경기를 텔레비전에서 시청했다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올림픽 자체에 관한 관심이 감소한 이유일 수도 있지만, 지상파방송이 동계 올림픽 중계를 하지 않은 이유도 한몫했다. 유료 방송인 JTBC가 동계 올림픽 중계권을 독점 구매한 후 지상파방송으로 재판매가 되지 못하고 단독으로 중계하게 되면서 동계 올림픽 분위기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동계 올림픽이 끝이 아니다. JTBC는 2032년까지의 동계·하계 올림픽과 FIFA 월드컵 경기까지 중계권을 독점으로 확보했다. 동계 올림픽에 이어 올해 6월에 있을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 재판매를 둘러싼 지상파방송사와 갈등이 있었다. KBS와 중계권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돼 적어도 하나의 지상파방송 채널을 통한 중계가 가능해졌지만,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월드컵은 축구 한 종목으로 지상파방송 중 어느 한 채널에서라도 중계하는 한 무료 시청 제한의 문제는 없다. 오히려 같은 경기를 지상파방송 채널에서 동시 중계함으로써 스포츠에 관심 없는 시청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그러나 올림픽의 경우는 다르다. 여러 종목이 동시에 진행되고, 특히 우리 선수의 경기를 실시간 중계하지 않는 소외 종목도 있어 방송사 간 순차 편성이 요구되기도 한다. 물론 올림픽이나 월드컵 중계에 반드시 여러 방송사가 참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국민 관심 행사를 유료 방송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볼 기회조차 없는 국민이 있다면, 이는 ‘시청권 소외’라는 불평등 차원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스포츠 중계권 가격 상승 그리고 경쟁 심화
최근 몇 년 사이 인기 스포츠 중계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중계권료도 계속 오르고 있다. FIFA 월드컵 중계권료는 2006년 독일 월드컵 2500만달러(약 369억원)에서 꾸준히 상승해 올해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은 1억2500만달러(약 1844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매체는 다양해지고 채널도 많아졌다.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 중심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으로 이용 형태 변화도 계속되고 있다. 각 미디어 플랫폼과 채널은 시청자(이용자)를 확보하고 미디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기 스포츠 중계권 구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제작 비용 상승과 콘텐츠의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느 정도 시청률을 보장할 수 있는 인기 스포츠 콘텐츠 구매가 자사에 이득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OTT 업계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나 유럽 축구 리그 경기 독점 중계 방송권을 확보해 가입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일본은 2026년 WBC 야구 경기 넷플릭스 독점 중계로 논란이 됐다. 재정의 압박을 받는 지상파방송사의 경우에는 스포츠 중계권이 이제는 큰 매력이 되지 않고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장의 변화도 감지된다.
결국 자국 매체 간의 경쟁을 부추겨 중계권료가 지나치게 오른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중계권 구매 전부터 관심 있는 방송사가 풀(pool)을 구성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미디어 업계의 목소리가 커졌다. 가격 협상이나 중계권료 배분을 통해 합리적인 구매가 가능할 수 있어, 굳이 국내 사업자 간 경쟁으로 중계권료를 높게 지불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JTBC의 올림픽·월드컵 중계권 독점 구매 이전에는 주로 지상파방송 3사가 중계권을 확보해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물론 지상파방송사 간에도 공동 구매, 공동 중계 합의를 파기해 갈등이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2006년 SBS가 2010년 동계 올림픽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단독으로 중계한 데 대해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SBS에 과징금 19억70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JTBC의 동계 올림픽중계와 같이 시청 기회 자체가 박탈된 국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모든 국민 누리는 보편적 시청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JTBC의 동계 올림픽 독점 중계는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시청할 수 있는 지상파방송과 달리 JTBC는 케이블TV·IPTV· 위성방송 등 유료 방송 플랫폼을 통해 시청할 수 있는 채널이라는 것이다. 즉 유료 방송에 가입하지 않은 국민은 JTBC가 중계하는 동계 올림픽을 시청할 수 없었기 때문에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했다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방송법’ 제2조 제25호에 의하면, 보편적 시청권이란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 경기 대회 그 밖의 주요 행사 등에 관한 방송을 일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 경기 대회 그 밖의 주요 행사’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고시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국민 가구 수의 90% 이상이 시청할 수 있는 방송 수단을 확보해야 하는 경기는 동계 및 하계 올림픽과 월드컵 경기이고, 75%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경기는 동계 및 하계 아시아 경기 대회, 야구 WBC 국가대표팀 경기 등이다. 202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유료 방송 가입률은 91.4%이고,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 비율은 3.5%다. 즉, 우리나라 국민 가구 수의 90% 이상이 유료 방송에 가입하고 있기 때문에 JTBC의 국민 관심 행사 중계는 법적 기준을 충족했다. 그러나 지상파방송 직접 수신 가구의 경우 텔레비전으로 동계 올림픽을 시청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시청 취약 계층의 경우 국민 관심 행사에 대한 접근 자체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그렇다면 현재 법률이 정한 바와 같이 국민 전체 가구의 일정 비율 이상이 시청할 수 있기만 하면, 보편적 시청권은 충분히 지켜지는 것일까. 보편적 시청권의 개념에는 모든 국민이 배제되거나 차별받지 않고 동등하게 누려야 하는 권리가 포함될 필요가 있다.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대다수 국민이 시청하고 싶은 주요 행사나 체육 경기 등은 모두에게 동등한 접근권을 제공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이와 관련한 방송법 개정안 여러 건이 계류 중이고 조만간 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 관심 행사는 무료 보편적인 방식으로 제공하고, 국민 통합을 위한 국민 관심 행사 종류를 방송에서 소외되고 있는 패럴림픽 등으로 확대하며,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맞게 매체의 폭을 넓혀 재설계 함으로써 진정한 보편적 시청권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