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 임대료 안 받겠다"…파격의 아트페어
심사 통과하면 무료참가 허용
부스 위치 선택권과 입장권 등
화랑이 필요한 것만 구매 가능
48개 갤러리, 기획력으로 승부

우리가 아는 아트페어의 모습은 대개 이렇다. 전시장에 빼곡하게 사각형 부스를 채워놓고 그 사이로 관객이 줄을 맞춰 이동한다. 조금만 둘러보면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반복해서 튀어나온다. 부스 임차료 부담이 크기 때문에 비싼 작품을 판매하는 것이 중심이 된다.
오는 21일부터 나흘간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리는 ‘하이브 아트페어’는 색다른 전략을 들고나왔다. 부스 모양을 사각형 대신 육각형으로 바꿔 보다 자유로운 동선을 유도했다. 심사를 통해 참가 자격을 부여하면 부스 임대료도 받지 않는다. 파격적 운영 방법을 내세운 신설 아트페어가 한국 미술시장에 어떤 충격을 줄지가 요즘 미술계의 화제다.
◇부스 위치 선택권 최대 200만원

기존 아트페어는 대형 컨벤션센터를 빌린 뒤 수십, 수백 개의 사각형 공간을 만들고 화랑들에 이를 임대한다. 화랑들은 면적에 따라 부스비를 내는데 부스 위치는 무작위로 결정된다. 가장 넓은 부스를 기준으로 지난해 열린 프리즈 서울은 1억5000만원대,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는 8000만원대를 받았다.
이렇게 큰돈을 지급하니 화랑 입장에서는 부스비를 회수하기 위해 작품 판매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임시 벽을 세우고 ‘팔리는 작가’들의 작품을 최대한 모아 마구잡이로 걸어야 한다. 전시가 재미없어지는 이유다.
반면 하이브는 부스비를 받지 않는다. 심사를 통해 무료로 참가 가격을 준다. 벌집처럼 생긴 부스는 모두 같은 크기로 만들어져 있다. 대신 화랑은 부스 위치, 입장권, 강연 프로그램 운영권 등을 필요에 따라 옵션처럼 골라 살 수 있다. 예를 들어 관람객이 더 많이 지나다니는 위치에 있는 부스를 고르고 싶으면 최대 200만원을 내면 된다. 다른 아트페어가 화랑에 무료로 배포하는 입장권도 돈을 주고 판다.
하이브가 이런 시도를 한 건 전시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김동현 하이브 이사는 “우리는 부스 임대료가 아니라 옵션과 입장권 판매금액이 주요 수익원”이라고 말했다.
부스 임차료가 없다 보니 아트페어의 구색이 다양해졌다. 아트페어가 하나의 거대한 기획전처럼 변했다. 조각·설치 작품 중심의 개인전을 짠 화랑도 있고, 부스 안에 퍼포먼스 공간을 마련한 곳도 있다. 48개 화랑이 내놓은 작가 158명 중 서로 겹치는 작가는 한 명도 없다. 갤러리현대는 민중미술가 최민화 개인전을, 웅갤러리는 곽철안, 중정갤러리는 전진표, 리앤배는 정혜련 작가의 개인전을 꾸린다.
◇작품 구입한 사람만 VIP 자격

VIP 마케팅도 독특하다. 지금까지는 화랑이 잠재 고객에게 공짜로 뿌리는 첫날 초대권이 곧 VIP 입장권이었다. 하지만 하이브 아트페어는 올해 행사에서 작품을 구매한 사람에게 내년 VIP 자격을 부여한다.
실제 구매 데이터에 기반해 고객 등급을 분류하는 것이다. 이 같은 영업 방식에 대해 마크 슈피글러 전 아트바젤 글로벌 디렉터는 “혁신적인 사업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하이브는 올해 참가 화랑의 전시 기획력, 매출 기여도, 컬렉터 유입 실적 등을 종합 평가해 내년 참가 여부를 정한다. 참가 화랑을 결정하는 심사위원단도 올해 상위 평가를 받은 화랑 중에서 뽑았다. 김정연 하이브 디렉터는 “임대료 받는 장터에 머물러 있던 한국 아트페어를 컬렉터·화랑·주최 측이 함께 움직이는 산업으로 끌어올리고 싶다”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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