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정당 정치가 부실한 후보·정책 낳아"... 무투표 당선인만 504명
기초의원 정당 공천 허용 이래 최다 기록
양당이 1명씩 공천하는 '2인 선거구' 다수
"무투표 이어지면 후보 경쟁력 떨어질 것"

6·3 지방선거에서 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 지은 무투표 당선인은 총 504명으로 집계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6일 후보 등록을 마친 결과, 단독 출마하거나 선출 정수에 미달한 선거구 등 무투표 선거구는 전국 307곳이라고 밝혔다. 해당 선거구에 등록한 후보는 총 513명이지만, 9개 선거구에서 정수보다 많은 후보가 등록한 탓에 최종 당선인 수는 504명이라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이는 1998년 지선(2회) 당시 투표 없이 당선된 738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이 도입된 2006년 지선(4회) 이후로는 가장 많은 무투표 당선인이 나온 셈이다.
무투표 후보자는 기초단체장 3명과 지방의원 510명이었다. 기초단체장 중에선 임병택 경기 시흥시장 후보와 김이강 광주 서구청장, 김병내 광주 남구청장 후보 등 3명이었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시흥의 경우 지방선거 핵심 승부처인 수도권에 있지만,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구인난을 겪으면서 후보를 내지 못했고, 광주 남구와 서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17일 한국일보가 2014년(6회) 이후 지선에서 무투표 당선인 및 무투표 선거구 후보자 명부를 분석한 결과, 무투표 당선인 및 후보자는 2022년(8회) 지선을 기점으로 크게 늘었다. 2014년 지선(196명), 2018년(89명), 2022년(490명), 2026년(513명) 등이다.
지역별로는 정치색이 뚜렷한 영남·호남에서 무투표 당선인 비율이 높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신민호 전라남도의원은 2018년 지선 이후 이번까지 3번 연속 무투표 당선됐고, 2022년 지선에 이어 연속 무투표 당선인은 57명 중 영남(18명), 호남(16명)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여야 승부처로 꼽히는 수도권에서도 2022년 지선 이후 무투표 당선인 비중이 늘고 있다. 2014년 지선에서 수도권의 무투표 당선인 비중은 25.1%였으나, 2022년엔 40%로 늘더니 이번 지선에선 43%(223명)를 기록했다.
영남과 호남은 각각 국민의힘, 민주당 후보만 등록한 반면, 수도권은 거대 양당이 후보를 1명씩 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 수도권 무투표 당선인 223명 중 168명이 '2인 선거구' 출마자였는데, 이들 중 제3당 소속은 없었다. 2014년 지선 이후 거대 양당이 아닌 제3당의 무투표 당선인 사례는 1건에 불과했다.

문제는 공직선거법상 무투표 지역으로 확정되면 '선거운동 중지 명령'이 내려진다. 후보자는 등록 마감일부터 선거일까지 벽보 게시나 공약 발표 등 선거운동을 일절 할 수 없다. 유권자 입장에선 기초의원 후보에 관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사라지면서 선택권을 방해하는 것과 다름없다.
과거엔 무투표 당선인 배경을 지역주의에서 찾았다면 이제는 '거대 양당의 독식' 관점을 문제를 진단하는 견해가 많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현 상황을 "양당 독점체제가 고착화된 카르텔 정당 정치"라고 규정하고, "현행 정당법, 선거법을 개정하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한데 스스로 체제를 바꾸려 할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무투표 당선은 100% 정당 책임이다. 정당정치가 엉망이라는 방증"이라며 "무투표 당선이 지속될수록 후보 경쟁력은 떨어지고 부실한 정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유권자의 선택권을 위해선 찬반투표제와 무투표 당선 지역 정보공개 의무화 등이 대안으로 언급됐지만, 그만큼 선거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대선거구제 개혁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정당법을 개정해 정당이 경쟁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나라 정당법은 지역정당을 금지하고 있어, 서울 중심 양당 체제가 고착화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초의원을 비례대표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 교수는 "국회의원 선거처럼 유권자는 정당을 찍고,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기초의원을 나눠 갖는다면 제3당 당선인이 나올 것"이라며 "10년 이상 언급된 지적이지만 거대 양당은 항상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신현주 기자 spicy@hankookilbo.com
정내리 인턴 기자 naeri1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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