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분쟁 중 형이 낸 상속세… 10년 뒤에도 절반 돌려줘야 하나요? [중·꺾·마+: 중년 꺾이지 않는 마음]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놓치기 쉬운 상속세 분담비율
구상권 문제·소멸시효도 쟁점
재산 외 세금책임도 분담해야

Q: 아버지가 돌아가신 게 벌써 10년 전 일이다. 그때 형이 "상속세는 내가 다 처리할게"라고 했고, 나는 그 말을 믿었다. 형이 나서준다는 게 고맙기도 했다. 그러나 그 뒤로 재산 문제로 형과 오래 다퉜다. 지치고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결국 재산을 반반 나누기로 합의했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합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법원에서 소장이 날아왔다. 형이 납부한 7,200만 원의 상속세와 가산세의 절반인 3,600만 원을 내놓으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형이 세금까지 감당하는 조건으로 합의한 줄 알았다. 이미 10년이 지난 일이기도 하다. 끝난 줄 알았던 가족 갈등이 다시 시작된 것 같아 괴롭다. 내가 정말 다시 책임져야 하는 건가.
A: 부모의 죽음 이후 상속 갈등이 많은 중년들을 괴롭힌다. 특히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에만 집중하다 보면 세금 문제는 뒤로 미뤄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필자는 상속전문변호사이다. 상속 사건을 다루다 보면 많은 사람이 "세금은 일단 한 사람이 냈으니 나중에 정산하면 된다"며 문제를 뒤로 미루곤 한다. 필자는 그런 분들을 보면 매우 불안하다. 상속세 분담 비율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속세 문제를 뒤로 미루다가, 상속재산 정리가 끝나 모든 게 마무리된 줄 알았는데 '상속세 구상금 소송'이라는 또 다른 갈등이 뒤늦게 폭발하기 때문이다. "왜 진작 상속재산과 함께 상속세 분담 문제까지 정리하지 않았을까"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은 공동상속인에게 '연대납세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상증세법 제3조의2 제3항). 공동상속인 중 한 사람이 세금을 내지 않으면 국가가 다른 상속인에게도 그 세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쉽게 말하면, 상속인은 자신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세금만 납부하고 책임을 끝낼 수 없다. 공동상속인들은 서로 연대하여 상속세 전부에 대한 납세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속인 중 1인이 상속세 전액을 납부하면 국가는 더 이상 다른 상속인들에게 상속세를 추징하지 않고, 상속인들 내부의 최종 부담 비율에도 관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현실에서는 재산을 관리하던 상속인이 우선 상속세 전액을 납부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렇게 일부 상속인이 다른 상속인의 몫까지 대신 납부하여 공동면책이 이루어진 경우, 법은 그 상속인에게 나머지 상속인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다(국세기본법 제25조의2, 민법 제425조). 즉, 사연의 경우 형이 상속세 전액을 납부했다면 원칙적으로 동생에게 자신의 부담 부분을 초과한 금액에 대해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상속세 분담비율을 둘러싼 구상금 소송이 반복해서 발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속재산을 분할하는 비율과 상속세 분담비율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속세는 세법상 기준에 따라 계산되지만, 상속재산분할은 민법상 특별수익과 기여분 등을 고려해 정해진다. 상속세는 원칙적으로 사망 전 10년 이내의 사전증여분 등을 기준으로 계산되지만, 상속재산분할에서는 그보다 훨씬 이전의 증여도 특별수익으로 고려될 수 있다.
합의서에 세금 얘기가 없었다면 어떨까? "형이 세금까지 부담하기로 한 줄 알았다"는 사정이 있다면, 당시 합의가 어떤 전제 아래 이루어졌는지가 중요하다. 상속재산분할 협의는 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관한 약정이다. 합의서에 세금 부담에 관한 내용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각자 받은 재산 비율만큼 부담하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합의 과정에서 "세금은 내가 처리할게"라는 말이 오갔거나 그런 전제 아래 재산분할이 이루어진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법원은 합의의 경위, 당시 대화, 문자메시지, 녹음 등 당사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들을 종합해 당사자 간의 합의의 내용을 판단한다.
구상권은 권리가 발생한 시점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일반적인 연대채무에서는 변제한 날이 기준이다. 이 원칙대로라면 형이 세금을 납부한 시점부터 10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상속세는 과세관청의 부과처분으로 세액이 확정되는 부과과세방식의 세금이다. 이를 근거로 납부일이 아닌 부과처분일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고, 이를 따른 하급심 판결도 존재한다.
대법원은 최근 판결(2024. 10. 8. 선고 2021다255464)에서 상속세 납부의무에 대하여, 상속인 중 일부가 납부하면 상속인 모두 공동면책이 이루어진다는 취지로 판시했지만, 이것이 구상권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정면으로 다룬 것은 아니었다. 즉, 상속세 구상권 소멸시효가 시작하는 시점을 상속개시로 볼 것인지, 실제 상속인 중 일부가 납부한 시점을 볼 것인지, 상속세 부과처분이 된 시점을 볼 것인지에 대하여는 사안마다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필자는 꼭 당부하고 싶다. 상속재산을 정리할 때 되도록 상속세 분담 문제까지 함께 정리해두기를 권한다. 어렵게 재산분할을 마무리한 뒤에도, 미처 정리하지 못한 세금 문제가 다시 오래된 가족 갈등을 꺼내는 경우를 실무에서 너무 자주 보기 때문이다.
어렵게 봉합한 가족 갈등을 뒤늦은 세금 문제가 다시 헤집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상속이 또 다른 상처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재산뿐 아니라 상속세 분담비율과 같은 서로의 책임 문제까지 함께 성숙하게 정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승혜 법무법인 에셀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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