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간 사이 로봇 신입 왔다...휴직자 대체한 휴머노이드[김창영의 실리콘밸리Look]
탑승객 붐비는 지점에서 길 안내 도맡아
셧다운 기간 인력 부족에 공항 대란 발생
월드컵 앞두고 방문객들에 50개국 안내
로봇 3교대 24시간 택배 분류 모습 화제

“카페는 어디에 있니?”
“터미널B 25번 게이트 근처에 있어. 칙필레(패스트푸드 체인) 지나면 있어. 25번 게이트에 있으니까 금방 찾을 수 있을거야”
“고마워”
“당연하지. 천만에. 괜찮으면 조금 더 둘러볼게 있으면 알려줘”
지난 7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산호세) 미네타 국제공항. 휴머노이드 로봇(인간을 닮은 로봇) ‘호세’에게 카페를 찾아달라고 물으니 친절한 안내가 나왔다. 질문과 대답 모두 한국어였다. 응답이 나올 때까지 2~3초 시간이 걸리고, 영어가 섞인 불완전한 한국어 문장이기는 했지만 큰 문제없이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검색대를 통과하자마자 등장하는 호세를 신기한 듯 쳐다보며 탑승구 위치를 묻고 일상적인 대화도 이어갔다. 영어·한국어·스페인어·중국어·일본어 등 로봇이 구사하는 언어도 50개 이상으로 다양했다.
공항은 지난 3월 24일 실리콘밸리 피지컬 AI(물리적 세계에 인공지능을 결합) 스타트업인 인트봇(IntBot)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배치했다. 공항은 4개월간 가장 붐비는 24번 게이트 앞에 호세를 시범 배치한다면서 이 로봇을 ‘새 직원(new hire)’로 소개했다. 호세는 키가 약 168cm, 무게는 약 69kg이다. 700Wh(와트시) 배터리로 한 번 충전하면 약 2시간 동안 작동한다. 40개 이상의 관절을 움직여 60cm 이내로 회전할 수 있다.
공항이 로봇 신입직원을 투입시킨 시기는 인력 부족이 발생한 때였다. 올해 초 미네소타주에서 시민 2명이 이민 단속 요원의 총격에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여야 갈등이 고조됐고, 국토안보부 예산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2월 14일 셧다운(일부 기능 정지)이 시작됐다. 셧다운 장기화로 교통안전청(TSA) 직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해 무급 휴직에 돌입했다. 그 결과 전국 공항에서 보안 검색 대란이 빚어지고 항공편 지연이 속출하며 대란이 벌어졌다. 연방하원이 지난달 30일 오는 9월까지의 국토안보부 임시예산안을 가결하면서 석 달 가까이 이어진 셧다운이 종료 수순에 들어갔지만 이 같은 상황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러한 배경에서 로봇이 도입된 시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미국 전역의 공항들에서는 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TSA 직원들이 대거 출근하지 않으면서 보안 검색대 대기열이 길어지고 여행 대란이 발생했다”며 “특히 봄방학 성수기에 TSA 직원들이 무급 휴직을 가면서 일부 공항은 정상적인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공항이 인력 부족과 잦은 지연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조치”라며 “호세는 승객 지원부터 정보 제공에 이르기까지 공항 업무 일부를 자동화하려는 더 광범위한 움직임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다음달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 자동화 움직임은 더 빨라질 수 있다. 맷 마한 새너제이 시장은 “월드컵 기간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인트봇 덕분에 이들은 명확한 길 안내, 실시간 터미널 정보, 그리고 50개 이상의 언어로 된 답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키 파텔 미네타 공항 항공국장은 “산호세는 글로벌 혁신의 중심에 있으며 우리 공항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기술을 도입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라고 밝혔다.

미국의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는 지난 14일 휴머노이드 로봇이 물류 창고에서 택배 상자를 분류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생중계했다. 피규어AI는 소셜미디어에서 “인간과 같은 수준의 업무 수행 능력으로 8시간 교대 근무를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지켜보라”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개리(Gary)’, ‘프랭크(Frank)’, ‘밥(Bob)’, ‘로즈(Rose)’ 등의 이름표를 단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물류 현장에서 택배 상자를 분류했다. 로봇들은 약 8시간 동안 1만여 개의 택배 상자를 처리한 뒤 교대하며 조만간 물류 자동화가 멀지 않았다는 점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미국에서는 빅테크들 사이에 휴머노이드 선점 경쟁이 한창이다. 메타는 이달 초 어슈어드로봇인텔리전스(ARI) 인수를 마쳤다. ARI는 미국 샌디에이고에 기반을 둔 직원 20여 명의 소규모 스타트업이다. 휴머노이드가 가사일과 같은 반복 업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AI 모델 개발에 주력한다. 메타는 ARI에 대해 “복잡하고 역동적인 환경에서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하며 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로봇 지능 분야의 선두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메타는 지난해 2월 제너럴모터스(GM) 로보택시 사업부를 이끌었던 마크 휘튼을 부사장으로 영입해 휴머노이드 사업을 준비해왔다. 웨어러블 개발 조직인 리얼리티랩스 산하에 로봇 조직을 만들고 자체적으로 휴머노이드 하드웨어와 이를 구동하기 위한 AI 기술 개발을 추진했다. 이번 인수로 메타는 ARI의 모델 설계, 로봇 제어, 학습 기술을 접목할 수 있게 됐다. 그 직전인 2024년에는 촉감을 느끼는 로봇 손 개발과 훈련되지 않은 환경에서도 물건을 옮기는 ‘학습 없는 로봇’ 연구를 진행해왔다.
아마존도 3월 파우나로보틱스를 인수했다. 아마존이 2021년 출시한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자 이족 로봇 ‘스프라우트’로 주목받은 파우나를 인수해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테슬라와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각각 ‘옵티머스’와 ‘아틀라스’를 내놓으며 공장 자동화를 선도하고 있다. 테슬라는 모델S와 모델X 생산을 종료하는 대신 올해 2분기부터 옵티머스 양산에 돌입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28년 모회사인 현대차 생산 공정에 아틀라스 투입을 목표로 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독일 마트에서 ‘쇼티’로 불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매장 점원 역할을 하는 영상이 화제가 됐다. 쇼티는 매장을 돌아다니며 고객에게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묻고 필요한 물건을 골라줬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 영상이 앞으로 휴머노이드가 쇼핑 문화까지 바꿀 것이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리콘밸리=김창영 특파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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