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1년 만에 ‘긴급조정 불사’ 강경…양대 노총 “헌법 무력화”

서영지 기자 2026. 5. 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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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 시점을 나흘 앞둔 17일,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를 공식화하며 노사를 향해 타협점을 모색하라고 압박했다.

지난 14일 김정관 장관에 이어 김 총리까지 '긴급조정권'을 언급한 것으로, 삼성전자 노사를 향한 정부의 압박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어 "단지 경제적 파급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긴급조정권을 적용하려는 시도는, 사실상 대기업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선례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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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국무총리가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전자 파업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 시점을 나흘 앞둔 17일,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를 공식화하며 노사를 향해 타협점을 모색하라고 압박했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칠 충격이 작지 않은 만큼 이를 막겠다는 정부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종합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담화에는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는 주무부처 수장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반도체 산업 책임자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이 함께했다. 지난 14일 김정관 장관에 이어 김 총리까지 ‘긴급조정권’을 언급한 것으로, 삼성전자 노사를 향한 정부의 압박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긴급조정권은 2005년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을 마지막으로 발동되지 않았다. 정부가 21년 만에 ‘초강수 카드’를 꺼낸 배경은 이번 파업이 현실화하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과거 네차례 발동됐으며, 두차례는 노사 합의로 파업이 종료됐고, 두차례는 정부의 강제 중재가 이뤄졌다.

정부는 이번 노사 갈등이 단순 임금협상을 넘어 산업 전반의 노사 관계 기준점이 될 가능성도 의식하는 분위기다. 특히 정부는 삼성전자에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화가 정착될 경우 다른 대기업 노조로 요구가 확산하는 ‘선례 효과’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청와대는 ‘긴급조정권’ 실제 발동 여부에 대해선 신중한 기류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긴급조정권에 대해 청와대도 심도 있게 고민하느냐’는 질문에 “사후조정이 재개된 만큼 아직은 대화의 시간이 남아 있고, 대화를 통해 조정할 수 있게끔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결국 18일에 열리는 2차 사후조정 회의 결과가 향후 정부 대응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결렬되면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를) 진짜 결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대 노총은 우려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어 “단지 경제적 파급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긴급조정권을 적용하려는 시도는, 사실상 대기업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선례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비판했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도 한겨레에 “경제적 이유로 긴급조정을 발동한다면 조선·자동차 등 주요 수출 업종은 물론 모든 사업장에서 파업이 불가능해진다”며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경영학)는 “정부가 긴급조정해서 중재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고 오히려 노사 갈등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 긴급조정권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에 근거한 제도다. 쟁의행위가 ‘현저히 국민 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때’에 고용노동부 장관이 결정할 수 있게 돼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쟁의행위를 즉시 중지해야 하고, 30일간 재개할 수 없으며 중앙노동위원회의 최종 중재안을 수용해야 한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과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역대 정부도 ‘최후의 카드’로 삼고 사용을 자제해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권효중 기자 harr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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