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동부터 운주사까지 지역사 기록한 세 가지 시선

최명진 기자 2026. 5. 17.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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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사 연구자 김정호
구순 맞아 저서 3권 펴내
선교 역사·불교문화·
전통 여성관 담은 연구 성과
구순(九旬)을 맞은 향토사학자 김정호(사진)씨가 지역 역사와 전통문화, 종교, 여성관 등을 주제로 한 저서 세 권을 한꺼번에 펴내며 왕성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향토사 연구자인 김씨는 최근 ‘양림동 선교와 토착화’, ‘운주사’, ‘분별을 중히 여긴 한국 여성’(이상 심미안刊)을 출간했다.

세 권의 책은 광주 양림동의 근현대사와 기독교 선교 역사, 화순 운주사의 불교문화 해석, 한국 전통사회 속 여성관을 다룬다. 오랜 시간 지역 현장을 기록해온 저자의 문제의식과 비판적 시각이 담겼다.

‘양림동 선교와 토착화’는 광주 남구 양림동의 역사와 미국 장로교 선교 활동,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지역 문화의 변화를 추적한 책이다. 김씨는 양림동을 단순한 선교 유적지가 아닌 전통문화와 서양 종교가 교차한 공간으로 바라본다.

책은 양림동 지명의 유래와 사직단, 근대기 광주 사회를 이끈 인물들부터 미국 장로교 선교의 한국 진출 과정, 의료·교육·복음 선교 활동 등을 폭넓게 다룬다.

특히 호남 지역의 역사적 경험과 지역 정서가 기독교 수용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하며, 서양 종교의 토착화 과정 또한 함께 짚는다.

김씨는 양림동 선교가 민주주의 의식과 서양 예술 전파에 기여한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전통문화예술을 위축시킨 부분 역시 함께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오늘날 양림동에 남아 있는 선교 유산과 미술관, 복지시설, 기념관 등을 통해 근대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의 풍경도 정리했다.

‘운주사’는 오랜 시간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화순 운주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한 저술이다.

김씨는 운주사를 천태종계 사찰로 규정하고, 운주골의 불상과 석탑들을 ‘법화경’의 세계를 구현한 ‘영산법회’의 현장으로 해석한다. 특히 운주사의 불탑들을 ‘석가모니가 영축산에서 행한 영산법회의 야단법석을 가장 잘 반영한 시설’이라고 설명하며, 탑과 불상 배치의 상징성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책에는 운주사의 풍수적 해석과 도선국사 창사설에 대한 검토도 담겼다. 저자는 운주골 지형을 거대한 범선 형국으로 바라보며, 천태산·개천산·삼계봉 등 주변 지명과 불교 상징체계의 연관성도 함께 풀어낸다.

또 운주사가 도선국사 비보설과 결합하며 민간 설화와 상상력이 축적된 공간이 됐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저자는 수많은 기록과 설화, 문학 작품 속 운주사를 향토사적 관점에서 다시 검토하며, 세계문화유산 등재 논의 속에서도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지닌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분별을 중히 여긴 한국 여성’은 서구 페미니즘 담론과 대비해 한국 전통사회의 여성관을 조명한 책이다.

김씨는 서양 여성운동과 한국 사회의 역사적 문화 토대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며, 한국 여성은 역사적으로 남성과 ‘차등’ 관계가 아니라 ‘분별(分別)’ 관계 속에서 역할을 나눠왔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책에서는 한국 전통사회 속 재산 상속, 성씨 유지, 제사 문화, 가정 내 역할 등을 사례로 들며 서양 사회와의 차이를 설명한다. 또 조선시대와 그 이전 사회의 여성 권한, 부부유별 개념 등을 통해 한국 사회 특유의 가족문화와 여성관을 해석하고 있다.

1937년 진도에서 태어난 저자는 무등일보 편집국장, 전남도농업박물관장, 향토문화진흥원장, 광주시·전남도 문화재위원 등을 역임했다. 광주시 시민대상과 화관문화훈장 등을 받았으며 ‘광주산책’, ‘한국의 귀화성씨’, ‘영호남의 인문지리’ 등 50여 권의 저서를 남겼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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