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569> 늦봄에 느낌이 있어 시 읊은 조선 중기 문사 배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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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시들고 녹음 짙어 길손 마음 아득하여(紅稀綠暗客心迷·홍희녹암객심미)/ 새로운 시 읊고 억지로 제목 붙이네.
위 시는 조선 중기의 문사인 금역당(琴易堂) 배용길(裵龍吉·1556~1609)의 '늦봄에 느낌이 있어 함께 지내는 제군들에게 주다(暮春有感呈同棲諸君·모춘유감정동서제군)'로, 그의 문집인 '금역당집(琴易堂集)' 권 1에 들어 있다.
시인은 봄이 가는 게 아쉬워서 소쩍새(두견새)의 울음에 비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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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蜀魄亦悲春色暮·촉백역비춘색모
꽃 시들고 녹음 짙어 길손 마음 아득하여(紅稀綠暗客心迷·홍희녹암객심미)/ 새로운 시 읊고 억지로 제목 붙이네.(吟得新詩强自題·음득신시강자제)/ 소쩍새도 봄빛 저무는 게 슬퍼서(蜀魄亦悲春色暮·촉백역비춘색모)/ 꽃 떨어진 가지에서 정을 다해 우네.(落花枝上盡情啼·낙화지상진정제)
위 시는 조선 중기의 문사인 금역당(琴易堂) 배용길(裵龍吉·1556~1609)의 ‘늦봄에 느낌이 있어 함께 지내는 제군들에게 주다(暮春有感呈同棲諸君·모춘유감정동서제군)’로, 그의 문집인 ‘금역당집(琴易堂集)’ 권 1에 들어 있다.
시인은 봄이 가는 게 아쉬워서 소쩍새(두견새)의 울음에 비유하고 있다. 마치 자신은 봄이 가더라도 덤덤한데 소쩍새가 너무 슬퍼한다는 것이다. 시의 묘미는 이런 것이다. 시인은 직접적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
경북 흥해(興海)가 본관인 배용길은 학봉 김성일의 문하에서 수학하였으며, 유성룡·조목·남치리 등을 사사하였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안동에서 의병을 일으켜 김해(金垓)를 대장으로 추대하고 그의 부장으로 활약하였다. 1602년 별시 문과에 급제하여 1606년 사헌부감찰, 1608년 충청도도사 등을 지냈다.
위 시의 배경 계절은 늦봄이다. 지금이 늦봄이다. 지리산 화개동은 그제와 어제에 이어 오늘도 기온이 섭씨 31~32도다. 초여름 날씨다.
어제 필자가 종종 들르는 범왕마을의 ‘더 좋은 날’ 카페에 가니 장미향이 온 사방에 향기롭게 퍼졌다. 카페 주인 내외분이 영국 장미를 비롯해 온갖 장미를 몇 년째 심어 기른 덕분이었다.
지난 주말에 화개에 손님들이 여러분 다녀가셨다. 언론계 선배이신 차용범 전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정영석 전 부산 동구청장 등과 허문영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및 이호규 동의대 국문과 교수 등이다. 이분들과 지리산 화개동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화개동천과 섬진강 변에는 은어잡이가 한창이다. 화개농협 옆 버들횟집식당에서 은어 튀김을 먹었는데, 그렇게 고소하고 맛있을 수가 없었다. 식당 사장님이 화개동천에서 직접 잡은 은어로 요리한 것이다. 필자는 신선(?)처럼 늦봄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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