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여자축구단, 방남 허가에도 여권 제출…‘두 국가’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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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자축구 클럽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출전을 위해 17일 오후 한국에 도착했다. 경색된 남북 관계의 현실을 보여주듯 선수단은 굳은 표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날 오후, 인공기(북한의 국기) 배지에 짙은 남색 정장 차림을 한 북한 여자축구팀 ‘내고향여자축구단’(내고향)이 인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 선수단 방남은 2018년 12월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이후 8년 만이다.

입국장 주변은 인천함북도민회 등 실향민 단체와 통일 단체 회원들, 공항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환호로 가득 찼다. ‘내고향여자축구단 여러분 환영합니다’라고 적은 펼침막이 내걸리고 ‘환영’ 등을 적은 손팻말을 든 이들도 적잖았다. 그러나 현철윤 내고향여자축구단 단장 및 리유일 감독을 따라 줄을 맞춰 걸어 나오는 선수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리 감독은 “입국 소감이 어떤지” “경기 전략은 어떤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1분여 만에 공항을 빠져나간 선수단은 곧장 버스를 타고 경기도 수원에 있는 숙소로 이동했다. 취재진 등이 선수들을 향해 “손 한번 흔들어주세요”라고 외쳤지만 선수들의 굳은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이날 입국 인원은 선수 23명과 지원 인력 12명 등 모두 35명이다. 입국 과정에서 선수들은 직접 여권을 제시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한 뒤 새롭게 맞이한 남북 관계의 풍경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일부는 앞서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대한축구협회가 제출한 내고향의 방남 신청서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입국을 허용했다. 남북을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로 보는 우리 헌법에 따라 만들어진 출입경 절차를 지킨 것이다. 그러나 내고향은 이날 통상적인 입국 절차에 따른 여권 확인을 요청했고, 우리 출입국청은 여권에 출입국 도장을 찍는 대신, 사진 대조를 위한 보조 자료로 참고하는 방식으로 입국 심사를 마쳤다고 한다. 이를 두고 북한 선수단이 이의를 제기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한국은 여전히 특수관계론을 수용하고, 북한은 두 국가론을 선언한 가운데 각자 자신의 원칙을 지키는 방식으로 새로운 관계 맺기가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수원에프시(FC)위민과 내고향은 오는 20일 저녁 7시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챔피언스리그 4강전을 치를 예정이다. 내고향은 이날 수원의 숙소에 도착한 뒤 야외 축구경기장에서 비공개 훈련을 했다.
장예지 장현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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