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나서자 급반전… 삼성전자 노사, '최후 협상' 마지노선은
노조 기류 변화 "신뢰 회복 함께 노력하자"
파업 피할 출구 모색... 18일 다시 사후조정
원칙 명문화 후 단계적 이행 절충안 가능성
김 총리 긴급조정 언급하며 압박 수위 높여

파국으로 향하던 삼성전자 노사가 18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주말 사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이어 사측 대표교섭위원 교체까지 급박하게 이뤄지며 노조의 기류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16일 노사 모두를 만난 데 이어 17일 김민석 국무총리 담화까지 나오면서 사태는 갈등 해소를 위한 '출구 모색' 단계에 들어갔다.
이 회장은 해외출장 일정을 줄이면서 전날 급거 귀국한 뒤 협상 상황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면서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은 사태의 변곡점이 됐다. 노사 모두를 향해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고 한 이 회장은 "비바람은 제가 맞겠다"며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갈 때"라 호소했다. 노사 갈등에 총수가 정면으로 나선 이례적 장면이란 점에서 상징성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 발언 직후 사측 대표교섭위원은 노조가 교체를 요구해온 김형로 반도체(DS) 부문 피플팀 부사장에서 여명구 피플팀장 부사장으로 바뀌었다. 여 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곧바로 만나 '성실 교섭' 의견을 모으고 중앙노동위원회에 두 번째 사후조정을 요청했다. 18일 열리는 사후조정에는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이 단독 조정위원으로 참석해 회의를 주관한다.
얼마나 양보할까... 노사 공동 TF? DX 조건부 인센?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이 회장 등판이 노조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이 회장 발언 직후 "신뢰 회복의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함께 갈 수 있도록 이번 교섭부터 노력해주면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앞선 사후조정 때 정부 중재 내용을 담은 녹취를 공개해 논란이 불거지고, 완제품(DX) 부문 조합원들과 갈등까지 겹치며 여론이 노조에 비판적으로 기운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급물살을 타면서 노사 모두 기존 입장에서 일정 부분 양보하지 않겠냐는 예측이 제기된다. 양측 모두 '핵심 요구'에선 한 발 물러나고, 다른 부수적 의제들을 '패키지 딜' 방식으로 처리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를테면 노조가 기존에 성과급으로 요구해온 영업이익 15%와 상한 폐지를 즉각 관철하기보다 △영업이익 연동, 상한 완화, 제도화의 '3대 원칙'을 합의문에 명시하고 △구체적인 수치와 속도는 향후 교섭 또는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TF)에 일부 넘기는 절충안을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이 회장 사과와 대표교섭위원 교체를 이끌어냈다는 점을 내세워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파업을 보류 또는 유예하는 쪽을 택할 수도 있다.
사측 역시 양보 여지가 있다. 영업이익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고, 메모리 1위를 하면 경쟁사보다 많이 지급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해왔지만, 전향적 입장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노측이 문제 삼는 △성과급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DS뿐 아니라 DX부문도 실적에 따라 체감할 수 있는 특별성과급이나 조건부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중노위가 단기 성과급과 중기 제도 개편을 묶은 패키지를 조정안으로 들고나올 것으로 본다. 노사가 제시한 숫자 중 중간을 택해 성과급 재원 비율을 정하고, DS부문에는 추가 보너스를 주면서 DX부문에도 일정 부분을 공유하는 방식을 권고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갈등 풀 마지막 기회... "고집 말고 경청하라"

정부의 합의 요구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김 총리는 "노조는 파업을 고집하기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달라. 사측 역시 책임 있는 자세로 교섭에 임해 노조 목소리를 경청하고 노사 상생 해법 마련을 위해 끝까지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노조가 예고한 파업일이 21일인 만큼 18일 사후조정은 갈등을 풀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이에 김 총리는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노사 모두를 압박했다.
다만 이날 늦은 오후 여 팀장과 비공개 회동을 한 뒤 최 위원장은 초기업노조 온라인 대화방에 "회사 태도가 변했다. (정부가 긴급조정을 발동하면 노조의) 피해가 클 것이라고 압박하지만 굴하지 않겠다"며 다시 강경해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긴급조정은 삼성전자 노사 합의가 불발될 경우 30일간 파업을 막을 정부의 최후 카드다. 1963년 도입 후 60여 년 동안 단 4회 발동됐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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