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에 1개 분류… 84시간째 쉼 없이 일하는 로봇

실리콘밸리/강다은 특파원 2026. 5. 1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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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피겨AI’ 물류 창고 작업 생중계
미 휴머노이드 기업 ‘피겨AI’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택배물이 쏟아지는 컨베이어벨트에서 서로 다른 모양과 크기의 택배물들을 분류해 재배치하고 있다. 17일 오후 2시 기준 이 로봇은 84시간 연속 일하며 10만5000개의 택배물을 처리했다. /피겨AI

미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인 피겨AI가 유튜브에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 물류 창고에서 일하는 모습을 생중계한 지 17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81시간을 돌파했다. 회색 몸통에 비해 비교적 큰 손을 가진 영상 속 휴머노이드 로봇은 짐(Jim)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쉴 새 없이 컨베이어 벨트 위로 밀려드는 택배물들을 분류해 정리했다. 여러 택배물이 쌓이거나 겹치지 않도록 하고, 배송 정보 등 라벨이 붙은 면을 아래에 가도록 정리했다. 이 로봇이 같은 자리에서 처리한 택배물은 10만1391개에 달한다.

‘피겨AI’가 4일째 영상을 생중계하면서 산업 현장에서의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피겨AI 측은 “로봇이 고장 날 때까지 실험과 생중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4일째 택배물 분류하는 로봇

이번 실험의 핵심은 로봇의 ‘완전 자율 작업’이라고 피겨AI 측은 설명했다. 이 로봇은 피겨AI의 자체 인공지능(AI) 시스템인 ‘헬릭스-02(Helix-02)’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원격 조종이나 인간 개입 없이 스스로 택배물을 인식하고, 들어 올린 뒤 지정된 위치로 옮길 수 있다. 마치 사람 직원이 홀로 생각하고 판단해 행동하는 것처럼, 이 로봇의 모든 판단과 제어는 내부 컴퓨터에서 이뤄진다.

로봇 ‘짐’이 하는 일은 구체적으로 컨베이어나 작업대 위의 박스를 보고 라벨 위치를 인식하고 박스를 집거나 밀어서 정해진 방향·위치로 분류하는 작업이다. 실제 영상을 보면 짐은 3~4초에 하나씩 택배물을 분류하고 들어 올려 컨베이어 벨트 내에 정리해서 옮긴다. 원거리 택배물을 잡기 위해 사람 작업자처럼 팔을 뻗을 뿐 아니라 상체를 앞으로 내밀고, 다섯 손가락을 움직여 물건을 잡는다. 크기나 색상, 모양이 모두 다르지만 누락되는 상자는 거의 없다. 비닐 포장이 돼 있는 것은 한 손으로, 큰 종이 박스는 두 손으로 들어 올리는 등 상황에 따라 행동을 바꾼다.

피겨AI에 따르면 로봇은 평균 3초마다 소포 1개를 처리할 수 있다. 하루 동안 2만8000개 이상의 물품을 분류할 수 있는 수준이다. 회사는 첫 24시간 동안 단 한 차례 오류나 중단 없이 작업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다크 팩토리 가능성 보여줘

사람 없이 AI 기술이나 로봇으로만 24시간 돌아가는 ‘다크 팩토리’ 실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쉬지 않고 일하는 로봇으로만 공장을 가동하면 산업 현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작업량이 늘어난다. 브렛 애드콕 피겨AI 최고경영자(CEO)는 X에 “완전 자율주행으로 24시간 내내 작동하는 로봇을 지켜보라”고 적었다. 그는 또 향후 사람과 직접 비교하는 실험도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사람이 작업했을 때보다 생산성 면에서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사람 작업자는 택배물을 자동으로 옮기는 것 외에 예외 상황을 판단하는 등의 상호작용을 할 수 있지만 로봇은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로봇공학 전문가 아야나 하워드는 이번 시연에 대해 “완전한 상용 서비스라기보다는 과학 프로젝트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가장 큰 문제로는 정확도를 꼽았다. 로봇이 빠르게 움직이기는 하지만 소포를 정확한 위치에 놓지 못하는 장면들이 일부 확인됐다는 것이다. 실제 물류 현장에서는 속도보다 정확성이 더 중요하고, 오류로 인한 인간의 감독 등이 필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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