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톡커] 반도체 매출엔 中 없고 ‘이란 딜레마’ 또 시작
미중, 경제·이란 성과 無...대만 정책만 ‘흔들’
‘공격 재개’와 ‘협상 연장’ 사이에서 진퇴양난
美국채 30년물 금리는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파월 잔류 속 ‘쿠팡 주식 처분’ 워시 취임 관심
‘중국 빈손’ 엔비디아 실적, 소비 경기도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년 만의 방중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혹평을 받는 가운데 이번주 뉴욕 증시는 또다시 중동 사태에 눈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예상대로 미국·이란 간 종전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두고 일정 역할을 맡겠다는 신호를 내지 않으면서 중동 불확실성이 한층 더 고조됐기 때문이다. 월가와 외교가에서는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작전 재개와 협상 연장 사이에서 고민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사이 미국 국채 금리는 급등하고 유가와 주가 흐름도 불안해지는 등 금융시장에 이상 징후도 강해지고 있다. 이번주는 20일(현지 시간) 엔비디아의 2027 회계연도 1분기(올해 2∼4월) 실적도 증시의 주요 변수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 전용기에 어렵게 탑승하고도 인공지능(AI) 반도체 ‘H200’ 수출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실적 발표회에서 대(對)중국 무역과 관련한 발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기 의장의 취임 일정도 관심사다. 지금은 15일로 임기가 끝난 제롬 파월 의장이 임시 의장직을 맡고 있기에 워시 차기 의장의 취임이 확정될 경우 금융시장이 어떤 식으로든 반응할 공산이 크다.

이번 정상회담이 이란 전쟁 해법을 제시하기는커녕 외려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후퇴 가능성만 남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귀국길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만 관련 외교 정책 변경 가능성을 암시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1982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에 관해 미국은 중국과 협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상의한 게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1980년대는 꽤 먼 과거인데 어쩌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분명히 무기 판매와 관련한 얘기를 했고 우리는 아주 상세하게(in great detail) 이를 논의했다”며 “시 주석은 매우 강경하게 대만의 독립 움직임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레이건 행정부 시절인 1982년 대만에 대해 ‘무기를 팔 때 중국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담아 발표한 ‘6대 보장’ 원칙을 수정할 수 있다고 시사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방어할 것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시 주석이 내게 그것을 물었다”고 답했다. 두 정상이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는 상황’을 두고 논의를 했다는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폭스뉴스에서도 대만에 대한 추가 무기 판매에 대해 “좋은 협상 칩”이라며 “미국이 팔 수도, 팔지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거부권을 시 주석에게 인정해줄지를 두고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짚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추가 무기 판매를 두고 ‘좋은 협상 칩’이라고 언급한 것만으로도 대만 지원에 대한 신뢰에 의문을 제기하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창업자도 16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미국은 전 세계 80개국에 약 750개 기지를 두고 있는데 이제는 미국이 지켜주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퍼지고 있다”며 “많은 지도자가 중국을 찾아가 관계를 맺고 있고 이는 일종의 조공 체제”라고 진단했다.

이란도 전쟁 재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같은 날 X(옛 트위터)에서 “우리 군은 어떠한 침략에도 마땅한 대응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모든 선택지에 대비하고 있다”고 알렸다. 또 16일 이란 타스님통신은 에스칸다르 모메니 이란 내무부 장관이 자국을 방문한 모신 나크비 파키스탄 내무부 장관과 만나 미국과의 평화 협상 재개 전망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가급적 빨리 전쟁을 끝내야 정치적 부담을 털어낼 수 있지만, 전쟁 목표로 내세웠던 이란의 핵무기 보유 차단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사실상 진퇴양난에 몰린 상태”라고 꼬집었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에도 전쟁이 장기화될 것 같다는 불안에 금융시장은 이미 흔들리기 시작했다. 15일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3.4%,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4.2%씩 곧바로 솟구쳤다. 모두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가격에 매매됐다. 글로벌 채권 벤치마크(추종지표)인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장중 0.12%포인트 상승해 4.595%까지 뛰어올라 지난해 2월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과 우량 회사채의 준거 역할을 하는 30년물 금리도 장중 5.127%까지 오르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채권의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에 국채 수익률이 올랐다는 것은 값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실망감에 같은 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0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24%, 나스닥종합지수는 1.54% 추락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6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98.7%로 높였다. 연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48.7%, 인상할 확률은 50.6%, 인하할 확률은 0.6%였다. 하루 만에 연내 금리 인상 확률이 동결 확률을 역전했다.

