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여자축구팀 ‘여권 입국’이 던진 과제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소속 선수와 코치진 등 35명이 17일 아시아축구연맹 여자챔피언스리그 4강전을 치르려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왔다. 이들은 북한의 ‘두 국가’ 개헌을 반영해 그동안 남북이 서로를 방문할 때 사용해 오던 ‘방문증명서’가 아닌 ‘여권’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참고자료로만 활용한다는 식으로 난제를 피해 갔다. 우리 집 잔치에 찾아온 손님을 일단 환대하되, 앞으로 남북 교류 때마다 불거질 수밖에 없게 된 ‘여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갈지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지난 3월 헌법 영토 조항 등을 고쳐 대한민국을 별개의 국가로 선언한 북한은, 이를 확인시키듯 이날 선수단 입국 때 우리 정부가 발급한 방문증명서 대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여권’을 제시했다. 북한을 더는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잠정적 특수관계”(1991년 남북기본합의서)가 아닌 ‘국가 대 국가’ 관계로 대해 달라는 명시적 요구로 해석된다.
난처한 상황에 몰린 정부는 여권을 신분 대조용으로만 사용하고, 별도의 입국 사증(비자)은 발급하지 않았다. 사증 발급은 북한을 별개의 국가로 인정한다는 뜻이 되어 우리 헌법 조항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을 따르면서 북한 쪽 요구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불가피하게 정치적 절충안을 택한 셈이다. 북한 선수단은 20일 오후 4강전 상대인 수원에프시(FC)위민과의 경기 승패에 따라 짧으면 닷새, 길면 1주일 남짓 국내에 머물게 된다.
통일부가 20일 경기를 앞두고 남북협력기금에서 3억원을 응원단체에 지원하기로 한 것을 두고 보수 야당 등에서는 “북한팀을 응원하는 친북단체에 혈세를 퍼주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북한팀만이 아니라 남북한팀을 함께 응원하려고 꾸려진 단체에 애초 남북협력사업 지원을 위해 편성된 정부 예산을 집행하겠다는데 쌍심지를 켜고 비난할 일인가. 더구나 이 돈에는 티켓값과 응원비용뿐 아니라 유관기관의 행정비용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적대적 국가관계를 선언한 북한이 선수단을 보낸 것만 해도 큰 결단이다. 다만 ‘여권 입국’은 그 의미가 가볍지 않다. 이번 같은 절충안을 북한이 다음에도 수용할지 알 수 없는데다, 우리 선수단이 방북할 경우 북한이 역으로 여권을 요구할 수도 있다. 남북관계의 달라진 지형을 반영하되 우리 헌법 및 국민 정서와도 충돌하지 않는 정교한 프로토콜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숙의와 전략적 고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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