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한일정상회담 품고 다시 세계로…‘엘리자베스 효과’ 재현 기대
관광·수출·지역현안 해결 기대감 확산

이재명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안동이 한일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다시 한 번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고향에서 열리는 대형 국제행사라는 점에서 지역 사회는 물론 정치권과 관광업계까지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시민들은 "엘리자베스 여왕 방문 이후 가장 큰 국제 이벤트"라며 지역 발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오는 19일부터 이틀간 안동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갖는다. 올해 1월 일본 나라현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에는 이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이 회담 무대로 낙점됐다. 회담 장소로는 안동 도심권 호텔과 하회마을, 경북도청 신도시 일대 등이 거론된다.

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전해지자 안동 시내 분위기도 달라졌다. 주요 도로와 관광지 주변에는 태극기와 일장기 그림이 함께 담긴 환영 현수막이 잇따라 내걸렸고, 행사 예정지 주변에서는 경호·의전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시민들은 차량 신호를 기다리며 현수막을 올려다보거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였다.
지역에서는 무엇보다 안동의 도시 브랜드 가치가 한층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안동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도산서원, 봉정사 등을 품은 대한민국 대표 전통문화 도시다. 특히 하회마을은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갖춘 공간이다.
1999년 엘리자베스(Elizabeth II) 영국 여왕이 하회마을을 방문해 한국식 생일상을 받은 장면은 전 세계에 소개되며 안동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여왕은 고택 마루에 올라 전통문화를 체험했고, 이 장면은 이후 '여왕의 길' 관광코스로 이어지며 국내외 관광객 증가를 이끌었다.
이후에도 세계 정상급 인사들의 방문은 이어졌다. 2005년에는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George H. W. Bush) 전 미국 대통령이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찾았고, 2009년에는 조지 워커 부시 (George W. Bush) 전 대통령이 방문해 하회별신굿탈놀이를 관람했다. 또 2016년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하회마을 충효당을 둘러보며 안동의 전통문화를 경험했다.
지역 주민들은 이번 한일정상회담 역시 안동의 문화유산과 전통문화를 세계에 다시 한 번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신 취재진과 수행단, 관광객 방문이 이어질 경우 관광 홍보 효과와 경제적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하회마을과 경북도청 신도시 일대 숙박시설 상당수는 이미 예약 문의가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동 시내 한 호텔 관계자는 "정상회담 개최 발표 이후 국내외 취재진과 단체 예약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지역 상권과 숙박업계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동시와 경북도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을 비롯한 해외 관광객 유치 확대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2026 경북방문의 해'와 연계해 안동을 거점으로 한 북부권 체류형 관광상품 개발과 관광수용태세 개선, 해외 홍보마케팅 강화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일본 관광객 증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안동시관광협의회 관계자는 "최근 일본 관광객들의 관광택시 이용이 늘고 있다"며 "정상회담 이후 일본인의 안동 관심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관광객 상당수가 하회마을 권역을 중심으로 여행하는 만큼 체류형 관광으로 연결할 수 있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제 분야 기대감도 높다. 안동지역 농특산품의 일본 수출 확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안동에서는 김치와 단호박, 음료류 등을 중심으로 일본 수출이 이뤄지고 있는데,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 현지 판로 확대와 신규 바이어 발굴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반도체·이차전지 등 경북 주력산업 분야에서도 일본과의 투자·협력 논의가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지역 최대 숙원사업 해결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경북 북부권 의료 인프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국립 공공의대 신설과 경북 대순환 철도망 구축, 군 유휴부지 활용 국방기관 유치 등이 대표적이다.
배용수 안동시장 권한대행은 "대한민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 세계 외교무대 중심에 서게 됐다"며 "수도권이 아닌 지방 도시에서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점은 국가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일본에서 열린 정상회담 만찬장에 안동소주와 안동찜닭이 오르며 세계인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며 "이번 회담을 통해 안동의 전통문화와 음식, 관광 콘텐츠가 국제사회에 다시 한 번 주목받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상회담 효과가 단순한 일회성 행사로 끝나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행사를 계기로 교통·관광 인프라 확충과 지역 현안사업 지원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안동의 한 시민은 "한일정상회담 자체도 의미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후"라며 "안동이 세계 속 문화도시로 자리 잡고 북부권 경제 활성화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후속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