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시대, AI 교육 ‘소프트웨어 근력’ 키워야- 오양환(경남대 AI·SW융합전문대학원 원우회 회장)

전 세계적인 AI 확산 속에서 대한민국 역시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들어섰다. 그러나 38년간 소프트웨어 현장을 지켜본 입장에서 보면 현재 AI 교육의 방향은 기대만큼 구조적 우려도 크다. 최근 교육의 상당수가 챗봇(ChatGPT 등) 프롬프트 작성과 생성형 AI 활용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AI 교육’이라기보다 ‘도구 활용 교육’에 가깝다. 도구의 유용성은 인정하되, 문제는 그것이 기초 역량을 건너뛴 채 교육의 중심을 대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기적인 생산성 향상에는 기여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기술 자립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는 분명하다. 첫째,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의 약화다. AI의 본질은 문제를 구조화하고 알고리즘으로 해결하는 데 있지만, 챗봇 의존형 교육은 이러한 사고 과정을 생략하게 만든다. 둘째, 산업 현장과의 괴리다. 제조 현장이 요구하는 것은 텍스트 생성이 아니라 설비 데이터와 물리적 원리를 기반으로 공정을 최적화하는 ‘피지컬 AI’다. 그러나 현재 교육은 스마트공장, 설비 제어, OT 보안 등 핵심 영역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셋째, 데이터 주권과 보안 의식의 부족이다. 기업 데이터를 보호하고 폐쇄형 환경에서 AI를 운용하는 역량은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지만, 관련 교육은 미흡하다. 이는 기술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신호다.
이제 AI 교육은 ‘학습’에서 ‘실행’으로, ‘교실’에서 ‘현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교육은 이론 전달을 넘어 실제 산업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특히 제조 AI는 모델 정확도가 아니라 생산성과 품질 개선이라는 결과로 그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또한 현장 데이터의 수집·정제·해석 전 과정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경험이 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이대로 ‘소비자형 교육’에 머문다면 우리는 핵심 기술과 데이터를 외부 플랫폼에 의존하게 되고, 결국 ‘구독자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프롬프트 기술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근력’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역량을 넘어 산업 경쟁력과 국가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대학과 산업계는 현장 중심의 인재 양성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제조 데이터를 이해하고 즉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실전형 제조 AI 인재’ 확보가 시급하다. 나아가 교육·연구·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AI 기술은 빠르게 변하지만,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를 정의하는 사고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기술은 현장의 언어로 구현될 때 비로소 가치가 완성된다. 대한민국 제조업이 AI로 도약하기 위해 지금 교육의 방향을 바로 세워야 한다. “공장이 교실이고, 데이터가 교재이며, 현장이 답이다.”
오양환(경남대 AI·SW융합전문대학원 원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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