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신화 ‘닥터자르트’ 韓 돌아온다[시그널]
토종 사모펀드 PTA파트너스 공동인수 추진
실적 급락에 기업가치는 뚝…재도약 기대도
이 기사는 2026년 5월 17일 13:34 자본시장 나침반 '시그널(Signal)' 에 표출됐습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가 7년 전 1조 원이 넘는 거액에 인수해 간 K뷰티 브랜드 닥터자르트를 한국계 자본이 다시 사들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번 인수 성사 시 실적 부진을 겪어온 닥터자르트가 고도화된 K뷰티 밸류체인에 올라타 재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토종 사모펀드(PEF) PTA파트너스는 최근 닥터자르트 운영 법인인 해브앤비 인수 검토에 착수했다. PTA는 국내 전략적투자자(SI) 등과 손잡고 펀드를 조성, 공동 인수에 나서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현재 인디 화장품 브랜드 이누아 등이 해브앤비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브앤비의 기업가치는 최소 2000억 원대로 알려졌다. 현재 매각 주관사는 글로벌 IB인 에버코어와 JP모건이 맡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PTA를 필두로 브랜드 성공 경험이 풍부한 SI가 컨소시엄을 이루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인수전에서 앞서 나가는 상황이지만 토종 연합군이 막판 승기를 낚아챌 수 있다”고 했다.
PTA는 뛰어난 펀드 운용 능력과 포트폴리오 관리 역량을 입증받은 중견급 운용사다. 2021년 미래에셋으로부터 한국펀드파트너스(옛 미래에셋펀드서비스)를 인수해 폭발적 성장을 이끌어냈다. 한국펀드파트너스는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393억 원, 232억 원을 기록했다. 4년 만에 각각 71%, 97%씩 누적 성장했다. 현재 신한펀드파트너스·하나펀드서비스에 이어 펀드 사무 관리 시장 3위이자 독립계 중 압도적 1위로 올라섰다.
PTA는 이 같은 기업가치 제고 경험을 바탕으로 닥터자르트를 충분히 재도약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닥터자르트는 2019년만 해도 매출 6347억 원, 영업이익 1214억 원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에스티로더가 품은 뒤 내리막길을 걸었다. 일부 브랜드와 조직을 축소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난해 매출은 1788억 원, 영업손실은 232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에스티로더가 급변하는 글로벌 화장품 트렌드를 놓친 데다 닥터자르트의 한국 내 마케팅·영업 조직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닥터자르트가 외국계 자본보다는 한국 컨소시엄의 품으로 돌아올 경우 빠르게 체질 개선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창업자인 김석원 PTA 대표가 프랑스 태생 한국인이라는 점도 이목을 끈다. PTA는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프랑스 등 유럽에서 또다른 뷰티 관련 기업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이번 닥터자르트 인수 성사 시 한국·유럽 네트워크를 통해 뷰티 사업 고도화 및 시너지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2020년대 들어 국내 K뷰티 밸류체인은 훨씬 고도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주도하는 제조자개발생산(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정은 더욱 첨단화·정교화됐다. 또 K콘텐츠와 인플루언서를 앞세운 글로벌 마케팅 능력 역시 세계 최상위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국 화장품의 전 세계 판매량이 치솟고 있는 것은 이런 평가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11.8% 증가한 114억 달러(약 17조 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미국 시장 내 한국 화장품 수출액이 2024년부터 프랑스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서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토종 뷰티 기업들의 몸값도 치솟는 추세다. 에이피알은 시가총액이 최근 15조 원대로 올라섰으며 새롭게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구다이글로벌은 거론되는 기업가치가 10조 원대에 이르는 등 천정부지로 뛰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는 “촘촘해진 토종 뷰티 생태계와 운영 역량이 결합한다면 닥터자르트가 과거의 K뷰티 신화를 다시 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며 “이 같은 재도약 기대감이 이번 인수를 추진하는 핵심 동력”이라고 했다.
이충희 기자 mids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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