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여의도 재건축 15개 단지 동시 질주…‘맨해튼 벨트’ 시동
대교ㆍ한양 관리처분 눈앞, 삼부ㆍ진주 조합설립 신청 속도
종상향ㆍ고밀 개발로 1만2800여가구 초고층 주거벨트 예고

[대한경제=한형용 기자]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역에서 여의나루 방면, 한강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1970년대 지어진 아파트 단지들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고층 오피스 빌딩 숲과 나란히 선 이 낡은 주거단지들은 지금 전례 없는 속도로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다.
관리처분 인가를 눈앞에 둔 단지가 있는가 하면, 세대수를 막 확정 짓고 착공 채비를 서두르는 단지도 있다. 15개 단지, 1만2800여가구. ‘한국판 맨해튼’ 프로젝트의 윤곽이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 가운데 가장 앞서 달리는 곳은 대교아파트다. 지난 3월 구청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했고, 관리처분계획안은 조합 총회에서 97.3% 찬성으로 가결됐다. 내년에 철거와 착공을 목표로 이르면 3분기에는 이주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공사는 삼성물산이 맡았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대교 이주가 시작되면 주변 단지들도 도미노처럼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최대 단지이자 대장주로 꼽히는 시범아파트는 최근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마친 데 이어 조만간 시공사 선정 절차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용적률 약 400%를 적용받아 최고 59층, 2493가구로 탈바꿈된다.
시공권 확보 채비에 나선 곳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양강 구도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삼성물산은 대교아파트와 시범아파트를 묶어 한강변 ‘래미안 벨트’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고, 현대건설은 이미 수주한 한양아파트와 함께 ‘H-벨트’를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시범ㆍ대교에서 한 블록 떨어진 목화아파트도 최근 정비계획 경미한 변경 고시를 마치며 사업에 가속도가 붙었다. 앞서 지난 1월 서울시는 최고 49층 3개동 428세대 건립을 담은 정비계획 변경을 고시했으나, 이번 경미한 변경으로 지적측량성과 반영과 허용용적률 인센티브 항목 조정을 거쳐 401세대로 최종 확정됐다. 여의나루역 도보 1분의 역세권 입지가 강점이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신예는 진주아파트다. 이달 20일 영등포구청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한 진주는 오는 7월 통합심의 신청, 9월 시공사 선정 공고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에 탄력이 붙은 결정적 계기는 상가 37개 점포를 구역에서 제외한 결단으로 알려졌다.
‘더현대서울’ 맞은편 골목 안쪽, 회색 외벽의 15층짜리 삼부아파트는 여의도 재건축 드라마에서 가장 복잡한 서사를 품고 있다. 1975년 준공된 이 단지는 여의도아파트지구 중 시범아파트 다음으로 규모가 크고 대지지분이 평균 약 72㎡로 높아 사업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최고 59층, 1735세대 규모를 목표로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자문을 받고 있으며, GS건설과 DL이앤씨가 시공권 확보 채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15개 단지가 동시에 속도를 높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서울시의 종상향 정책이 있다. 주요 단지들이 정비계획 변경을 통해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됐고, 용적률은 500% 안팎까지 확대됐다. 일반분양 물량이 늘고 조합원 분담금이 줄어드는 구조가 형성되자 동의율이 빠르게 올라가는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5개 단지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총 가구 수가 1만2800여가구에 달하게 된다”며 “중저층 밀집지였던 여의도가 최고 60층 안팎의 초고층 주거벨트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두는 이미 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라 목화, 진주, 삼부 등도 각자의 속도로 출발선을 밟고 있다. ‘한국의 맨해튼’이라는 말이 구호에서 현실이 되는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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