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이 쏘아 올린 ‘즐거운 상상’ [김소연 칼럼]
“일단 집을 한 채 사야겠지. 100억원쯤 하는 반포 원베일리 50평형 정도? 스포츠카도 하나 보고 그다음엔 퍼스트클래스를 타고 한 달 동안 유럽 여행을 떠날 거야. 그냥 발길 닿는 대로 다닐 건데 어쨌든 호텔은 최고급 호텔에서만. 프랑스에서는 5대 샤또를 다 돌아보고 와인 플렉스도 해야지. 이태리에서는 명품 가방도 몇 개 사고. 그리고 돌아와서 남은 돈은 어떻게 쓸지 그때 가서 고민을.”
한때 유행했던 ‘로또 1등에 당첨되면?’ 식의, 그저 떠올리기만 해도 즐거운 상상.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쏘아 올린 ‘AI·반도체 초호황으로 발생하는 초과 세수를 국가가 어떤 원칙으로 재분배할 것인가’ 논란을 바라보며 문득 든 생각입니다.
‘국민배당금’이란 단어 때문에 영업이익 15% 성과급을 외치는 삼성 노조처럼, 국민도 삼성에 같이 좀 나눠 먹자 한 발 걸치는 것처럼 보여 논란이 촉발됐지만, 김 실장 글을 잘 뜯어보면 그런 내용은 아닙니다. 최근의 AI·반도체 초호황은 기존의 메모리 사이클로 보기 어렵고 ‘이번엔 다르다’가 적용되는 어떤 구조적인 변화의 시발점이라 판단한 것이 시작입니다. ‘이렇게 구조가 바뀌면 앞으로 계속 어마어마한 이윤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세수도 급증할 것인데 그렇게 거둔 세수를 과연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해 국민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죠.
어찌 보면 로봇세 개념과 일맥상통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2017년 빌 게이츠가 주창했던 로봇세는 사람이 일하고 소득을 얻으면 소득세와 사회보험료 등을 내는 반면, 로봇이 그 일을 대신하면 생산성이 높아져 기업은 이윤을 더 얻겠지만 세수가 줄어들어 국가 재정 구조가 흔들린다는 게 핵심이었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이 대체한 노동만큼 세금을 부과하자’는 게 로봇세의 근간입니다. ‘AI·반도체 초과 이윤 논란’이나 ‘로봇세’나 결국 문제의식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기술이 생산성과 이익을 폭발시키는데 그 이익이 소수에만 집중되면 사회 안정성이 무너질 수 있다.’
‘세수가 늘면 국민에게 간접적으로 환원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내용입니다. 초과 세수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는 정부 몫이니 아무 얘기도 안 하고 초과 세수를 그저 여기저기에 나눠 썼더라면 지금과 같은 논란이 발생할 일도 없었겠죠. 다만 예상치 못한 수십조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비슷한 일이 발생할 거라면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명제는 충분히 고민해볼 만합니다. 그럼에도 이번 발언에 난리가 난 것은 어쩌면 이전부터 ‘기본소득’ 등을 외쳐온 이재명정부의 어떤 정치적 메시지가 아닐까 지레 겁을 먹은 탓도 있을 테죠.
김 실장은 초과 세수가 흘러야 할 지점으로 “전 국민 생애 1회 창업 기회를 보장하는 등 창업 지원, 농어촌기본소득, 예술인 지원, 노령연금 강화, AI 시대 전환 교육 등 다양한 분야가 열려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초과 세수가 발생한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긴 했지만, 역시 어디에 돈을 쓸까 하는 상상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긴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잠시 잊고 있던 국가부채 생각이 언뜻 스치는군요. IMF와 BIS는 한국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꾸준히 밝혀왔죠. 역시 로또 당첨이 되면 집부터 사는 대신 빚부터 갚아야 하려나요. 앗, 그 전에 로또 당첨부터 돼야겠죠. 반도체는 사이클이 아닌 구조 전환이 되어야겠고요.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0호(2026.05.20~05.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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