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루시 공연 보러 간다…밤 깊어진 줄 몰랐던 '3시간 30분' [MD리뷰]

[마이데일리 = 김하영 기자] 이래서 루시의 공연에 빠져드는 걸까. 밴드 루시가 1년 6개월 만의 완전체 공연으로 봄의 청량함을 다시 꺼내왔다.
루시는 지난 16일과 17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2026 LUCY 9TH CONCER 'ISLAND'를 개최했다. 3시가 30분 동안 진행된 공연은 지난 3월 제대한 드러머 신광일이 합류한 뒤 처음 선보이는 완전체 콘서트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무대 위 루시는 여전히 강했다. 중저음의 신광일과 날카로운 미성의 최상엽은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기타와 드럼 위로 바이올린 선율이 더해졌고, 때로는 현악 콘서트를 함께 보는 듯한 순간도 이어졌다. 최근 음원 차트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루시의 저력이 우연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무대였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에서는 멤버들의 세심한 고민이 돋보였다. 신광일은 무대 위를 움직이는 왜건형 드럼 세트를 직접 준비했고, 신예찬은 바이올린을 레닝, 최상엽은 버스킹 시절 들고 다녔던 어쿠스틱 기타를 다시 꺼냈다. 신광일은 "이 위에 있는 것만 해도 자동차 한 개 가격"이라며 "실제 제 드럼"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1년 6개월 만에 완전체로 모인 루시는 흔들림 없는 호흡을 자랑했다. 록 기반 사운드 위에 바이올린과 일렉트로닉 또는 어쿠스틱 기타, 베이스가 더해지며 루시만의 색깔을 완성했다. 특히 서브 스테이지에서는 멤버들이 공연장 곳곳을 뛰어다니며 관객들과 가까이 호흡했고, 지치지 않는 에너지로 현장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오프닝은 지난달 발매한 정규 2집 'Chidish' 수록곡 '발아'였다. 이어 '개화'(Flowering), '히어로'까지 쉼 없이 몰아치며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진 'Opening', '빌런', '놀이', '사랑은 어쩌고', '동이 틀 때' 등 다양한 무대를 통해 루시 특유의 청량한 감성을 이어갔다.

공연 중반부에 들어서자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아지랑이', '전체관람가', '아니 근데 진짜', '21세기의 어떤 날' 등으로 히트곡 메들리가 이어지저 객석에서는 거대한 떼창이 터져 나왔다. 관객들이 뛰어오를 때마다 공연작 바닥이 울릴 정도였다. 루시는 밴드 본연의 감성과 페스티벌 같은 에너지를 동시에 보여주며 자신들만의 공연 색깔을 더했다.
'EIO', '도깨비춤', '맞네', '뚝딱' 무대에서는 또 다른 재미가 펼쳐졌다. 탈춤을 접목한 바이올린 독주와 스탠딩 구역을 누비는 연주가 이어지며 눈을 뗄 수 없는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멤버들의 솔로 무대는 라디오 콘셉트로 꾸며졌다. DJ로 변신한 신광일이 멤버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멤버들이 그에 어울리는 곡을 들려주는 방식이었다. 신광일의 '구구절절', 신예찬의 'Littie Star', 조원상의 'Porch Light', 최상엽의 '작은별'까지 각자의 개성이 담긴 무대가 이어졌다.

최상엽은 "'이러려고 우리가 지금까지 달려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오늘 저희가 마지막 콘서트가 왜 마지막 콘서트인지 보여드리겠다"며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저희가 이번 콘서트에 모든 걸 갈아넣었다. 이렇게까지 한다고 할 정도라 듣는 재미, 보는 재미 모두 놓치지 않으셨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공연 말미 최상엽은 루시의 첫 콘서트를 떠올렸다. 그는 "블루스퀘어에서 공연했을 때는 저희 곡이 많지 않아 커버곡과 크리스마스 메들리 그리고 '슈퍼밴드'에서 했던 걸 보여줬었다"며 "지금 저희의 기분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장이 커지면서 많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팬들에게 마음을 전했다.
작은 공연장에서 시작했던 루시는 이제 KSPO DOME을 가득 채우는 밴드가 됐다. 그리고 이날 210분 동안 관객들은 왜 루시 공연을 찾게 되는지 다시 한번 온몸으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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