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 “대북 전단 띄우려던 미국인 6명, 한국 정부가 구금” 성토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2026. 5. 18.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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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 재확인 결의안’ 심사, 미 양당 시각차
공화당, 북한에 성경 보내려던 미국인 구금 사태 맹폭
미 워싱턴DC 연방 의회 의사당.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연방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상징적인 결의안이 논의되던 중, 한국 정부를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극명한 시각차와 우려가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동맹의 가치를 기리는 자리였지만,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국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에 따른 미국인 구금 사태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는 민주당 소속 토머스 스워지(뉴욕)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한·미 동맹 재확인 결의안(H. Res. 64)’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 결의안은 작년 광복 80주년을 맞아 인도·태평양 안보에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한인 사회의 공헌을 기념하며 ‘김치의 날’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초당적 결의안이다. 하지만 이날 회의장에서는 결의안의 취지와는 달리 한국의 상황을 둘러싼 거친 발언이 오갔다.

◇민주당 “트럼프의 불법 이란 전쟁이 韓 위기 초래”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민주당의 하원 외교위 간사 그레고리 믹스(뉴욕) 의원이었다. 그는 현재 한국이 겪고 있는 위기의 원인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탓으로 돌리며 한국에 대한 초당적 지지를 호소했다.

지난 13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민주당 그레고리 믹스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믹스 의원은 “트럼프는 한국이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고 있음에도 한국에 불법적인 관세를 부과했고, 비인도적인 이민 정책은 조지아주 현대차 공장 단속으로 이어져 미국 내 한국 노동자들에 대한 학대를 둘러싼 헤드라인이 한국 전역에 퍼지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불법적인 이란 전쟁은 높은 에너지 비용과 약한 통화 가치를 통해 한국에 위기를 초래했다. 미국은 한국의 패트리엇 및 사드 방어 포대를 중동에 재배치하며 억지력을 약화해 미국의 신뢰성과 공약에 대한 서울의 우려를 높였다”며 “불안정을 초래하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들을 고려할 때 의회가 한국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李 정부, 대북 전단 미국인 6명 구금…국익 훼손에 맞서야”

반면 공화당 측에서는 한국 정부의 최근 행보를 직접적으로 겨냥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텍사스가 지역구인 공화당 키스 셀프 의원은 “최근 한국 정부의 조치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작년 6월에 발생한 ‘미국인 구금 사건’을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그는 “북한에 성경을 밀반입하려 한 미국인 6명을 구금했다”며 한국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사건은 취임 직후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접경 지역 대북 활동 단속 강화에 나섰던 이재명 정부 초기, 강화도에서 미국인 6명이 성경과 쌀, 1달러 지폐, USB가 담긴 페트병을 북한 방향으로 띄우려다 한국 경찰에 적발된 내용이다. 당시 일부 외신과 기독교 매체들이 보도했고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13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공화당 키스 셀프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셀프 의원의 날 선 발언은 경제 문제로도 이어졌다. 그는 “(한국 정부는) 최근 미국 기업들에 대해 차별적이고 정치적 동기에 기반한 조치들을 취했다”며 “한 연구는 이러한 조치들이 향후 10년 동안 미국과 한국 경제에 합산 1조달러 규모의 경제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여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셀프 의원은 “우리 모두는 한국과 미국과의 동맹을 높이 평가하지만, 한국은 미국의 국가 이익에 해로운 행동들을 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기업들을 대신해 한국 정부에 반복적으로 우려를 제기해 왔다”며 “한국은 우리가 최소한 인식해야 하는 행동들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이 시점의 타이밍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겠다. 왜냐하면 이것은 미국의 국가 이익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곤란한 입장에 놓이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을 높이 평가하지만, 이러한 행동들은 현 시점에서 미국의 국가 이익에 해롭다. 우리는 그들의 최근 정부 조치들을 높이 평가하지 않으며, 그것들에 맞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결의안에 반대를 표명한다”고 했다.

◇지역구 챙긴 민주당 “한인은 지역사회 지탱하는 힘”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민주당 프라밀라 자야팔(시애틀) 의원은 “한미 관계는 경제를 넘어 매우 인간적인 관계이기도 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지난 13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민주당 프라밀라 자야팔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자야팔 의원은 “워싱턴주는 미국 내 다섯 번째로 높은 한인 인구 집중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애틀 광역권은 미국 최대 규모의 한인 공동체 중 하나를 가지고 있다. 한국 문화는 음식, 예술, 언어, 음악, 영화, 그리고 전통을 통해 수십 년 동안 우리 공동체를 풍요롭게 해왔고, 이는 시애틀의 삶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인 미국인들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소상공인들이다. 그들은 군복을 입고 복무하며, 학교에서 가르치고, 우리 가족들을 돌보며,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 조직화한다”며 “지금이야말로 한국과의 관계를 재확인하고 한·미 동맹, 민주주의, 그리고 워싱턴주와 우리나라를 매일 더 강하게 만들어주는 활기찬 한인 미국인 공동체에 대한 우리의 헌신을 재확인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외교위원장의 경고 “기독교 소수자 대우·플랫폼 차별 우려”

회의를 주재한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매스트(플로리다) 외교위원장은 양국의 흔들림 없는 동맹을 인정하면서도 뼈 있는 경고를 남겼다.

매스트 위원장은 “이 결의안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70년이 넘도록 양국이 구축해온 유대 관계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 강한 유대는 최근 미국 내 한국의 조선소 투자, 반도체 시설, 배터리 생산 공장, 그리고 항공우주 제조 투자 등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면서도 “모든 우정이 그렇듯 미·한 관계 역시 긴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13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매스트 외교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그는 “우리는 방금 제 동료가 언급했듯 미국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에 대한 반경쟁적 대우 사례들을 보아왔다. 또 다른 사례로, 한국 정부의 기독교 소수자들에 대한 대우는 우려스러운 수준을 넘어선다”고 지적하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우리의 친구이자 동맹국에 알리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한 우정은 어려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며 “저는 동료 의원들에게 이 결의안을 있는 그대로 지지할 것을 촉구하지만, 동시에 다른 점들을 언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결의안은 별다른 수정 없이 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심사 과정 자체는 단순한 ‘한미 동맹 지지’ 자리를 넘어 워싱턴 내부에 누적된 한국에 대한 불만이 공개적으로 분출된 장면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한국 내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미국인 구금 사건이 1년이 지나 미 하원 외교위원장과 공화당 의원들의 입에서 다시 거론됐다는 점은, 이재명 정부의 대북·통상 정책을 둘러싼 미국 보수 진영의 문제의식이 생각보다 깊게 퍼져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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