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업' 말 아끼던 노동계, 정부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 공식화에 반발
'황제노조' 공격에 "마타도어 중단"
삼성전자 노조에도 '사회적 책임' 주문

사측과의 성과급 갈등 속에 파업을 예정하고 있는 삼성전자 노조를 향해 '귀족 노조의 이기주의'라는 공격이 거세지면서 노동계도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정부가 노동기본권인 쟁의행위(파업)를 제한하는 긴급조정권 발동을 거론하기 시작하자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국민적 시선이 곱지 않은 만큼 노조에도 전향적 태도를 요구하는 등 노동계 내부의 복잡한 속내도 드러났다.
대기업 노조 악마화 우려

한국노총은 17일 성명서를 통해 "마타도어(흑색선전)식 (삼성전자) 노조 비난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양대노총 중 한 곳인 한국노총이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불거진 이후 공식 입장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더 이상 두고만 봤다간 자칫 노동계 전체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노총은 우선 대기업 노조를 낙인찍으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보고 반박했다. 일부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움직임을 '황제노조 투쟁'으로 규정하며 이를 기회 삼아 대기업 노조를 노동시장 양극화의 원인으로 지목하는데 이는 온당치 않다는 주장이다. 실제 삼성전자 노조가 요구하듯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주면 반도체 부문의 경우 그 액수가 1인당 약 6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노동자 간 임금 격차를 더 심화시킨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노동계는 노동시장 양극화가 발생한 건 특정 대기업 노조 탓이 아닌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또 '영업이익의 15%를 노조에 나눠줘도 85%를 갖는 회사는 과연 사회적 책임을 다했느냐'는 반문도 한다. 한국노총은 "그동안 대기업이 내부 구성원에게는 제한적으로 성과를 배분하면서도 협력업체와의 상생이나 산업 전반의 균형 있는 발전에는 충분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개별 사업장 노동자들의 양보나 희생만으로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 예의주시

노동계가 가장 경계하는 건 긴급조정권이 21년 만에 실제 발동할지 여부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를 열고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를 공식화했다. 긴급조정권은 쟁의행위(파업)가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내릴 수 있는 조치다. 긴급조정권이 발동하면 노조는 쟁위행위를 중단하고 30일간 재개할 수 없다.
이를 두고 한국노총은 "단지 경제적 파급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긴급조정권을 적용하려는 시도는 대기업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선례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노조를 힘으로 찍어누르면 국민들이 합법적인 파업조차 '부적절한 행위'로 인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긴급조정권은 윤석열 정부 당시 화물연대에 사용했던 업무개시명령과 사실상 똑같다고 본다"며 "노동부 장관이 긴급조정권을 검토한다는 국무총리 담화에 배석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노조에도 '경고'

다만 삼성전자 노조를 바라보는 여론이 좋지 않다는 건 노동계로서도 고민거리다. 이를 감안한 듯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노조에도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노조 역할은 특정 집단의 이해를 대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조합원 간 다양한 이해를 조정하고 노동시장 전체의 불평등과 격차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사회적 책임을 동반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투쟁 과정이 내부 구성원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는 동시에 보다 넓은 연대와 책임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 공동투쟁본부를 이끄는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하청업체와의 성과 공유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정규직은 공부도 많이 한 분들이고 입사할 때 채용 조건이 달랐는데 일률적으로 같은 선에서 봐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노동계는 노사 모두에 양보와 타협을 주문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삼성전자가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상징이 크기에 이번 갈등이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금속, 금융, 정보기술(IT) 등 다른 산업에 미칠 영향도 클 것"이라며 "노사 모두 한발씩 양보해 국민 기대에 맞는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자동차, LG유플러스, 카카오, HD현대중공업 등 주요 기업들이 성과급 배분 문제로 사측과 갈등하고 있다.
이종선 한국고용노동교육원장은 '사회적 연대 기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삼성전자 사태가 한 기업의 이익 다툼으로 끝나기보다는 성과급을 어떻게 사회에 환원할 것인지 대안을 고민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원장은 "반도체 호황으로 많은 성과가 난 만큼 노사의 대타협으로 초과이익 중 일부를 기금으로 만들면 좋겠다"며 "일자리가 없는 노동자나 인공지능(AI)에 밀려난 청년들을 돕는다면 노사 모두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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