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천국' 美마이애미…수백만弗 주택 구입도 스테이블코인으로

이종화 기자(andrewhot12@mk.co.kr), 최근도 기자(recentdo@mk.co.kr) 2026. 5. 1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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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가상화폐 ATM…현금·기존 카드 필요없어
바이낸스지갑에 보유한 코인
크립토카드로 실시간 달러환전
어디서나 24시간 결제 가능
블록체인기반 인프라 세계최고
웹3 기업·투자자들 끌어모아

"1만8765사토시입니다."

미국 마이애미 한 커피숍에서 안내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의 가격이다. 1사토시는 1억분의 1비트코인에 해당하는 단위다. 1만8765사토시는 달러로 환산할 경우 약 15.28달러에 해당한다. 결제를 위해 QR코드를 보여줬더니 점원이 이를 스캔한다. 지불 과정은 고비트코인페이(GoBTC Pay)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비트코인은 느리고 가상자산(코인) 결제는 어렵다는 인식이 많지만 실제로 써보니 신용카드만큼 간단하고 빠르게 지급됐다.

마이애미에서 디지털 자산 생활은 비단 커피 결제에 그치지 않는다. 현금이나 신용카드 없이 디지털 자산만을 사용해 24시간 현지에서 생활한 결과 전혀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내려 호텔로 가는 모든 경로에서 가상자산을 활용했다. 주로 크립토카드를 이용했다. 크립토카드는 테더의 USDT와 서클의 USDC 등 스테이블코인이나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가상화폐를 예치하면 전 세계 어디서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발급 절차도 단순하다.

개인 지갑에 보유 중인 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리닷페이(Redot Pay)카드가 결제 수단이 됐다.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할 땐 우버 앱을 통해 43.93달러어치 USDC를 지불했다. 우버에 리닷페이카드를 등록해 일반 신용카드처럼 쓰는 식이다. USDC를 사용하면 CVS 같은 편의점에서 물품을 구입하거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데 전혀 제약이 없었다.

사용 방법도 간단하다. 기자는 바이낸스 지갑에 보유 중이던 USDC를 BNB 스마트 체인(BSC)을 통해 리닷페이 지갑으로 옮겼다. 스테이블코인 전송에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수수료는 1달러에 해당하는 1USDC에 불과했다. 한국 거래소를 사용한다면 USDT를 트론 네트워크를 통해 옮기는 게 가장 쉽다. 이때 수수료는 1USDT다. 리닷페이에서 직접 스테이블코인을 구입할 수도 있지만 국내에서는 규제로 인해 막혀 있다.

이처럼 미국은 웹3와 웹2 결합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새로운 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웹3 인프라스트럭처 기업이 빠르게 생겨나 블록체인 결제 시스템이 벌써 자리잡기 시작했다.

규제 명확성이 개선되면서 다양한 사업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컨센서스2026에서도 다양한 업체가 소개됐다. 그중 인상이 깊었던 건 '비트스톱(Bitstop)'이라는 자동화기기(ATM) 사업을 하는 기업이었다. 이 회사의 사업 모델을 통하면 ATM에서 현금이나 직불카드 등으로 간편하게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가상자산을 구매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 행사장에도 곳곳에 ATM이 설치돼 많은 사람이 이용했다. 실물 금을 사거나 팔 수도 있다. 수단은 순금 지폐다. 순도 0.9999(99.99%)의 금을 제작 시점에 25센트부터 10달러 수준으로 나눠 얇게 편 뒤 지폐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이 지폐는 유타·네바다주 등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5000개 이상 가맹점에서 자유롭게 결제에 활용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 대출 플랫폼 피겨(Figure)도 이번 행사 기간 미국 주택담보대출(HELOC)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주택담보대출 신청 시 5분 내 승인과 3일 내 자금 집행이 가능하다. 이는 기존 30~45일이나 소요되던 대출 절차를 크게 단축한 수준이다. 피겨는 30만달러 이하 대출시장이 주요 타깃이다.

지난달 미국 결제 공룡 스트라이프는 미국판 배달의민족인 도어대시와 함께 스테이블코인 결제 기능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어대시는 스트라이프가 만든 금융 특화 블록체인 '템포'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가능하게 만들 계획이다.

이는 미국이 통화(스테이블코인), 디지털 금(비트코인), 자본시장(금융투자 상품) 등 3개 축을 통해 가상자산시장 패권 장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가치 저장을 위한 대표 상품인 금을 기반으로 달러·금융 패권을 장악했던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스테이블코인 사용량은 급성장하고 있다. 실물연계자산(RWA) 데이터 분석플랫폼인 RWA.xyz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글로벌 누적 스테이블코인 전송 규모는 38조6488억달러(약 5경6002조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159%가량 급증했다. 지난 3월 전송액은 10조4100억달러로 월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마이애미에서 만난 김지훈 크립토혁신위원회(CCI) 대표는 "미국 국회의원들은 당파와 관계없이 크립토를 미국 경제의 경쟁력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이해하기 시작했다"면서 "미국 경제 패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크립토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아 펄먼 바이낸스 최고컴플라이언스책임자(CCO)도 "다가올 변화를 염두에 두더라도 기술적 발전을 계속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크립토

가치 저장과 결제 중심의 가상화폐(크립토화폐·Cryptocurrency)에서 시작한 블록체인 산업이 문화, 게임, 기술 등 전반으로 생태계가 넓어지면서 이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마이애미 이종화 기자 /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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