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호소에 정부도 강경…성과급 40조~45조 사이 접점 찾나

서종갑 기자 2026. 5. 1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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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총파업 D-4…18일 사후조정 재개
李회장 급거 귀국…직접 고개 숙여
주말동안 정부·경영진 막후 중재
상한폐지 제도화 여부 최대 난제
성과급 재원 자체는 절충 여지도
해외 출장을 마치고 급거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머리 숙여 사죄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창사 이래 첫 총파업이라는 벼랑 끝에 선 삼성전자(005930) 노사가 18일 ‘마지막 담판’에 나선다. 쟁점은 성과급 지급 기준 변경 및 상한선 폐지의 명문화(제도화) 여부다. 이달 21일로 예고된 사상 초유의 총파업을 사흘 앞두고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리는 2차 사후 조정 결과에 따라 반도체 산업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이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파국을 막기 위한 전방위적 중재는 주말을 앞둔 15일부터 16~17일 양일간 숨 가쁘게 전개됐다. 전영현 반도체(DS) 부문장 겸 부회장 등 사장단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평택에서 노조 집행부와 직접 면담을 가진 데 이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사를 오가며 대화의 물꼬를 텄다. 이달 11~12일 열린 1차 사후 조정 결렬 이후 노사 간 대화가 공전하며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듯했으나 정부와 경영진의 막전막후 중재가 협상 재개의 불씨를 살린 것이다.

꽉 막혔던 대치 국면을 풀어낸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결단이었다. 해외 출장 일정을 앞당겨 끝내고 16일 급거 귀국한 이 회장은 “고객과 국민께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직접 고개를 숙였다. 아울러 “우리 한번 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보자”고 노사 화합을 강하게 호소해 얼어붙었던 분위기의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냈다.

파업을 피하려는 노사 의지는 일단 확인됐다는 평가다. 사측은 노조 요구를 수용해 대표교섭위원을 여명구 DS 부문 피플팀장(부사장)으로 교체했다. 노조 역시 전임 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이 발언권 없이 조정에 참관하는 것을 수용하며 한 발 물러섰다. 극도의 불신 속에 진통을 겪던 교섭이 경영진의 유감 표명과 대화 의지 피력으로 타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본 교섭의 쟁점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핵심은 ‘성과급 규모’와 ‘상한 폐지 제도화’이다. 노조는 기존 경제적부가가치(EVA) 기준의 초과이익성과금(OPI) 제도가 불투명하다며 영업이익의 15%를 재원으로 명시하고 연봉의 50%인 상한선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기존 OPI를 유지하되 업계 1위 탈환 시 상한선 없는 영업이익의 10%를 특별 포상으로 지급하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재원 규모 자체는 절충의 여지가 있다. 올해 삼성전자 실적 전망치(약 300조 원)를 대입하면 노조안(15%)은 약 45조 원(반도체 임직원 평균 약 6억 원 육박), 사측안(10%)은 약 40조 원(평균 약 4억 원 육박) 규모다. 노조 역시 영업이익 배분율을 13%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나머지 2%는 OPI 주식보상제도로 확대하는 방안 등 유연한 태도를 내비친 바 있다. 단 노조는 적자를 내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등 타 사업부와도 성과급을 일정 비율(7대3)로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해 사측의 ‘차등 보상 원칙’과 부딪히고 있다.

노사 양측의 입장 차가 가장 큰 안건은 성과급 상한 폐지의 ‘영구적 제도화’ 여부다. 노조는 “과거 호황에 이익을 쌓아뒀다 불황에 보전해주겠다는 약속을 회사가 지키지 않았다”며 강제성 있는 명문화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의 유연성 축소가 불가피하고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과 타 사업부와의 형평성 등을 감안해 특별 포상을 통한 ‘유연한 보상’이 필수적이라며 맞서고 있다.

노사 자율 타결이 무산될 경우 공은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넘어간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 우려 시 긴급조정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반도체 라인 특성상 단 하루만 멈춰도 최대 1조 원의 직접 손실이 발생하고 파업 장기화로 웨이퍼 폐기 사태까지 벌어지면 최대 100조 원의 경제적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30일간 파업이 전면 금지되고 중노위의 강제 중재 절차가 뒤따라 노조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경한 입장이 노조를 압박하는 카드가 될 것으로 분석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의지를 분명히 한 만큼 노조도 전향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강제 중재안이 마련될 경우 노사 자율 협상에 비해 노조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전자 파업 관련 대국민 담화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윤창렬(왼쪽부터) 국무조정실장,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김 총리,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연합뉴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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