문제는 워시 차기 의장이 이끌게 될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정책 개입 시도와 중동 전쟁으로 역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분열돼 있다는 점이다. 연준은 지난달 FOMC에서도 1992년 10월 이후 34년 만에 처음으로 투표권을 가진 12명의 FOMC 위원 가운데 4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파월 의장은 자신에 대한 법무부의 연준 청사 개보수 위증 수사가 끝날 때까지 이사직에 남겠다고 공언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심복인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14일 임시직을 끝내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파월 의장의 이사직 임기는 2028년 1월 31일까지다.
워시 차기 의장이 지난주 곧장 취임하지 않자 연준은 15일 파월 의장을 임시 의장으로 지명했다. 워시 차기 의장이 취임 선서를 할 때까지는 파월 의장이 연준 수장 자리를 지키게 된 셈이다. 연준은 “현직 의장을 임시 의장으로 지명하는 조치는 이전 관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인 미셸 보먼 부의장(금융감독 담당)과 마이런 이사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임시 의장의 임기에 제한을 두지 않은 것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파월 의장의 임시 의장직 기간을 일주일~한 달로 명시하고 부득이할 경우 재의결을 통해 임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워시 차기 의장의 취임이 다소 늦어진 것은 주식 매각 등 일부 후속 조치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1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자료에 따르면 워시 차기 의장은 현재 보유한 쿠팡Inc 클래스A 보통주 10만 2363주를 매각하겠다고 신고했다. 연준 윤리 규정은 의장과 이사가 개별 기업의 주식 보유를 금지한다. 쿠팡Inc는 쿠팡의 미국 모기업이고, 해당 지분은 워시 차기 의장이 2021년 8월~지난해 6월까지 쿠팡Inc 이사회 활동에 대한 보상으로 네 차례에 걸쳐 수령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다. 매각 예정 주식의 가치는 168만 1998달러(약 25억 2000만 원)로 워시 차기 의장이 보유한 전체 지분의 22.3%에 해당한다. 대량 매각에 따른 주가 충격을 줄이기 위해 분할 매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워시 차기 의장은 2019년 10월부터 쿠팡Inc 사외이사로 활동하다가 상원에서 인준을 받은 13일 해당 직에서 물러났다.
워시 차기 의장은 글로벌 화장품 회사인 에스티 로더의 설립자인 에스티 로더의 둘째 아들이자 기업 상속자인 로널드 로더의 사위다. 이로 인해 워시 차기 의장은 역대 연준 수장 가운데 최대 자산가로 꼽힌다. 워시 차기 의장은 지난달 14일 정부윤리청에 최소 2억 달러(약 2950억 원)에 달하는 재산 내역을 신고하기도 했다. 이조차 미국 연방정부 재산공개 규정의 허점 탓에 대폭 축소된 규모다. 포브스 추산에 따르면 워시 차기 의장의 아내인 제인 로더의 재산만 19억 달러(약 2조 8000억 원)에 이른다.

현재 엔비디아 매출의 91.5%는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의 천문학적인 AI 데이터센터 투자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올초 제시한 올해 연간 자본지출 계획은 아마존 2000억 달러, 구글 1750억∼185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 1400억 달러, 메타 1150억~1350억 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기업용 소프트웨어·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오라클까지 포함한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올해 자본지출 예상액만 총 66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당연히 이 모든 금액이 기업 내부 보유 현금은 아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자본지출액 상당분을 채권 발행 등 빚에 의존하고 있다. 전방 사업자인 하이퍼스케일러가 재무적으로 흔들리면 엔비디아까지 타격을 입는 구조다. 엔비디아의 시총은 14일 이미 5조 70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우여곡절 끝에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수행단에 발을 들였다가 사실상 빈손으로 돌아온 황 CEO가 대중국 사업 계획을 어떻게 설명할지도 관건이다. 황 CEO는 애초 방중 기업인 명단에 빠졌다가 백악관에 직접 전화해 알래스카에서 대통령 전용기에 올라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그럼에도 15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회담에서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기대했던 H200 수출이 불발로 끝나자 15일 엔비디아의 주가는 단번에 4.43%나 고꾸라졌다.
20일 타깃과 21일 월마트의 실적은 미국 소비 경기를 가늠할 지표 노릇을 할 예정이다. 앞서 14일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자국의 소매판매가 3월보다 0.5% 증가한 7570억 8500만 달러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3월(1.6%)에 비해 크게 둔화한 증가율이었다. 월간 소매 판매는 전체 소비 가운데 상품 판매 실적을 주로 집계하는 속보치 통계다.
미국 소비와 관련해 22일에는 미시간대가 이달 소비자심리지수 확정치를 발표한다. 미시간대는 지난 8일 이달 소비자심리지수 잠정치가 48.2로 중동 전쟁 직전인 2월보다 1.6 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49.7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또 1952년 조사 시작 이래 기록한 역대 최저치이자 기존 최저치였던 지난달 기록(49.8)보다 낮은 수치이기도 했다.
이번주는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양국의 후속 발표와 중동을 둘러싼 긴장, AI 호황 기대, 미국 소비 실적 등이 복합적으로 증시에 반영되는 한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만남에도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거의 해소되지 않은 만큼 금융시장 변동성도 여전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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