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업땐 메모리 대체업체 물색…中 창신·양쯔 기회 거머쥔다

박종민 기자 2026. 5. 18.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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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오늘 추가 협상]
“18일간 파업시 D램 공급 3, 4% 차질”
하이닉스-마이크론 생산능력 초과… 4, 5위 中업체들에게 기회 갈수도
신인도 하락 파운드리까지 번질 우려… 업계 “獨 키몬다 파산 되돌아봐야”

세계 1위 메모리 기업인 삼성전자의 파업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메모리 칩을 확보하려 혈안이 돼 있는 상황에서 삼성 파업발 공급 차질은 대체 공급처 다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밖으로 공급망 확장을 노리는 중국 메모리 기업들이 이번 사태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파업 현실화 시 중국 메모리 반사이익

1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압박이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은 삼성전자 파업이 18일간 지속되는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때 전 세계 D램 공급량의 3∼4%, 낸드플래시 공급량의 2∼3%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추산했다. 파업 종료 이후 생산시설을 복구하고 다시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급량 감소분까지 고려한 결과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현재 고객사들이 10개의 메모리를 주문하면 6개를 납품받을 수 있는 심각한 공급 부족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3% 수준의 공급 차질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규모”라고 말했다.

이 같은 관측은 곧 삼성전자의 경쟁사들에 큰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메모리 반도체 공급으로 인해 전 세계가 ‘램마겟돈(램+아마겟돈)’이라고 불리는 유례없는 메모리 품귀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의 생산 능력 회복을 기다려 줄 수 없는 고객사들은 냉정하게 대신 메모리를 공급해 줄 대체자를 찾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와 단기 공급 계약을 맺었던 고객사들은 그만큼 재고 수급이 급하다는 의미”라며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은 이미 생산능력을 초과한 상태라 4위, 5위 업체까지 기회가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업계는 중국 D램 제조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낸드 제조사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이 기회를 거머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 4위 CXMT는 지난해 첫 연간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올해 상하이증권거래소에 기업공개(IPO)에 나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연내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 양산도 목표로 하고 있다.

● 신인도 하락, 파운드리까지 번질 우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사태가 중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 업계의 대외 신인도를 하락시킬 것을 우려한다. 한국 공급사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 하락이 해외 공급사 비중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메모리 분야에서 불거진 신인도 하락은 납기 준수 등 고객 신뢰도가 최우선인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중국, 대만은 삼성전자 사례와 유사한 파업 리스크가 없다. 해외 고객사들은 이를 삼성전자만의 문제로 보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이런 리스크가 재발해 제때 납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은 한국 반도체 업계 전체의 장기계약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는 최근 두 달간 세계 주요 메모리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에서도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처음 공식화한 3월 18일 이후 가장 최근인 5월 15일까지 종가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약 29.7% 상승할 때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샌디스크, 키옥시아 등 주요 메모리 기업들의 주가는 적게는 56.9%에서 최대 90.0%까지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불황기 대비 못해 파산한 獨 키몬다 독일 드레스덴에 있던 메모리 제조업체 키몬다 생산공장 전경. 키몬다는 2006년 독일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에서 분사해 설립된 이후 D램 분야 세계 2위에 오른 메모리 강자였다. 하지만 메모리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가 겹치자 버티지 못하고 2009년 파산했다. 사진 출처 X
반도체업계에선 2000년대 중반 ‘D램 치킨게임’에서 도태된 독일의 ‘키몬다’와 일본의 ‘엘피다’ 등 업계 사례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럽의 자존심’이라고 불렸던 독일 메모리 업체 키몬다는 2006년 독일 ‘인피니언’에서 분사할 때만 해도 D램 업계 2위에 올랐다. 하지만 불황기를 대비해 투자 여력을 비축하지 못한 탓에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가 겹치자 파산했다. 근로자가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는 독일 특유의 ‘공동결정제도’ 탓에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경영비용이 증가한 탓이란 분석도 있다. 김 명예교수는 “향후 투자할 유보금을 쌓는 등 기초체력을 기르지 않고 호황기 이익을 다 나눠 버리면 향후 반드시 찾아올 다운사이클을 버텨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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